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4 19:31
수정 : 2018.12.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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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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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 개편안’에 나온
‘소액채무 특별감면제’ 놓고
“도덕적 해이” 거센 비판
“대박 금융상품” 비꼬기까지
실제론 기존 탕감제보다 엄격
‘70대 이상’ 등 조건 추가
“입구도 출구도 좁혀”
채무불이행자의 2%만 해당
“해마다 2만명…재기 돕기
되레 사회 전체 이익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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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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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 바보 만드나”, “(탕감해주니) 일부러라도 돈 빌려야겠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자, 온라인에선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특히 1천만원 이하의 채무자가 3년 동안 일정 금액(약 100만원 수준)을 성실히 상환하면 나머지 빚은 털어준다는 ‘소액채무 특별감면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수익률 높은 대박 금융상품’이라는 비꼼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정말 그런 내용일까요?
특별감면제는 금융위가 지난해 일회성으로 장기소액연체자(1천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한 채무자)를 대상으로 추진한 빚 탕감 제도를 상시 제도화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입니다. 그러나 ‘대박 금융상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사실상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이들을 위한 ‘좁은 문’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일회성 제도를 상시화하는 만큼 기존보다 “(제도 대상 요건의) 입구도, 출구도 좁아진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상환능력 심사 요건만 따져봐도 ‘탕감받기 위해 대출받는다’는 건 과장이 심한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은 지원 대상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할 때, 압류금지 재산과 1톤 미만 영업용 차량 등 생계형 재산을 제외하고는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 기준 월소득 99만원) 이하에 해당하는지를 따집니다.
실제 올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으로 빚 탕감을 받은 한아무개(51)씨는 빚 337만원을 10년 넘게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일해야 하는 30대에 심장질환으로 건강이 악화해 전혀 일할 수 없었고 치료비와 약값은 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금융활동이 불가능해지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주저앉았지만 빚은 꼬리표처럼 한씨를 따라다녔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정을 대며 탕감을 신청한 이들이 지난달 기준 8만7천명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제도가 상시화되면 악용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특별감면제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는 ‘70대 이상’ 등 개인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기준까지 집어넣겠다고 금융위는 설명합니다.
기존에 여러 채무조정제도가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한씨처럼 소액채무의 경우엔 여러모로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채무조정제도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이 있는데, 회생은 최저생계비 이상 고정소득이 있어야 합니다. 파산도 채무원금이 3천만원 이상이어야 가능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제도도 고정소득을 보는 요건이 있어 상환능력 없는 소액 연체채무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금융위는 특별감면제를 통해 해마다 1만8천~2만명이 빚 탕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금융채무불이행자(연체 90일 이상·94만명)의 2% 수준입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기관 사이의 약정을 통해 변제해주는 방식이라 별도의 채권 매입 비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변제호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매달 몇천원이 귀한 사람들이 1~2만원씩 갚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금융사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3년 상환기간은 끝이 보이기 때문에 이들의 상환 중도탈락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채무불이행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부업계 관계자도 “장기소액연체 지원 진행을 봤을 때, 영업 실적에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지 않게 특별감면제 대상자의 상환능력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들이 경제적으로 재기해야 금융사도 ‘미래의 고객’ 유치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뿐더러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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