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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5 09:54 수정 : 2019.07.25 20:26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카포에라 씨디오 꼬레이아 연습실에서 참가자들이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동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최근 카포에이라 찾는 이 많아
무예 음악 춤 결합한 브라질 전통 운동
타격보다 ‘눈속임’이 중요···할수록 신이 나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카포에라 씨디오 꼬레이아 연습실에서 참가자들이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동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중국이나 홍콩의 무술 영화나 이종 격투기 경기에 스며든 각종 무술 요소를 떠올려 보면, 무술은 인간의 몸을 무기화하는 데 적합한 기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무술에 한 가지 쓰임과 면모만 있는 건 아니다. 브라질의 전통 무술 카포에이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다. 한동안 주짓수가 운동 종목 겸 호신술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음악적 요소가 결합한 카포에이라가 주목받고 있다.

‘브라질 운동’하면 떠오르는 게 ‘주짓수’(브라질 유술)였다. 이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카포에이라(capoeira)를 접하고 난 뒤의 변화다. 카포에이라는 무예와 음악, 춤의 요소가 결합한 브라질의 전통 무술이다. 무술과 무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춤과 음악은? 전통 무술이라면서 웬 난데없는 요소들이 등장하는 걸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카포에이라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지난 9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 들어섰다. 난생처음 보는 어떤 물건을 저마다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저 도구를 이용한 무술인 건가?’ 카포에이라를 할 때 ‘이용하는 도구’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포에이라 강습을 하는 신세종 카포에라 씨디오 꼬레이아(CDO COREIA) 대표는 당황스러워하는 기자에게 알 수 없는 도구 중 하나를 건넸다. 그는 “기본은 4박자다. 노래와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겉면을 울퉁불퉁하게 깎은 그을린 대나무를 다른 딱딱한 나무 막대기로 긁으면 됐다. “드르륵, 드르륵.” 빨래판을 숟가락으로 긁었을 때 소리가 난다. “개구리 소리 같기도 하다.” 신 대표는 알쏭달쏭해 하는 기자에게 그 악기의 이름이 ‘헤코헤코’라고 알려줬다.

어느새 둥그렇게 모여 앉은 사람이 6명이다. 그들은 베림바우(긴 나무 막대와 금속 줄로 이루어진 악기), 젠베(아프리카의 전통 타악기)와 비슷한 아따바끼, 탬버린과 구분하기 어려운 빤떼이루 등을 들고 있다. 이윽고 노래가 시작됐다. 의문은 풀지 못한 채 말이다. 헤코헤코를 4박자에 맞춰 긁어야 하는데, 왜 노래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이 떠나지 않아 몇 번이나 박자를 놓쳤다.

카포에라 씨디오 코레이아에서는 카포에이라 음악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카포에이라에서 음악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본래 카포에이라 대결은 전통 악기를 든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둥글게 모여 앉아 박수를 치고 흥을 돋우는 관중들 앞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신체적인 수련을 하기 전에 브라질 전통 음악을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신 대표가 설명했다. 그가 비림바오의 금속 줄을 튕기고 긋자 들려오는 소리가 어딘가 동양 현악기의 소리를 닮았지만, 카포에이라 음악은 아시아와는 동떨어진 아프리카에서 유래했다. 브라질 전통 무술로 자리 잡은 카포에이라는 16세기 무렵 아프리카에서 브라질로 끌려온 노예들이 만든 것으로 오늘날 전해진다. 당시 노예들은 발차기 동작 등이 있는 전통 무술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으나, 무술을 가르치는 사실을 그들의 소유주들에게 들킬까 두려워했고, 그래서 음악과 춤 등 예술적 요소를 더해 ‘싸우는 기술’처럼 보이지 않게 위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예제도가 사라진 뒤 카포에이라의 전성시대가 왔을까? 아니다. 19세기 말 해방된 노예들이 카포에이라의 기술을 범죄에 쓸까 걱정했던 브라질 정부는 카포에이라는 아예 금지했다. 금지령은 그 뒤 수십년 이어지다, 1930년대 합법화되었다.

