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은 에스더. 한겨레
올해 상반기 제주도를 통해 입국한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는 거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은 난민 수용과 반대로 나뉘어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대량 살포됐다.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고 피해자 절반이 아동이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가 높다’ ‘시리아 난민이 동물원에서 조랑말을 강간했다’ 등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다양한 판본으로 변주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다. 난민에 대한 광범위한 공포와 혐오를 불러온 계기였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지만 이들 가짜뉴스엔 공통점이 있었다. “해외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라며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프간 이민자 성범죄율 79배’와 ‘조랑말 강간’ 등의 출처는 언론이 아닌 미국판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라 할 수 있는 혐오 사이트였다. ‘스웨덴 성폭력 92% 이슬람 난민’ 기사는 스웨덴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위원회가 낸 공식 자료를 통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런 가짜뉴스들을 ‘충격적인 진실’이라며 국내에 유포·확산한 이들은 누구일까. <한겨레> 확인 결과, 이 가짜뉴스들의 발원지는 ‘에스더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이라는 종교단체의 누리집 게시판(공지사항)이었다. 에스더는 이용희 대표(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2007년 만든 기독교 우파 운동단체다. ‘북한구원 통일한국’을 기치로 초교파 기독교 운동을 표방한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가 이슬람 혐오 주장의 근거로 올린 중남미 커뮤니티사이트의 가짜뉴스. 이슬람 교단 지도자인 이맘이 ‘아동 성폭행은 우리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에스더기도운동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가 확보한 에스더 회원 명부에는 7000명가량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에스더 관계자는 “실제 회원은 2000~3000명 정도이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수백명 규모”라고 말했다. “인터넷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증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지향하며 꾸준히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를 길러내고 있다.
<한겨레>와 만난 복수의 에스더 내부자들은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의 핵심 역할은 댓글을 달고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것”이라며 “에스더는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청년을 모아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댓글부대’를 양성했고, 이용희 대표를 정점으로 한 기획실에서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에스더는 ‘밝은 인터넷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등 인터넷 유관단체를 설립하고, ‘풀타임 인터넷 전사’로 명명한 청년 수십명에게 가짜뉴스 배포 등 인터넷 여론 조성 작업을 시켰다. 인터넷 전사로 활동했던 한 에스더 관계자는 “‘미디어 선교’라는 명목으로 성소수자 혐오, 북한 관련 안보 위기 강조, 문재인·박원순 등 특정 정치인 관련 부정적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고 ‘공감’ ‘추천’ 수도 높였다”며 “가짜뉴스는 이용희 대표가 원톱이 되어 글을 작성하면 ‘톱다운 방식’으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퍼날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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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결망 분석을 시도했다. 개신교발 가짜뉴스가 유튜브에서 확산될 때 주로 유통되는 채널 및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을 찾아 3단 연결망(가짜뉴스-채널-인물)을 분석한 결과, 에스더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독교발 혐오 뉴스를 가장 왕성히 전파하는 25명 가운데 21명이 에스더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고, 최근 기독교발 가짜뉴스 22개가 모두 에스더와 연관돼 있었다.
