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02 20:08
수정 : 2018.09.17 18:05
가사노동 분담률 낮은 한국
아이들도 학습 시간 계속 늘어
스페인, 법제화 움직임까지
집안일 어릴 때부터 시켜야
책임감·자존감 쑥쑥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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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로 바쁜 엄마 아빠를 도와 빨래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남매가 돕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도와온 남매는 웬만한 집안일은 척척 한다. 전문가들은 집안일에 동참하면서 아이들이 자존감, 자립심, 책임감, 소속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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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고 음식 만들고 정리하고 청소하기.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 일들을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주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4’ 보고서만 봐도 한국 남편들은 아내와 공평하게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비율이 북유럽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가사 노동 분담률이 저조한 것은 부부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성적만을 중시하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아이를 키우는 문화 속에서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10대 아이들(10~19살)은 요리·청소와 같은 가정관리에 사용하는 시간이 1999년도에는 하루 평균 39분이었고, 2009년도에는 하루 평균 38분이었다. 반면 학습에 사용하는 시간은 1999년도에는 하루 평균 7시간41분이었는데, 2009년도에는 7시간50분으로 학습 시간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아이들 교육이 학습 위주의 한국과는 달리 자녀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을 아예 법적으로 의무화하자는 나라가 있다. 흥미롭지 않은가? 바로 그 나라는 스페인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의 저자이자 글로벌 시티즌십 전문가인 송은주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스페인의 대중당 알레르토 구티에레스 알베르카 의원은 ‘아이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법안을 내놔 스페인 사회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법안은 아이가 훌륭한 시민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제시하며 어른들이 함께 구축해야 할 의식을 규정하고 있다. 나이·성별·국적에 상관없이 사람을 존중하기 등을 포함한 이 법안에서는 여러 조건 가운데 18살 이하 자녀들은 가정을 돌보고 집안일을 수행할 공동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시화하고 있다. 송 박사는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책임감을 배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본 반면, 반대론자들은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킬 것인가는 가정에서 부모가 결정해야 할 일이지 정부가 규제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가족 문제를 사적인 영역 문제로 여기지 않고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은 스페인에서는 이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스페인에서는 결혼서약서에 남편이 반드시 집안일, 육아 및 어른 봉양의 50%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명시하도록 했고, 2014년에는 이를 거부할 경우 법적 제재 조치까지 받도록 내용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남편이 결혼 기간 동안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약 1억4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한 판례까지 나온 바 있다.
스페인의 이러한 흐름을 차치하고서도 많은 자녀 양육 전문가 및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집안일에 참여시키면 아이들의 자존감, 소속감, 책임감, 자립심 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남녀 평등의식은 물론 학습 능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국 상황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원 가고 숙제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집안일이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집안일 시키기의 효능을 확인하고 연령대에 맞게 집안일 교육에 돌입해보면 어떨까?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는 심부름 습관>의 저자이자 일본에서 ‘가사 학원’을 열어 집안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쓰미 나기사는 아이 연령별로 어떻게 집안일을 가르칠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만 1~3살 아이들에게 집안일은 놀이의 연장이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쓰레기를 골인시켜봐” “우유 마신 컵을 개수대에 갖다 놓자” 등 간단한 집안일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야 한다. 아이가 해볼 때는 도와주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부모가 먼저 도와주면 아이의 의지력이 약해진다.
만 3~6살 아이들은 작은 일이라도 역할을 만들어 맡기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물건 넣기, 수돗물 잠그기 등 작은 일이라도 전적으로 맡겨본다.
만 6~10살 아이들은 완성된 집안일을 맡길 수 있는 나이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쌀을 씻거나 욕실 청소를 하고 자기가 어질러놓은 물건을 치우기, 이부자리 펴기 등 완성된 집안일을 맡겨야 한다. 이때 아이가 잘하고 있는지 지켜볼 생각으로 부모가 옆에 서 있기보다, 아이가 “다 했다”고 말할 때 꼼꼼하게 확인하고 잘한 점을 찾아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만 10살부터 독립할 때까지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녀에게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익히면 나중에 독립했을 때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인 포스터 클라인과 미국 최고의 자녀교육 전문가인 짐 페이는 <아이는 책임감을 어떻게 배우나>에서 집안일 시키기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의 일상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모들 스스로도 집안일을 억지로 힘들게 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고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이들은 사랑과 원칙이 있는 현명한 부모라면, 집안일 목록을 붙여놓고 아이가 어떤 일을 선택할지 기회를 주고, “다음 식사 때까지” “축구장에 데려다주기 전까지” 등과 같이 시간대를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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