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6 13:58
수정 : 2019.12.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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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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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사람과디지털]
구매자, 판매자의 인공지능 기반 행동 예측 맞서
쇼핑몰 알고리즘 패턴 파악해 역이용해 구매사례
쇼핑몰 11% 소비자 기만하는 ‘다크패턴’ 사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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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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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은 ‘가격비교’라는 도구를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결정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산품 등 품질 차이가 없는 상품들도 온라인쇼핑은 가격비교를 통한 ‘최저가’ 선택이 쉽지 않다. ‘최저가’ 결과를 클릭해보면 배송비 별도 또는 특정 제휴카드 한정일 경우인 경우가 잦아 최저가가 무색한 경우가 많다. 또 ‘최저가’ 상품이라고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재고가 없거나 수요가 적은 특정 사이즈나 색상만 최저가로 내세우고 소비자를 유인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저가 가격검색’이 존재하지만, 동일한 상품을 다양한 가격에 팔고 있는 수많은 쇼핑몰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 9월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시카고대학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사이트의 11%가 속임수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연구진은 1만1천개 쇼핑사이트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조사해 이용자들의 인지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15가지 방법을 목록화했다. 이 대학 연구진은 쇼핑사이트가 제공하는 ‘마감 임박’ 정보의 상당수가 근거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웹페이지 플러그인과 코드를 분석한 결과, 마감 임박 숫자가 무작위 생성되거나 시간 경과에 따라 줄어들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이른바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다.
“남아 있는 상품은 2뿐입니다” “이 상품을 함께 보고 있는 사람이 163명입니다” “오늘 24시까지만 이 가격으로 판매됩니다”라는 유형의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 잠재적 구매자를 유혹하기 위한 ‘거짓 홍보’라는 얘기다.
소비자의 반응과 구매 결정이 데이터로 수집되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이처럼 근본적인 정보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정보와 자원의 우위에 있는 판매자-운영자들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유도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4월 독일 전자상거래업체 오토(Otto)가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여 수익을 높이고 있는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오토는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고객의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고객이 어떤 물건을 살지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30일 안에 주문할 상품을 90% 수준의 정확도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7년 5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주유소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시장 데이터를 학습해 지불의사가 높은 고객이 방문할 시점에는 기름 가격을 높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값을 내린다는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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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저비용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티켓 구매 화면은 이용자를 현혹하는 다크패턴을 사용하고 있다. 항공권을 구매하면 '여행자 보험'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구매자의 거주국가가 길게 나열된다. '구매하지 않음'을 선택하기 위한 단추는 맨 아래쪽에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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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데이터 보유와 분석에 있어 구매자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의 알고리즘을 역이용하는 사례가 알려져 흥미롭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3일 온라인 쇼핑 구매자가 판매자의 정보 우위를 능가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사례를 보도했다.
63살 남성 테드 하바틴은 쇼핑몰의 판매권유 알고리즘을 역이용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 구매하려는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고 방치한다. 며칠 뒤에 쇼핑사이트에서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 “고객님, 잊으신 게 있네요. 3일간 유효한 20% 깜짝 할인쿠폰을 함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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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경제연구원이 2017년 8월 펴낸 보고서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경제, 디지털 카르텔 가능성 커진다'에서는 전자상거래에서 알고리즘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교한 가격답합을 하는 구조를 다뤘다. 엘지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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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의 사례가 얼마나 많은 쇼핑사이트에서 유사하게 작동할지는, 쇼핑몰의 알고리즘 구조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구매 행태는 다크패턴에 대한 투명성 요구 증가와 함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둘러싼 구매자-판매자간의 줄다리기가 앞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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