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 분리장벽 앞에서 ‘라이트 투 무브먼트’ 회원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조지 지단(맨 왼쪽)은 분리장벽과 검문소, 이스라엘 정착촌 등으로 이동권이 억압받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덴마크 여성 2명과 지난 2012년 라이트 투 무브먼트 운동을 시작했다. 베들레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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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⑨ 팔레스타인 청년의 마라톤 프로젝트
운동 불모지 팔레스타인에
마라톤 꽃피운 조지 지단
주말 모여 왕복 10㎞ 달리며
베들레헴 국제마라톤대회로 키워
42㎞ 안 나와 왕복 두번
장벽 끼고 달리며 ‘이동 난관’ 체험
대회 수익 나자 자치정부가 가져가
“12년 동안 같은 사람들이 통치
우리 프로젝트 망쳐놨습니다”
지단, 청년대표 없는 현실 개탄
그러나 달린다, 좌절 금지 위해
12일 오후(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 분리장벽 앞에서 ‘라이트 투 무브먼트’ 회원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조지 지단(맨 왼쪽)은 분리장벽과 검문소, 이스라엘 정착촌 등으로 이동권이 억압받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덴마크 여성 2명과 지난 2012년 라이트 투 무브먼트 운동을 시작했다. 베들레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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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현지시각) ‘라이트 투 무브먼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 분리장벽 앞을 뛰어가고 있다. 베들레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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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성공 스토리’처럼…팔레스타인도 웃는 날 왔으면” 장벽 안팎 싸움에 지친 청년들
마라톤하며 웃음 찾아
‘해피 프로젝트’로 바뀐 일상
“작은 변화로 희망 보아요” 이들의 성공 스토리가 장벽 밖으로 퍼지자 방해자가 등장했다. 엉뚱하게도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국제 마라톤대회를 자신들이 주최할 테니 라이트 투 무브먼트는 정부 밑에서 일하라고 했다. 자치정부는 마라톤대회에 들어오는 수익에 욕심을 냈다. 지단은 정부의 관여를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의 마라톤대회는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우린 매우 당황했어요. 마라톤은 팔레스타인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프로젝트였어요. 여기에서는 주로 돈을 쓰는 프로젝트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는 자신의 사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팔레스타인 청년 사의 ‘갭’(간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흘 뒤인 12일 라이트 투 무브먼트가 훈련하는 ‘가톨릭 액션 스포츠 코트’를 찾았다. 여성과 남성, 국적과 연령대가 다른 30여명이 모여 있었다. 마라톤대회는 2년 전 끝났지만, 이들은 아직 운동화 끈을 풀지 않았다. 몸을 푼 다음 왕복 달리기, 계단 달리기, 플랭크, 스쿼트를 쉴 새 없이 했다. 얼굴이 벌게진 참가자들을 지단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스물네살 여성 아마니 아부 아와드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성이 밖에서 운동하는 게 어렵다. 처음엔 체크포인트 앞에서 뛰는 것도 두려웠는데, 여기서 함께하다 보니 이젠 혼자서도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이들의 운동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뒤에야 1시간 만에 끝났다. 9개월째 운동에 참여한 독일인 말비나 자네츠코(19)는 “이 운동은 성공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스토리가 좌절에 빠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운동을 마친 지단을 붙잡고 팔레스타인 청년과 정부 사이의 ‘갭’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팔레스타인은 12년 동안 선거를 하지도 않았고, 계속 같은 사람들이 정부와 의회를 맡고 있어요. 거리에 나가보면 절반 이상이 청년인데, 의회에는 우리의 대표자도 없고 우리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정부는 좋지 않은 결정을 많이 했고 책임도 지지 않아요. 우리 프로젝트도 이렇게 망쳐놓지 않았습니까.” 지단은 “청년들은 기존 리더십에 저항하고 싶지만 무서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벽 밖과 싸우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장벽 안에서도 지쳐 있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13년째 집권 중이다. 아바스 대통령은 선거 없이 임기만 늘려가고 있다. 부패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건너편 가자지구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60%를 넘어선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지단은 “해피(행복) 프로젝트가 필요했다”며 “팔레스타인은 테러나 분쟁 등 나쁜 이미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문화적으로 청년과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사나운 총과 거대한 장벽 앞에서 이런 운동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물었다. “나 혼자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이것은 작은 변화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웃게 하고, 마라톤을 하고, 국제사회가 우리 스토리를 보게 하고…. 그러다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가 바뀌지 않을까요.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낼 수 있다는 일상의 희망을 갖는 것 말입니다.”
12일 오후(현지시각) ‘라이트 투 무브먼트’ 회원들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 분리장벽에서 운동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들레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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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평화
평화원정대가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라이트 투 무브먼트’의 조지 지단이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지단은 영어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를 평화의 의미로 풀었다. 베들레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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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가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식민과 장벽 저항 위원회’의 하산 브레이저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브레이저는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아말’을 평화의 의미로 풀었다. 라말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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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가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 카두라 파레스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파레스는 아랍어로 ‘평화는 생명이다’를 뜻하는 ‘살람 하야’를 평화의 의미로 풀었다. 라말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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