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30 18:34
수정 : 2018.09.30 22:29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가짜뉴스 범람에 규제 목소리 높아져
미국, 플랫폼 사업자 자체 규제 권고
영국, 언론사·시민사회 연대해 사실 확인
한국, 혐오 표현 규제하는 법규도 없어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좀먹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들은 명백한 혐오 주장의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유태인 학살을 경험한 독일이다. 독일은 올해부터 플랫폼(정보유통매체) 사업자의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명문화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에 혐오 발언을 담은 게시물과 영상 등을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5천만 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혐오 발언에 대해 엄벌하고 있는 현행법을 인터넷까지 확대한 조처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 법안과 유사한 일명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에는 포털 사업자가 혐오·차별 표현과 가짜뉴스를 24시간(신고 기준) 안에 삭제하도록 의무화하고 가짜뉴스 처리 업무 담당자를 별도로 채용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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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짜뉴스 처벌에 앞서 독일처럼 혐오 표현 금지를 위한 법제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과 프랑스 등도 인종차별금지법 등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혐오 표현을 직접 규제할 법규가 없는 상황이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독일의 경우 혐오 표현에만 한정해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가짜뉴스라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자율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가짜뉴스의 발원지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링크를 제한하고 광고수익을 막는 등 자발적인 노력에 나섰다. 유튜브도 기존 언론과 협력해 신뢰도 높은 영상뉴스 검색이 이뤄지도록 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12개 인터넷 기업이 지난 5월부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가짜뉴스 신고센터에 접수된 가짜뉴스를 삭제하는 등 자율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내 유튜브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유튜브의 미국 내 자체 알고리즘 개발 내용은 국내 콘텐츠와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본사 시범 운영 등을 거쳐 한국 등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어떻게 가능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정보 해독력) 교육을 꼽을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국 워싱턴주는 학생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정규 교육 과정에 편성하고 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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