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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3 05:03 수정 : 2018.05.10 11:49

[창간30주년 특별기획]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잠비아 복싱영웅 피리의 ‘또다른 링’
1년 1200만명 자의·타의 조혼
경제빈곤·종교·문화·관습 탓 커
학업중단·가정폭력 악순환 되풀이
국제사회 2030년까지 근절나서

지구별에 사는 35억 여성 가운데 18살 이전에 결혼한 이는 무려 6억5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해마다 1200만명의 18살 미만 소녀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결혼한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아동결혼을 지구에서 근절하는 목표를 세웠다.

21세기에도 아동결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 아이를 많이 낳는 저개발국에서는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 어린 딸을 결혼시켜버린다. 종교, 문화적 편견과 관습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춘기를 맞은 딸이 성에 눈뜨게 되고 이 과정에서 혼전 임신을 하면 집안의 불명예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 아동결혼을 재촉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아동결혼의 최대 악덕은 어린 소녀들을 끊임없이 폭력과 무지의 상태로 몰아넣는 ‘도돌이표’라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면 학업을 계속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또 아이를 갖게 되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대개의 경우 나이가 훨씬 많은 남편의 가정폭력을 동반하기 쉽다. 이러다 성인이 되어도 학력이 낮고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도도 떨어지는 탓에 스스로 다른 삶을 개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유니세프는 각종 보고서에서 “결국 아동결혼은 아동을 가족과 친구한테서 분리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자유가 부족한 상황에 부닥치게 한다. 이는 소녀의 정신적·육체적 안위에 중대한 결과를 남긴다”고 지적한다.

아동결혼은 전반적인 감소 추세이지만, 지구상에서 하루도 끊이지 않는 전쟁과 분쟁은 지역적인 급증을 부르곤 한다. 요르단 사법당국은 2014년 15% 수준이던 자국 내 시리아인들의 아동결혼율이 4년이 지난 올해 36%로 늘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아동결혼이 미성숙한 소녀들의 몸에 남기는 상처는 때로 끔찍하다. 해마다 세계에서 7만명의 소녀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숨진다. 가까스로 아기를 낳아도 출산 과정에서 방광이 망가져 소변을 조절할 수 없는 산부인과 질환에 걸리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결혼율이 무려 76%에 이르러 세계 최악인 것으로 알려진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선 이 또한 부끄러운 일로 간주돼 혼자서 끙끙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이런 이들만을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활동할 정도다.

평화원정대와 만난 잠비아 엔지오연합회(NGOCC)의 엥와세 므왈레 사무총장은 “어린이들이 더 큰 상상력을 발휘하고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시설을 더 제공하고 장려해야 한다. 또 부모들에게 아동결혼의 금지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아이들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를 자신의 관습이나 의지대로 움직이려 해선 안 된다. 아이의 삶을 존중하고 아이가 조혼으로 받게 될 고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사카/전종휘 유덕관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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