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주년 특별기획]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케냐 무랑가주 대나무 농장
그린벨트운동의 역점사업
땔감부터 다양한 제품까지
“우리 애들의 좋은 삶 위해”
케냐 무랑가주에 가면 8에이커(3만2400㎡) 넓이의 대나무밭이 나온다. 그린벨트운동이 최근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대나무 생물자원 기업인’ 운동이 펼쳐지는 곳이다. 지난 3일 이곳에서 만난 49살 여성 버지니아 완지루는 “5㎞ 떨어진 집에도 심은 대나무 덕분에 이젠 땔감을 구하려고 멀리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운동에 참여하기 전까진 이틀마다 15㎏의 장작을 200케냐실링(대략 2000원)에 사야만 했다.
2013년 11월 심은 에티오피아산 대나무는 만 4년이 된 지난해 같은 달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한국 대나무와는 달리 여느 나무처럼 속이 꽉 찬 이곳 대나무는 땔감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도구로도 제작된다. 완지루를 비롯한 이곳 주민 20여명은 대나무를 깎고 다듬고 붙이는 작업을 거친 뒤 수건걸이, 반죽밀대, 주걱 등의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을 그린벨트운동 지역 활동가 윌리엄 키피에고에게서 배웠다. 목표는 분명하다. 이들 제품을 팔아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영어가 서툰 탓에 키쿠유 말과 영어까지 이중 통역을 거쳐 의사를 주고받은 완지루는 자신이 낳은 6남매 가운데 한국 학제로 현재 고2에 해당하는 막내아들이 대학에 진학해 자신 같은 삶을 벗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9남매 중 여섯째인 나는 초등학교를 마친 뒤 진학을 못했어요. 부모님이 경제 사정을 들어서 ‘동생들에게 양보하라’고 했거든요. 우리 애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삶을 살길 바랍니다.”
남편과 함께 짓는 콩·옥수수 농사만으론 생계를 꾸리기 힘든 완지루는 이웃 농장에서 날품을 팔아 수입을 올린다. 남편도 건설현장 같은 곳에 일이 있을 때마다 나간다. 완지루는 따로 나가 사는 첫째부터 셋째까지 누구한테서도 경제적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들 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내게 돈을 빌리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맙죠.” 그녀가 대나무 사업에 희망을 거는 가장 큰 이유다.
마라구아/전종휘 유덕관 기자 symbio@hani.co.kr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각) 케냐 무랑가주 마라구아의 대나무 농장에서 만난 여성들. 이들은 대나무를 길러 연료로 이용할 뿐 아니라 수건걸이, 반죽밀대 등을 생산해 소득을 올린다. 이 사업은 그린벨트운동이 최근 추진중인 ‘대나무 생물자원 기업인’ 운동의 하나다. 마라구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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