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9 05:00
수정 : 2018.06.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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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두라 파레스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이 7일 오전(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라말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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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⑧ 거대한 장벽에 갇힌 팔레스타인
카두라 파레스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
무장투쟁 하다 14년 수감생활 전력 “이스라엘은 우리와 균형 이룰 생각 없지만
이젠 협상과 대화가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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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두라 파레스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이 7일 오전(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라말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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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어린이부터 80살 노인까지 감옥에 갇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가두는 나라가 있을까. 한국에는 있나?”
카두라 파레스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이 물었다. 지난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행정수도 라말라에서 카두라 전 장관을 만났다. 그는 현재 ‘팔레스타인 수감자 클럽’의 의장을 맡고 있다. 팔레스타인입법의회 의원이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당의 핵심 인물 중의 하나였다.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누구나 6개월 동안 잡아둘 수 있다는 법을 가지고 있다. 6개월 뒤엔 다시 연장해 구금하는데, 팔레스타인 6000여명이 감옥에 잡혀 있다.”
카두라 전 장관은 8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수감 생활을 경험했고, 장기 수감자 가운데는 36년 동안 감옥에 있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이스라엘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하다 붙잡혀 1980년부터 1994년까지 14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감옥에서는 1992년 팔레스타인 수감자 1만1000여명이 참여한 단식투쟁을 이끌었다.
“당시에 단식투쟁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국제법은 무시됐다. 칫솔이나, 펜, 책, 포크 등 어느 것 하나도 싸우지 않고는 얻을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지난해에도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며 단식투쟁을 했다.
카두라 전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과 균형을 이루며 살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스라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이스라엘군과 맞서는 무장투쟁을 최선으로 보지 않았다. “협상과 대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찾는 것을 더 선호한다. 가능하면 대화를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남과 북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한때 총을 들었다가 지금은 대화를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현재 팔레스타인이 처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차지하고 있는 가자지구에선 ‘대귀환 투쟁’을 하고 있지만, 파타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안지구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이스라엘과의 분쟁 못지않게 팔레스타인 내부 갈등도 심각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11년 동안 봉쇄해 서안지구와 철저히 분리하는 전략까지 쓰고 있다.
그는 “우리는 현재 평화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말라/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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