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3 18:17
수정 : 2019.03.04 11:16
|
증권거래세는 최근 20년 동안 29번이나 면제 특례조항이 추가됐다. 그 결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전체 주식매매(매도, 2017년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지만 증권거래세 납부 비중은 30%가 채 안된다.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
Weconomy | 궁금증톡
조세특례제한법상 면제 조항 20년간 29번이나 추가
증시부양·구조조정 명분 기관·외국인에만 면제 혜택
개인투자자들 형평성 불만이 폐지여론 원인 중 하나
|
증권거래세는 최근 20년 동안 29번이나 면제 특례조항이 추가됐다. 그 결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전체 주식매매(매도, 2017년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지만 증권거래세 납부 비중은 30%가 채 안된다.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
최근 정부·여당이 ‘증권거래세 인하·폐지’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야 반기겠지만, 사실상 소수 부유층에 대한 감세라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김종훈 민중당 의원)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증권거래세는 끊임없이 수정됐다. 그 과정 속에는 증시부양과 구조조정 촉진을 명분으로 한 당국의 조세정책적 개입, 투자자 간 조세 형평 등 여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투자 이익·손실과 무관하게 주식을 팔 때마다 부과되는 현행 증권거래세 기본세율은 양도(매도)가액의 0.5%다. 다만 탄력세율이 적용돼 코스피는 0.15%(농어촌특별세 0.15% 별도), 코스닥은 0.3%, 비상장주식은 0.5%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2017년 증권거래세 연간 부담액은 4조6301억원(추산)인데, 개인투자자 몫이 3조2569억원으로 전체의 70.3%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해 주식총매도액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3.4%이고, 기관(15.7%)과 외국인(20.9%)을 합치면 36.6%다. 개인은 매도액 비중보다 더 내고 기관·외국인은 더 적게 내는 셈이다. 왜 그럴까?
증권거래세 면제 조항들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17조 제1항은 24개 항목에 걸쳐 증권거래세 면제 특례를 나열하고 있다. 크게 보면 시장조성자 및 각종 기금에 대한 면제,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면제로 나뉜다. 전자는 증권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조성을 위한 금융투자업자의 취득 주권·지분 양도, 사모집합투자기구·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신기술사업금융업자·농식품투자조합·한국벤처투자조합 등이 출자해 취득한 주권·지분 양도, 국가재정법상 각종 기금을 관리·운영하는 법인과 우체국이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투자회사와 사모펀드, 연기금에 세제 혜택을 주는 까닭은 ‘증시 참여 확대를 통한 안정적 수요기반 확충’이다. 특례 적용엔 내·외국인 구분이 없어, 외국계 투자은행(IB)도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상품을 운용하며 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거래세 일부를 면제받고 있다.
|
기획재정부는 김종훈 의원실에 낸 답변 자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의 증시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증권거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후자인 ‘구조조정 촉진’은 부실금융기관과 자산관리공사가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주권·지분의 양도, 농협·수협이 부실 구조조정 목적으로 보유한 주권·지분의 양도, 금융지주회사의 주식 이전·교환 등이 해당한다.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117조 제1항(시장조성자·기금·구조조정 지원 등)에 따른 연간 거래세 조세지출(면세) 규모는 2010년 435억원, 2012년 1641억원, 2015년 348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부실사태(2011년) 등 경제충격 시기에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의 관련 주식 양도 등에 따라 조세면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이 법은 조세의 감면 또는 중과 등 조세특례와 이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과세의 공평을 기하고 (중략)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조세특례를 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세특례 남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하지만 1996년 조세감면규제법에 중소기업 창업 및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지원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거래세 면제 조항은, 1999년 말 이 법이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전면개정되면서부터 거의 매년 추가됐다. 지난 20년간 29번이나 추가됐을 정도다. 법 제1항의 스물네가지 각종 조세특례 뒤에는 일몰조항(제2항)이 이어지지만, 대부분 일몰 연장으로 1999년 이후 20번이나 개정됐다.
외국인과 기관만을 위한 이런 각종 특례의 남발이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한가지 배경인 셈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