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6 05:00
수정 : 2018.06.06 09:34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⑦ 이탈리아 시골마을 ‘난민 공존’ 실험
국경없는의사회 코디네이터 루산
“리비아 해안경비대 개입 뒤 더 악화
군인인지 인신매매조직인지…
난민들, 다른 선택권 있다면
목숨 걸고 지중해 건너지 않을 것”
“난민 문제는 유럽연합 차원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다. 한국인들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지난 1일 로마에 형성된 난민촌 19곳 중의 하나인 ‘바오바브 캠프’를 찾아,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흐마드 알 루산 난민지원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를 만났다. 바오바브 캠프는 로마 티부르티나역 뒤편으로 나와 10분 정도 한적한 길을 걸어가다 보면 나온다. 주차장 터처럼 보이는 아스팔트 위에 크고 작은 낡은 텐트들이 보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일주일에 한번 바오바브 캠프를 찾아 난민들을 치료하고 심리상담을 한다.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흐마드 루산이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티브르티나역 인근 주차장에 형성된 바오바브 난민촌에서 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보바브 난민촌에는 약 300여명의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티브리티나역 인근에 형성된 난민촌은 정부 당국의 철거로 20여번 이동을 했다. 지금 장소에는 1년여 전에 자리를 잡았다. 로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루산은 2012년부터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바다 위 보트와 바닷가 캠프, 도시의 난민촌에서 6년 동안 숱하게 많은 난민을 만났다. “2014년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넘어오는 수천명의 시리아 난민을 봤다. 보트를 타고 무작정 건너오는데, 우리는 중간에 얼마나 보트가 침몰했는지,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숨졌는지 알지 못한다.”
유럽은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지난 2015년 9월2일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되자,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기 시작했다. 루산이 맡은 일은 난민 보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바다 위에서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면 위험하다. 이들을 이해하고 다독여야 한다.” 루산은 이탈리아인이지만 요르단 출신이다.
오랫동안 난민 문제를 지켜본 루산은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부터 난민들이 바다를 건너는 게 (누군가의) ‘비즈니스’였지만, 이제는 (리비아의) 군사력이 개입되면서 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그곳에 국가가 거의 사라져서, 군인인지 인신매매조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난민의 여정은 아프리카에서 가진 돈을 다 빼앗기고,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넌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시칠리아 섬에 도착한 이들은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해 로마로 와서 바오바브 캠프 등을 찾는다. 2015년부터 형성된 이 캠프는 20번을 철거당하며 쫓겨난 뒤 1년 전 이 자리에 마련됐다고 한다. “바오바브 캠프에는 물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시청에 가서 말해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난민들에게 물을 지원하고, 세끼 식사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난민들은 이곳에서 친척이나 친구가 보내주는 돈을 받으려고 기다렸다가 떠난다.”
그는 난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유럽으로 온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했다. “나에게도 두 아이가 있다. 이 아이들을 차에 태워 갈 때도 신경이 쓰이는데, 어두운 밤에 바다 위에서 아이를 안은 채 보트를 타는 이들은 어떨까. 다른 선택권이 있다면 결코 그 배를 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걸 알아야 한다.”
로마/이완 기자
wan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