먼저, 3단 연결망 분석의 1단계로 개신교발 가짜뉴스 22건을 선정했다. 오랫동안 기독교 가짜뉴스를 추적해온 페이스북 페이지 ‘기독교 루머와 팩트’와 기독교 전문매체 <뉴스앤조이> 등이 명백한 거짓으로 판명한 가짜뉴스들이다. ‘차별금지법은 교회탄압법이다’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무슬림 늘어나면 강간율 커진다’ ‘개헌하면 공산주의 국가 된다’ ‘종교인 과세는 개신교 말살 정책이다’ 등 22건이다. 2단계에서는 에스엔에스(SNS)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인 노드엑셀(NodeXL)을 통해 가짜뉴스와 관련된 특정 단어(‘수간 합법화’ ‘이슬람 강간’ 등)로 주요 영상 정보를 수집했다. 가짜뉴스를 한차례 이상 다룬 채널 중 구독자 수 1000명 이상이거나 총 조회수 10만 이상인 채널을 추리자 20개가 확인됐다. ‘마라나타 티브이’ ‘케이에이치티브이’(KHTV) ‘지엠더블유(GMW)연합’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요 채널 2개 이상에 등장하는 인물 25명을 추렸다. 원작자나 운영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짜뉴스와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 간접적으로 연관 인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목사나 장로 등 기독교 관련 직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인물은 25명 중 14명이었다. 에스더 금요철야 기도회, 에스더기도센터, 지저스아미콘퍼런스, 느헤미야 국가금식기도성회, 미스바대각성 구국기도회 등 에스더기도운동이 주관하거나 깊이 관여하는 다양한 행사에 반복해서 주요 강연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용희 에스더 대표는 주요 채널 6개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이 대표를 비롯해 염○○·이○○(9개 채널), 길○○·박○○·김○○·박○○(6개), 김○○·이○○·정○○(5개), 이○○·이○(4개), 김○○·조○○·데○○○○(3개), 지○○·소○○·김○○·이○○·백○○·한○○(2개) 등이 주요 채널에 등장한다. 연결망 분석 결과 에스더와 주요 인물들이 만든 가짜뉴스들은 최소 20개 이상 유튜브 채널에서 137만명 이상이 시청했다.(9월1~15일)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곳을 합치면 시청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결망은 에스엔에스에 만연한 ‘혐오 발언’ 전파의 지형도이기도 하다.
몇년 안에 우리나라 이슬람 인구가 100만명을 넘길 것이라며 이용희 에스더 대표가 올린 글과 사진. ‘서울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등 여러 형태로 변주돼 널리 유포됐다. 에스더기도운동 누리집 갈무리
에스더가 만든 가짜뉴스들은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 징역형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 △동성애 합법화하면 수간도 합법화 △동성애 케이크 제작 거부 미국인 1억6000만원 벌금 폭탄 △동성애 교육 항의 아버지 감옥행 등이다. 이들 주장은 이용희 대표의 강연 자료나 에스더 공지사항에 올라온 내용이었는데, 각각 쪼개져 카카오톡 등으로 퍼지거나 유튜브 가짜뉴스 영상의 숙주가 됐다. 에스더 관련 채널과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가짜뉴스가 그동안 한국 사회 혐오담론의 바탕이었던 셈이다. 유통 경로에는 목사·장로·전도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유포망의 정점, ‘가짜뉴스 공장’이 바로 에스더였다.
난민 반대 여론은 극우주의자, 정치적 보수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난민 입국을 두고 찬반으로 양분됐던 여론이 반대 쪽으로 기운 건, 가짜뉴스가 만든 공포와 혐오 탓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도적인 허위 정보에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은 셈이다. 에스더 등 극우 기독교 세력의 활동이 인터넷 여론 왜곡 수준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찬 ‘기독교 루머와 팩트’ 운영자는 “에스더는 기독교발 가짜뉴스의 핵심 그룹으로 ‘영적 전쟁’을 빙자한 정치싸움을 벌인다. 극우 정치세력과 적극적으로 결탁해 사회 이슈의 변화 흐름을 타며 보수 정치세력에 유리한 여론 환경 조성에 적극 복무한다”고 지적했다.
에스더 대표인 이용희 교수는 “우리는 가짜뉴스를 배포하지 않았다. 순수한 선교 단체다. 가짜뉴스를 발송한다는 것은 무지막지한 일이다. 근거가 없고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선교 단체로서 인터넷 사역은 다 하는 일”이라며 “(우리가 전달하는) 뉴스 500개 중에 한두 개 잘못된 부분을 보고 모두 가짜뉴스라고 몰아가지 말라.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뉴스를) 전달할 때 시민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책임이 있느냐. 사실관계가 다르면 정정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김완 박준용 기자,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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