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8 17:51
수정 : 2019.11.28 18:00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웹 설계자 팀버너스리, ‘웹을 위한 계약’ 제시
정부·기업·개인 차원에서 새로운 의무와 강령 부과
개인에겐 “웹을 위해 투쟁할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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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너스리와 인터넷 발명. 1991년 8월6일 스위스 제네바. 웹을 발명한 사람은 1955년 런던에서 태어난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다. (…) 버너스리의 이 초상화는 미국인 예술가 로버트 실버스가 보스턴 MIT에 다니면서 고안한 사진 모자이크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Robert Sil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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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정보 공유의 플랫폼인 월드와이드웹을 설계하고 인류 전체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이를 만인에게 개방한 웹의 설계자는 위기에 빠진 인터넷의 건강성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웹의 설계자로 인터넷의 오염과 역기능에 대해 각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팀 버너스리가 웹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지난 24일 팀 버너스리가 정치적 조작, 가짜 뉴스, 사생활 침해 등 디지털 디스토피아로 몰고가는 악의적 세력으로부터 웹을 구하기 위한 글로벌 연대운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웹을 위한 계약’(Contract for the Web)이다. 9가지 원칙으로 구성돼 있는 웹을 위한 계약은 정부, 기업, 개인 차원의 3개씩 핵심원칙들로 이뤄져 있다.
팀 버너스리는 “웹을 방치하면 크게 잘못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상황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종착점은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 웹에 대한 10년 계획이 니라 지금 당장 웹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너스리의 웹재단이 작업한 이 문서는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과 디지털시민단체인 전자프론티어재단(EFF) 등 150여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버너스리는 2017년 8월 <베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가 영향을 끼친 2016년 미국 대선 등을 언급하며 “눈 앞에서 핵폭탄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웹이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권을 침해하고 빈부 격차를 확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나는 거대 기업이 정보와 이익을 독점하고 대중을 감시하며 가짜뉴스가 정치선전에 이용되는 인터넷을 꿈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독립성과 이용자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장전’이 필요하고 사찰과 검열 없는 인터넷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주창해온 권리장전이 웹재단의 ‘웹을 위한 계약’으로 2019년 11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버너스리는 최근 몇년 동안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함께 인터넷에서 개인의 힘과 영역을 회복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솔리드(Solid)를 개발해오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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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너스리가 발표한 웹을 위한 계약 9대 핵심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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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웹을 위한 계약’의 핵심 9원칙이다.
<정부의 의무>
1.모든 사람의 인터넷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2.인터넷의 모든 콘텐츠를 항상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시민의 근본적인 온라인 프라이버시와 데이터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기업의 의무>
4.누구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5.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온라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6.인도주의를 증진하고 부작용을 막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개인의 의무>
7. 웹에서 창작자와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8. 자유로운 토론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9. 웹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웹의 아버지가 웹을 살리기 위해 제시한 방안은 정부, 기업, 개인에게 새로운 의무와 실천을 요구하는 원칙들이다. 홈페이지(https://contractfortheweb.org)에는 각 원칙별로 세부 원칙과 강령들이 제시돼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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