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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5 10:38 수정 : 2019.04.05 10:09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최근 타결된 미국 메리어트호텔 파업 타결 조항엔
“자동화 도입 165일전 노동자에 통보, 직무전환 훈련 제공”
노동과 고용형태 변화 반영한 새로운 노사합의 주목

자동화와 로봇 기술의 영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간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으로 여겨져온 서비스업 분야에도 기술로 인한 직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여러 대도시에서 광범하게 진행된 호텔노동자 파업에서 서비스업 분야 노동자들이 직무 자동화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이 드러나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호텔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소속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미국내 8개 도시 23개 호텔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간 파업이 진행되었다. 숙박, 음식업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인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 소속 노동자 8000여명이 참여해, 미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호텔 파업으로 불린다. 지난해 12월초 샌프란시스코 사업장을 마지막으로 협상이 타결되면 파업은 마무리되었고,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 파업조건의 상당 부분이 수용되었다. 호텔의 이익률은 크게 늘어났지만, 노동자 급여는 개선되지 않아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급여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파업의 주된 이유였다. “일자리 하나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One Job Should Be Enough)”가 파업의 대표구호였다. 상당수 노동자가 파트타임으로 또다른 직무에 뛰어들었음을 알려준다.

최근 엘지전자가 선보인 다양한 ‘LG 클로이‘ 로봇 제품들. 엘지전자 제공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은 메리어트호텔 파업에서 자동화가 조용하게 서비스업을 재구조화하는 모습들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애틀랜틱>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호텔 파업에서 노동자 요구조건에는 GPS 칩이 들어 있는 긴급구조 장치(패닉 버튼) 지급과 청소카트에 전동모터 장착이 포함돼 있었다. 패닉 버튼은 객실에서 투숙객들의 성폭력에 시달려온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메리어트 파업 타결 조건에 들어 있는 자동화 대비 직무전환 훈련이다. 모든 노동자들은 회사가 특정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기 165일 전에 반드시 통보받아야 하며, 기술로 인해 총노동시간이 달라져 직무가 영향을 받는다면 이에 대비한 직무 훈련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노동조합이 강하고 노사 공동결정 시스템이 자리잡은 독일 등 유럽국가와 달리 사업자 위주의노동문화가 형성된 미국에서 로봇과 자동화를 대비한 새로운 노동조건이 도입되었다는 것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무인주문기가 설치된 서울 구로구의 롯데리아 매장. 김미영 기자
로봇이나 자동화가 기존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100% 대체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화 기술과 로봇을 통해 직무를 축소시키거나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총노동시간을 단축시켜 직무 종사자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실질임금을 줄어들게 하는 게 오히려 일반적이다. 고객을 응대하고 주문을 받는 카운터에 셀프주문 키오스크를 배치해 카운터 담당직원을 최소화하거나, 배달 앱을 통해 호텔 룸서비스 수요를 줄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레넌 호번은 지난해 3월 보고서에서 “로봇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 단지 월급을 빼앗을 따름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로봇과 자동화가 노동자를 위협하는 상황이 전면적인 인력 대체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직무 간소화를 통한 급여 삭감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4차산업시대 고용 문제’에 대한 정책과 노사의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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