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9 05:00
수정 : 2018.06.19 09:47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⑧ 거대한 장벽에 갇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한국인 의사 이재헌씨
“‘위대한 귀환’ 분쟁 9주새
총상환자만 3500명 달해
‘외과의 급구’ 달려왔지만
수술칼·진통제 모자라 발동동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한국인 의사 이재헌(41)씨는 가자지구에 오기 전에도 세 차례 분쟁지역에 파견된 적이 있다. 요르단, 아이티, 부룬디에서 각각 두 달씩 활동했다. 가자지구는 애초 계획에 없었지만,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사람이 총에 맞아 정형외과 의사가 다급히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1년치 휴가를 털어 짐을 쌌다고 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는 최근 9주 사이에 가자지구에서 128명이 숨졌고, 1만3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500명이 총상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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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헌 ‘국경없는의사회’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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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오전에는 상처치료실에서 외래환자를 치료한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이 외래로 매일 20∼30명씩 온다. 90% 이상이 총상 환자다. 어느 분쟁지역보다 높은 비율이다. 한국이라면 수술실 들어가서 씻어내야 할 환자들인데 그것에 준해 치료한다. 오후에는 피부이식 등 수술을 한다. 목요일이 되면 금요 집회에서 대량 사상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치료가 덜 끝난 환자도 퇴원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다친 사람은 대부분 20대 초반 청년들이라고 했다. 심한 총상을 입은 경우가 많아 짧게는 몇달, 길게는 몇년씩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치료해도 장애가 남을 우려가 큰데, 그곳에는 의료품마저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가자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 모두가 이스라엘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된다. 드레싱 세트도 준비하기 어려울 정도다. 피부이식을 할 때 전동 피부칼이 아닌 손칼로 피부를 채취할 수밖에 없는 여건인데, 그나마 소모품인 손칼을 팔레스타인에서 새로 구할 수도 없다. 피부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엄청 밀려 있다. 수술에 필요한 항응고제, 진통제 등 부족한 게 너무 많다. 다른 곳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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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분리장벽 앞에서 ‘위대한 귀환 행진’ 시위를 벌 이다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남성.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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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는 “지하수의 95%는 사람이 마실 수 없고, 수돗물은 짜다”고 가자지구의 상황을 전한다. 이씨는 가자지구에 와서 인상적인 것이 ‘드론’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띄운 드론이 항상 날아다닌다. 비행체에서 나는 ‘윙’ 하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리는데, 조용한 밤이나 새벽에는 더 크게 들린다. 잠을 방해할 정도다.” 이스라엘은 무기를 장착한 공격용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장벽 주변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살포할 뿐 아니라 가자지구 시내를 감시하는 데도 드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말라/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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