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06 09:33
수정 : 2018.09.17 17:37
시대따라 변해온 육아서들
<닥치고 군대육아>(알에이치코리아 펴냄)가 출간된 지 두 달 만에 5만5000부나 팔려 화제가 되고 있다. 출산을 입대에 비교해서 육아는 군생활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이 책은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육아서는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는 추세다. 놀이라도 그냥 놀이가 아니라 미술 놀이, 음악 놀이, 요리 놀이 등등 좀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육아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떤 육아서들이 인기를 끌었을까?
1970~80년대에는 샘터사가 출간한 육아서가 사랑을 받았다. 1977년 문교부 장관 정원식 박사의 <머리를 써서 살아라, 유태 가정 교육의 비결>을 시작으로 이 출판사가 꾸준히 펴낸 샘터유아교육신서가 1980년대를 지나 90년대까지 사랑을 받았다. 르부아예의 <폭력 없는 탄생>부터 <딥스> <젊은 엄마를 위하여> <우리 아이 좋은 버릇 길들이기> 등 다양한 책들이 출간됐다. 이외에도 <아들을 남자답게 키워라>(민예사 펴냄)도 1979년 베스트셀러였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이 책을 요즘 부모들이 읽는다면 터무니없는 책이라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90년대 여성학자들 육아서 등장
남녀평등 사상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1990년대에는 여성학자들이 펴낸 책들과 ‘육아서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쓴 <삐뽀삐뽀 119>(그린비파이프 펴냄)가 인기를 끌었다. 이적의 어머니이자 여성학자인 박혜란씨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엄마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모성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바버라 마코프가 쓰고 여성학자 오한숙희씨가 옮긴 <딸, 이렇게 키워라>(가야북스 펴냄)에서는 아들이 아닌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지침을 제시한다. <삐뽀삐뽀 119>는 기존 육아서와 달리 아예 실용적으로 육아 정보를 백과사전 형식으로 잘 정리했다. 지금까지도 이 책은 많은 부모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삐뽀삐뽀 119>가 성공하자, 비슷한 유의 책이 2000년대 들어 많이 등장한다. 삼성출판사가 2006년에 펴낸 <임신출산 육아백과>와 전찬일 한의사(소아한방과 교수)가 2009년에 펴낸 <자연주의 육아백과>가 그것이다.
2000년 들어 온라인이 새 통로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진 2000년대에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육아서가 많아진다.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잠수네’라는 교육 사이트 내용을 엮어내 <잠수네 소문난 엄마들의 영어교육법>이라는 책이 2003년 출간됐다. 영재 1호로 선정된 최푸름(일명 푸름이)군의 아버지인 최희수씨는 ‘푸름이닷컴’을 운영하면서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자유시대사 펴냄)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푸른육아 펴냄)라는 책을 펴내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육아 관련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면서 방송 내용을 보충하고 정리한 육아서들이 대거 출간된다. <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자존감> <아이의 정서지능> <아이의 자기조절력> 등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다중지능과 자존감, 감정코칭과 같은 개념들이 대중들에게 전파된다. 이외에도 엄마들의 심리 상태나 불안을 다루는 책들도 늘었다.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엄마 수업> <하루 10분 아이를 생각하다>의 책들이 2011년 대거 출간된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파워블로거’의 책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고수들이 훈계하듯 육아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상황과 아픔을 공감해주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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