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아 카제 교수는 “의무교육이 끝난 뒤에도 한 개인을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재가 미디어”라며 “정부가 미디어 산업에 개입해 규제하고 지원하는 이유도 미디어의 그런 속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쥘리아 카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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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디어 구하기’ 쥘리아 카제 교수
쥘리아 카제 교수는 “의무교육이 끝난 뒤에도 한 개인을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재가 미디어”라며 “정부가 미디어 산업에 개입해 규제하고 지원하는 이유도 미디어의 그런 속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쥘리아 카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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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어떻게 생존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보루가 될 것인가.’
디지털 시대, 뉴스 소비는 폭증하지만 광고 수입은 되레 줄어든다. 온라인은 아직 충분한 돈을 만들지 못한다. 광고주 등 안팎의 압박으로 편집권 독립이 흔들리고, 어느덧 생존을 앞세운 경영 논리가 비판과 감시란 언론의 본질적 기능마저 억누른다. 공론장 형성자로서의 기능도 부실해지면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끝 모를 언론의 추락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쥘리아 카제(34)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가 진단한 ‘극단적 위기’에 놓인 언론 상황은 우리의 언론 현실과도 고스란히 겹쳐 있다.
<한겨레>는 창간 30돌을 맞아 카제 교수와 지난 2일 대담을 했다. 파리정치대학 그의 연구실에서 이뤄진 대담에서, 카제 교수는 “<미디어 구하기> 출간(2015년, 국내 번역본은 2017년) 이후인 지금도 언론 상황은 본질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좋은 저널리즘을 위해선 무엇보다 미디어의 소유형태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구체적 대안은 광고 수입에 기대지 않고 독자가 뉴스 정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후원·참여하는 형태다. 바로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와 크라우드펀딩을 말한다. 카제 교수는 특히 ‘미디어기업 모델로서 한겨레신문사’를 두고선 “비록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민 독자들로 구성되는 일반 소액주주가 있고 사원 주주(우리사주조합)가 있는 형태라, 내가 제시한 대안의 가장 한국적 형태”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언론 소유 가장 큰 위험
인터넷상 대처 부족도 추락 불러
미디어 위기는 저널리즘의 위기
공공재 성격 맞게 양질 뉴스를 ―<미디어 구하기> 발간 이후 3년이 지났다. 언론 상황이 여전히 “극단적 위기” 상황인가? “그렇다. 신뢰도가 계속 떨어져 붕괴 지경이다. 프랑스와 미국의 상태가 심각하다. 기자들의 (약화된) 독립성도 위기의 한 요인이다. 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공익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대다수 언론사는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도 세 대기업이 다수 언론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도 비슷하다. 지난해 시사잡지 <타임>이 메러디스 그룹에 인수됐다. 가장 큰 위험은 이런 것이다. 해결책은 프랑스의 메디아파르트나 한겨레 같은 독립언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생겨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언론사들이 유료 모델 선택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는 점이다.” ―이런 위기의 원인은? “인터넷 확산에 대처하지 못한 게 큰 요인이었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미디어 회사들은 인터넷 광고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뉴스를 무료로 배포하고 뉴스에 따라오는 광고로 수익을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돌이킬 수 없는 오류였다. 이는 마치 학교에서 날마다 아이들에게 무료로 크루아상을 나눠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크루아상을 먹으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을 낳았다.” 이윤추구보다 뉴스생산에 힘 쏟게
미디어 소유형태 바꾸어야
대안은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
독자·사원 주주로 구성된 한겨레
새 미디어 모델의 한국적 형태” ―미디어의 위기는 궁극에는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했다. 좋은 저널리즘이란 어떤 것인가? (카제 교수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궁극에는 콘텐츠의 질적 하락에 있다고 진단한다) “뉴스는 공공재다.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재화다. 민주주의는 1인 1표가 원칙이다. 한 표가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기관이 미디어다. 내가 미디어가 공공재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좋은 저널리즘은 재정이 탄탄하고, 주주의 모든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며, 탐사와 심층 보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기사의 길이에 구애받지 않고, 조회 수에 연연하지 않는 저널리즘이다. 또한 좋은 저널리즘은 정보를 ‘잘’ 전달하는 저널리즘이다. 독자가 어떤 기사를 읽었다면, 읽은 내용 모두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미디어기업은 두 얼굴을 지닌다. 하나는 비판과 감시란 공공서비스 기관의 얼굴이며, 다른 하나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얼굴이다. 전자에만 집중하다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존립이 위태롭다. 후자에만 몰두하면 양질의 뉴스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동안 안정적 광고 수입과 편집권 독립은 언론이 이 두 얼굴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해준 두 기둥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제 “과거의 회상”일 뿐이다. 카제 교수는 “광고가 더 이상 미디어를 먹여 살릴 수 없고, 인터넷상에 독자 수백만명이 존재한다는 것도 허상”이라고 갈파한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전적으로 기댈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카제 교수는 미디어(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미디어의 1차 목적에 충실한 새로운 기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미디어의 1차 목적은 “양질의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미디어가 “이윤 추구보다는 뉴스 생산에 온 힘을 쏟도록 할 필요”가 있다. 카제 교수는 이를 위해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와 크라우드펀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를 새 미디어기업 모델로 제시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언론인들에게선 폭발적인 환호를 받았다. 이후 구독자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를 지향하는 수많은 작은 언론사들이 생겼다. 문제는 법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여전히 미디어 회사가 비영리 재단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디아파르트와 연관돼 논의가 많았는데, 이 매체는 독자와 신문기자들,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출자금으로 세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를 추구할 수 있었고 운영도 재단의 형태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돈을 내고 정기구독을 신청하는 고품질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독립언론의 좋은 선례다. 다만, 지금껏 성공한 유일한 (뉴스 유료화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미디어) 매체다.”
카제 교수와의 대담은 파리 7구 파리정치대학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30분 남짓 진행됐다. 그와 남편 토마 피케티 교수는 오는 10월30~31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연사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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