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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보잉737 맥스 기종 여객기가 캘리포니아주 빅터빌의 공항에 주기하기 위해 착륙하고 있다. 빅터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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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 사람과 디지털]
'MIT 테크놀로지 리뷰' 실패기술 8개 선정
기만적 ‘음식컴퓨터’, ‘우주 생물 밀항’, ‘애플카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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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보잉737 맥스 기종 여객기가 캘리포니아주 빅터빌의 공항에 주기하기 위해 착륙하고 있다. 빅터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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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9년 ‘올해의 실패 기술’ 8가지를 꼽았다. 재난을 부른 치명적 기술, 기만적인 기술, 한심한 발상의 기술들이 포함됐다.
1. 보잉 737맥스
2019년 3월10일 에티오피아항공 302편 보잉737맥스가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510편 보잉737맥스 여객기가 이륙 13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89명이 숨진 지 5개월 뒤 재연된 사고다. 두 사고에서 조종사들은 최후까지 자동항법시스템에 저항해 조종권한을 가져오기 위해 애썼지만 헛일이었다.
사고원인은 자동운항시스템 오류와 이에 대비한 조종훈련 부족이었다. 지난 3월 두 번째 사고는 자동운항 오류만이 아니라 보잉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한 미국 항공안전 당국의 책임도 있다. 보잉은 잇단 사고로 최신 전략기종인 737맥스를 지상에 묶어두고 있으며, 사고 배상과 구매 취소, 신뢰 상실 등으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보며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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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랩을 곤경으로 몰고간, 푸드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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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짜 음식 컴퓨터
건축가 케일럽 하퍼는 2015년 TED 강연에서 인공지능과 전자부품으로 작동하는 수경 재배 박스를 소개했다. 빛, 온도, 습도의 수백만가지 조합을 측정해 식물 성장환경을 최적화한다는 하퍼의 ‘개방 농경 프로젝트(Open Agriculture Project)는 사이버 농업’을 개척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테드 영상은 180만명 넘게 시청했다.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은 ‘기후 해킹’ ‘오픈소스’ ‘마이크로바이옴’ 등의 유행어를 동원해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관심과 자금지원을 받았다. 하퍼는 기계학습을 통해 훨씬 맛있는 바질을 재배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연구자 폭로로, 수경상자가 재배했다는 채소는 외부에서 구매한 식물이었다는 등의 조작이 알려지며 파국을 맞았다. ‘미래의 공장’ ‘음식 컴퓨터’로 홍보됐지만 전자장치를 동원한 화려한 수경 재배 상자에 불과한 제품이었다.
3. 유전자조작 뿔없는 젖소
미국 바이오기업 리컴비네틱스는 2016년 젖소의 피부 세포에서 뿔을 만드는 유전자를 뿔이 자라지 않는 소의 유전자로 대체하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해 뿔없는 젖소를 탄생시켰다. 뿔은 낙농 농가의 골치다. 사람이나 다른 소를 다치게 하고 사육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업체는 유전자조작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의 이 젖소 유전자 검사결과, 이 젖소의 유전자 편집 과정에서 실수로 박테리아 유전자 무더기가 삽입되었음이 확인됐다. 관련된 젖소 모두 소각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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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기반 게이감별기의 앱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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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전자 기반 게이감별기(Genetic Gaydar)
한 프로그래머는 ‘나의 게이지수 알아보기(How Gay are you?)’라는 앱을 출시해, 유전자를 기반으로 모든 사람의 동성애 성향을 계산한다고 주장했다. 5.5달러짜리인 이 앱은 ‘23andMe’와 같은 DNA 테스트 결과를 통해 동성애 수준을 분석한다고 알려졌다.
동성애 감별 앱은 차별 문제는 물론 과학성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고 곧 사라졌다. 게이다 앱은 사라졌지만, 유전자 분석을 통한 성향과 질병성향 예측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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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민간 달 탐사선 베레시트가 착륙 시도 중 고도 22km 지점에서 찍은 사진. 스페이스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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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주 밀항시도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SpaceIL)이 쏘아올린 탈탐사선 베레시트가 지난 4월 달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탑승자는 없었지만, 우주로 밀항하는 생물체가 실려 있었다. 아치 미션 재단이라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가 비밀리에 이 탐사선에 완보생물(tardigrade)로 가득찬 캡슐을 탑재한 사실이 알려졌다.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이 미세 생물체는 다리가 여덟 개인데, 혹독한 환경에서도 휴면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다. 물이 공급되면 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정된다. 인간에 의한 오염이 지구를 넘어서까지 우주 공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새로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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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기기 리뷰터 마크 그루먼이 지난 4월 트위터에 올린 갤럭시 폴드 사용기.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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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삼성의 접는 스마트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모델 갤럭시 폴드에 대한 기대는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사용기가 나오면서 기대는 잿빛으로 바뀌었다. 지난 4월 블룸버그의 디바이스 리뷰어 마크 구르만은 깜박거리는 스크린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루 썼는데 완전히 부서지고 사용 불가능이 됐다”고 올린 이 리뷰 이후, 갤럭시 폴드는 출시 일정이 연기되고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문제점을 보완한 새 모델이 출시돼 판매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약하고 실험적인 상태이며 유연한 스크린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학 실험”이라고 말한다.
7. 애플의 신용카드 한도 차별
애플은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등과 함께 지난 8월 아이폰 통합형 신용카드 ‘애플카드’를 출시했다. 그런데 애플카드는 신용 한도에서 심한 남녀 차별을 했다. 남편에겐 아내보다 20배 많은 신용한도를 제공하는 등 차별적 한도를 설정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공동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도 “아내와 나는 은행이나 신용카드를 계좌를 분리하지 않았는데 아내는 나의 신용한도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고발했다.
애플은 성차별은 없었다며 “알고리즘에 의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애플은 “신용도 결정은 소비자의 신용가치에 의해 결정되며, 성이나 인종, 나이 성적 정체성 또는 기타 법에 의해 금지된 요소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고리즘이 사람을 차별하는 사례에 애플카드가 보태졌다.
8, 인터넷 차단 시도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차단을 통해 국민들의 정보 접근을 막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대규모 시위 등 문제가 발생할 때 가장 편리한 대응책이 페이스북, 왓츠앱 등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 셧다운에 따르면, 인도는 12월에 6천만명의 인터넷을 차단했다. 지난 1년 동안 모두 90차례 이상 접속이 차단됐다. 인도만이 아니라 파키스탄, 터키, 이란, 수단, 베냉에서도 유사한 인터넷 폐쇄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정부는 인터넷 차단 스위치를 돌리면 반발이 식고 주의를 분산시키며 시위 뉴스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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