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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2 18:59 수정 : 2018.06.23 06:46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유네스코(UNESCO)에서 일하는 노민희(왼쪽)씨와 유진선씨가 7일 저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평화원정대와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라말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팔레스타인의 희망 찾기

팔레스타인서 유엔기구 활동하는
한국인 노민희·유진선·정은진씨

검문소 때문에 학교 못가고
전기는 하루 4시간만 공급
“이 점령정책 계속되는 한
우리 역할은 더 필요하겠죠”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유네스코(UNESCO)에서 일하는 노민희(왼쪽)씨와 유진선씨가 7일 저녁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평화원정대와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라말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외신이 전하는 팔레스타인의 모습에는 희망이 없다. 분리장벽에 갇혀서 목이 졸리거나, 서서히 목조임을 당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곳에도 작지만 평화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에 있는 유엔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성 3명을 만났다. 현재 이곳 유엔기구에는 한국인으로는 여성만 4명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3명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수도인 라말라의 시청 앞 카페에서 만났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오차)에서 일하는 노민희(27)씨,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에서 일하는 유진선(29)씨,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을 위한 국제연합기구(유엔여성기구)에서 일하는 정은진(33)씨다.

“이스라엘 체크포인트(검문소)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군인들이 몸과 가방을 심하게 검사하면서 학대하니 지나가지 못하는 거죠. 우리 일은 이곳의 학교를 지원하고, 아이들이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받게 하는 것이에요.”(유진선)

“오차는 재난이나 분쟁 상황에서 유엔기구나 엔지오(NGO)의 역할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요. 구글 지도에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잘 나오지만 팔레스타인 촌락은 잘 나오지 않아요. 오차는 이스라엘 체크포인트와 거주 지역 구분 등이 잘 나와 있는 지도도 만들어서 지원하죠.”(노민희)

“사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가자지구에 가보면 전기가 하루에 4시간만 공급이 돼요. 아기들을 위한 병원 인큐베이터도 가동하기 힘들죠. 그곳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이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것에 감사하게 돼요.”(정은진)

팔레스타인에는 2016년 9월에 노민희씨가 가장 먼저 왔다. 유진선씨는 지난해 4월, 정은진씨는 지난해 7월에 도착했다. 위험한 곳에 왔다고 가족들이 걱정하기도 했지만, 노씨는 “부모님이 팔레스타인에 와서 본 다음에는 주변에 이곳 상황을 적극 알리고 있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희망도 본다고 했다. “가자지구에 가면 좌절한 남자들이 아내와 자식을 학대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한 여성들을 많이 봤어요.” 동티모르와 네팔 등에서도 일한 바 있는 정씨는 “세계적으로 봐도 가자지구가 교육수준이 높고 역량 있는 여성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정씨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남북한 분단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전했다. “여기도 가자(하마스 정부)와 서안(파타 정부)으로 나뉘어 있거든요. 하마스와 파타 사이에 갈등이 크니, 남북이 정상회담을 하는 날 가자지구 사람들이 ‘너네는 화해를 하고 있다’면서 축하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이들도 가끔 우울함을 느낀다. 정씨는 지난달 14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을 때를 기억했다.

“업무를 보통 이메일로 하거든요. 그날따라 이메일이 안 오는 거예요. 사람들이 항의시위를 하다 죽은 팔레스타인 사망자 숫자가 뉴스에서 계속 올라가는 것을 보며 우울해서 일을 못 하는 거죠. 예루살렘에서 트램(노면전차)을 타고 조금만 가면 이스라엘 구역이 나오는데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그곳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축제 분위기였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걸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예루살렘에서는 아랍인이 이용하는 버스와 이스라엘인이 이용하는 버스가 다르다고 했다. 노씨는 “같은 도시인데도 동-서 예루살렘을 잇는 교통수단은 트램밖에 없고, 이스라엘인이나 아랍인이나 무서워서 상대방이 이용하는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지 않아도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막힌 상태라는 것이다. 군인 등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이유로 유엔기구 직원에게도 적대적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가 (평화를 위한) 역할을 조금이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스라엘이) 소리 없이 천천히 (팔레스타인) 목을 조르는 상황이, 이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이 슬픈 거죠.”(정은진)

라말라/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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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겨레 창간 30돌] 평화원정대 : 희망봉에서 널문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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