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② 잠비아 복싱영웅 피리의 ‘또다른 링’
전 세계권투평의회(WBC) 여자 밴텀급 챔피언 캐서린 피리가 지난달 22일 오전(현지시각)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에 있는 오리엔탈쿼리스 복싱짐에서 훈련을 하고 있 다. 피리는 2016년에 챔피언이 됐고 2017년에 타이틀을 잃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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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는 그게 싫어 복싱을 택했다
2016년 세계챔프 오른 그녀의 외침
“아동은 결혼 대신 학교교육 받아야”
소녀들이 점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마리아나 후아레스(멕시코)에게 0 대 3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권투평의회(WBC) 여자 밴텀급 챔피언 타이틀은 그녀의 것이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2차 방어전이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가슴 아픈” 패배였다. 그 패배에도 불구하고 세계권투평의회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첫 아프리카인이라는 기록은 달라지지 않는다. 캐서린 피리(26)는 변함없는 잠비아의 권투 영웅이다. 2016년 1월, 피리는 야스민 리바스(멕시코)를 7라운드에 꺾고 챔피언이 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챔피언에 오른 직후부터 그녀는 권투계에서 자신이 이룬 성공 못지않게 정치적 발언과 사회활동으로 화제를 모았다. 타이틀을 획득한 지 한달 만에 챔피언은 다음과 같이 공개 선언을 했다. “가난한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내가 가난한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을 곧장 준다면 그것은 곧 끝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평생의 힘이다.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단체들과 함께 기업에 로비를 할 것이다.” 지난달 22일, 평화원정대는 잠비아 수도 루사카 외곽에 있는 피리의 소속사 오리엔탈쿼리스 복싱짐을 찾았다. 줄루 감독에게 매서운 주먹을 휘두른 뒤 링에서 내려오는 그녀를 향해 남성 일색의 원정대 일행은 저도 모르게 조아리듯 고개를 숙였다. 피리는 지난해 12월, 그새 후아레스에게 타이틀을 빼앗은 파투마 자리카(케냐)에게 도전했으나 또 무릎을 꿇었다. 의기소침할 만도 한데,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앞부분은 천천히 시작해서 후반에 따라잡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먹히지 않았어요. 작전 실수였죠. 지금 당장 자리카와 다시 붙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길 거고요.” 피리는 재능과 승부사 기질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의 불타는 투지는 천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성공한 권투선수로서 여성 교육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그녀의 활동에 여성들의 롤모델이 등장했다는 사회적 평가가 잇따랐다. “캐서린 피리에게서 영감을 받은 여성들이 점점 권투에 빠져들고 있다”는 언론의 분석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훈련장에서도 경기장에서도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잠비아의 여성, 특히 어린 소녀들의 꿈과 희망이 함께한다. 피리가 여전히 자신감으로 충만한 원천이기도 하다. 한편 그녀가 일개 운동선수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이 나라 소녀들의 인권 수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잠비아에는 어린 여자애들이 조금만 나이 들면 조기결혼시키는 풍습이 매우 흔해요. 가정형편 등을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허드렛일만 시키기도 하죠. 그런데 남자애들은 달라요. 나는 그게 싫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피리는 1992년 지게차를 운전하는 아빠와 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4녀2남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어릴 적엔 부끄러움도 많았지만 화도 잘 내는 성격이었다. 툭하면 남자애들과도 싸워서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승률은 어땠을까? “반은 지고 반은 이겼다”며 그녀가 흰 이를 드러낸 채 수줍게 웃었다. 초등 7년, 중등 5년 학제에서 5학년인 11살 때 축구를 시작한 피리는 중2 때 새로 이사한 지역에서 축구클럽을 찾다가 “개인 경기의 매력에 끌려” 권투로 종목을 바꿨다. _________
“조혼은 삶의 덫” 나는 소녀들을 위해 사자처럼 싸운다
전 세계권투평의회(WBC) 여자 밴텀급 챔피언 캐서린 피리가 지난달 22일 오전(현지시각)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에 있는 오리엔탈쿼리스 복싱짐에서 훈련을 하고 있 다. 피리는 2016년에 챔피언이 됐고 2017년에 타이틀을 잃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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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결혼·학교 자퇴 피하려 선택”
세계챔피언 된 뒤 토해낸 첫말
“어린이들이 교육받게 돕겠다”
이벤트대회 등 조혼 철폐 앞장
“이 싸움은 모든 사람이 할 일”
잠비아 정부도 팔 걷고 나서 아동결혼은 잠비아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다. 아동결혼율이 42%에 이른다. 잠비아의 20~24살 여성 100명 가운데 42명이 18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루사카 같은 도시 지역은 28%이지만, 시골 지역인 이스턴주(60%)나 루아풀라주(50%)는 절반을 넘나든다. 한국의 아동 인권이 멈추는 주요 지점이 과도한 학습노동을 강요하는 입시와 학원이라면, 잠비아의 아동 인권은 때 이른 결혼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역 권투계에 어린 피리의 이름이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세계 챔피언을 시켜주겠다는 줄루 감독의 제안이 들어왔다. “2012년 처음 피리를 봤을 때 그녀가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어요. 피리는 겁이 없고 훈련도 매우 잘 소화해요. 정신적으로 사자와 같은 강한 심장을 가진 선수죠. 나랑 같이 운동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했죠.” 초짜 여성 선수를 4년 만에 세계 챔피언으로 키워낸 30년 권투 경력의 감독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인터뷰 당시 피리는 실전 경기를 눈앞에 두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엿새 뒤 링 위에 설 예정이었다. 탄자니아로 이동한 원정대에게 지난달 28일 그녀의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잠비아 북부 도시 솔웨지에서 열린 ‘빅토리 토너먼트’ 메인 경기에서 탄자니아 선수 할리마 야지우에게 케이오승을 거뒀다. 빅토리아 토너먼트는 그녀의 출전 사실뿐 아니라 이 대회의 성격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다름 아닌 아동결혼 반대를 촉구하는 이벤트 대회였다.
지난 4월22일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아에 있는 오리엔탈퀄리스 복싱짐에서 전 세계권투평의회(WBC) 여자 밴텀급 챔피언 캐서린 피리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한 ‘한 장의 평화’로 ‘행복’을 써서 보여주고 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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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아에 있는 오리엔탈퀄리스 복싱짐에서 권투 감독 마이클 줄루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한 ‘한 장의 평화’로 ‘우모요’(Umoyo, 자유)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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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아에 있는 오리엔탈퀄리스 복싱짐에서 권투 선수 찰스 마뉴치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한 ‘한 장의 평화’로 ‘쿠바타나’(Kubatana, 하나됨)'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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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아에 있는 오리엔탈퀄리스 복싱짐에서 권투 선수 그래시어스 심왈리지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한 ‘한 장의 평화’로 ‘우쿠템와’(UKUTEMWA, 행복)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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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아에 있는 오리엔탈퀄리스 복싱짐에서 권투 선수 롤리타 무제야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한 ‘한 장의 평화’로 ‘무테엔데’(MUTEENDE, 조화)'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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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잠비아 루사카 외곽 마케니아에 있는 오리엔탈퀄리스 복싱짐에서 권투 선수 앨프리드 무워워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한 ‘한 장의 평화’로 ‘우무텐데’(UMUTENDE, 자유)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마케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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