탬버린과 비슷하게 생긴 빤떼이루.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간단한 박자 맞추기도 제대로 못 한 채 음악 수업이 끝났다. 카포에이라 체험 중 우여곡절은 ‘4박자도 제대로 못 맞추기’에서 끝날 줄 알았다. 큰 오해였다.

카포에이라 수업 때는 녹음된 전통 음악을 틀어 놓는다. 흥겹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 새로운 운동을 접할 때면 고개를 드는 익숙한 기분이다. “기본 스텝을 ‘징가’라고 한다”며 시범을 보이는 신세종 대표. 아주 간단한 동작이다. 허리를 약간 굽히고, 천천히 좌우로 발을 옮기면 된다. 3분가량 지나자 흥분과 흥겨움은 사라지고, 고통이 찾아왔다. 허리와 등을 지탱하는 근육인 척주 기립근이 뻐근해진다. 스텝을 익힌 뒤에는 카포에이라 기본 동작을 몇 가지 배우게 된다. 분명히 ‘기본 동작’이다. ’기본’이라는 말에 긴장감을 놓은 게 잘못이었다. 신 대표가 천천히 옆돌기를 시작했다. 두 눈이 동그래지고, 징가를 하던 스텝이 꼬인다. 겨우겨우 흉내를 내다 끝난 기본 동작 수련. 30여분이 흘렀는데, 등에 옷이 달라붙을 정도로 땀이 났다.

그 뒤에는 1:1 훈련이 30여분 진행됐다. 생초보인 기자는 4개월에서 7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 훈련을 했다. 이상하게도 기본 동작을 할 때보다 분위기가 더욱 부드러워졌다. “천천히 해보면 된다. 박자를 같이 세면서 해보자.” 7년 경력인 김문정씨가 차분하게 기자의 움직임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칭찬. “정말 잘했다!” 당연히 안다. ‘정말 잘한’ 축에 속하지 못한다는 걸, 허우적대기와 허둥댐 사이의 몸짓인 걸 안다. 그걸 아는데도 기운이 난다. 카포에이라를 배우고 있는 화가 박경란씨는 “이걸 배우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과 소통하는 게 좋아서 계속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살짝 알 것도 같았다. 흥겨운 운동만이 주는 장점이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카포에라 씨디오 꼬레이아 연습실에서 참가자들이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동작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1:1 훈련 뒤에는 모의 대결이 시작됐다. 설상가상이다. 허우적대기와 허둥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자에게 무리라 여겼다. 호다(대결을 위해 참가자들이 둘러 만든 원)에 끼지 않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마지막에 다가온 2시간 체험 기자와 9년 경력의 지도자의 대련. 카포에이라 대결은 상대방을 직접 타격하지 않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으며 기술을 뽐내는 식으로 진행한다. 대결 틈틈히 전략적인 속임수(만징가)를 쓰기도 한다. 신 대표는 “카포에이라의 매력은 바로 속임수라고 부르는 만징가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련을 하면서도, 맞을까 가슴을 졸일 필요는 없었다. 무술 대련이라면 당연히 물리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실제 공격은 없었다.

상대방을 직접 때리지 않는 부분이 좋아서 여러 운동을 전전하다 카포에이라에 정착했다는 사람도 있다. 김문정씨는 “누군가를 때리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즐기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카포에이라를 하게 됐다. 더불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심지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카포에이라 공동체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음악에 관심 높은 사람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카포에이라를 배우며 신체가 가진 한계를 조금씩 벗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건 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법하다. 김륜경씨는 “춤과 운동, 음악을 좋아하는데 카포에이라를 하면 이걸 다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빠져들었다”며 “내 움직임의 한계를 느끼고 극복할 수 있는 과정이 매력있다”고 말했다. 카포에이라 입문 4개월 차인 임희원씨도 “정말 조금씩 나아지는 나의 모습이 사소하지만 감동적이다”고 덧붙였다.

카포에이라를 배울 수 있는 시설은 점차 느는 중이다. 카포에이라 아카데미로는 ‘카포에라 조아도르’, ‘까포에이라 무젠자 코리아’ 등이 있다. 카포에라 조아도르는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카포에이라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초보자를 위한 워크숍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카포에라 씨디오 꼬레이아는 주중반(화·목)과 함께 기본 동작과 음악 등을 배울 수 있는 3시간짜리 초심자 집중반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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