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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9:32 수정 : 2020.01.10 13:48

게티이미지뱅크

Q1 3년 전 알게 된 아내의 불륜 사실
회식 있다면 불안해 미칠 것 같아
A1 무난해 보인다고 괴로움 없지 않아
불안과 동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Q2 잠자리 가진 뒤 ‘미안하다’고 내빼는 남자
그래도 연락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
A2 모욕을 각오하고 연락할 가치가 있을까
하룻밤 해프닝은 하룻밤에 끝내길

게티이미지뱅크

Q1 1남 1녀 둔 결혼 14년 차 44살 남자입니다. 아내는 4살 연하로, 7년 반을 사귀고 결혼했습니다. 거의 20년 지기죠. 결혼 전 아내는 취직한 뒤 다른 남자를 만나 제게 충격을 줬지요. 다행히 결혼을 계기로 10년간 무한신뢰를 주고받으며 아무 탈 없이 지내다가 3년 전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됐어요. 아내보다 10살 많은 직장상사가 상대였죠. 알고 보니 결혼 전 잠깐 만났던 그 남자더군요. 그 뒤 제 인생은 완전히 엉망이 됐어요. 그 뒤 아내는 나름 가족과 저한테 예전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해요. 애들한테는 정말 잘합니다. 저도 사랑으로 가족을 이끌었지요. 부부관계는 아내가 자주 거부해서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 스킨십, 섹스를 원하지 않더군요. 저는 그런 부분을 존중해서 되도록 안 했죠. 그런데 10살 많은 남자에게 먼저 접근해서 불륜을 저질렀어요. 너무 화가 납니다. 무난한 결혼 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부 심리상담도 받았는데, 상담사는 “너무 무난하고 괜찮은데 왜 상담을 받느냐”고 하더군요. 아내의 불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당황했습니다. 서로 잘 해결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아내는 나름 오랫동안 저에 대한 불만이 쌓였겠죠. 전 가정폭력, 불륜, 도박, 흡연도 안 하고 정말 무난한 남자인데, 왜 불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고민의 핵심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입니다. 아내가 직장 회식이 있다고 하면 불안해서 미치겠습니다. 출근하는 순간부터 불안해집니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가족해체는 안 되고, 이혼도 안 할 겁니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도 많은데, 그건 글로만 보이네요. 어떻게 하죠? 날로 불안해지는 남자

A1 먼저 당신의 궁금증부터 풀어드리겠습니다. ‘나는 가정폭력, 불륜, 도박, 흡연을 안 하는 무난한 사람이고, 무난한 결혼 생활이었는데 대체 아내는 왜 불륜이라는 극단적인 일을 감행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입니다. 당신은, 한쪽이 중대한 문제를 저질러야 다른 한쪽이 불륜을 저지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과연 이 생각은 옳은 것일까요? 세상의 많은 사람이 배우자를 배신하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곤 하지만, 결혼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삶은 그저 무난히 잘 굴러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무엇인 것 같습니다.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잘하는 듯 보이는 어떤 사람이,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속은 늘 괴로울 수 있듯이 말입니다. 아내 되시는 분은 당신과의 결혼 생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서 불륜을 저지른 것은 아닐 겁니다. 무언가 한 가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고 그것이 치명적인 이유로 변화했겠지요. 이미 오래전부터 아내가 스킨십과 섹스를 거부했다면서요. 누군가와 뜨겁게 몸으로 교감하고 이해받는 경험은 참 중요한 것인데, 당신과는 그다지 잘되지 않았던 것이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마음을 맞추는 일보다, 몸을 맞추는 일이 더 어려울 때가 종종 있지 않나요? 섹스란, 몸의 취향과 본능의 영역에 좀 더 좌우되는 무엇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화와 배려가 중요하긴 하지만, 애초에 너무 잘 맞는 몸과 애초에 너무 안 맞는 몸의 관계들이란 것도 존재하지요. 모든 게 다 맞는 관계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아내가 결혼 초반에 섹스를 거부했을 때,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노력하는 시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부분을 빼고는 무난했던 결혼 생활’이었겠지만, 결국 언제나 그렇듯 바로 ‘빼놓고 생각했던 그 부분’ 때문에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것이 관계의 이치인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 분노와 불안에 고통받으면서도, 이 관계 안에 머물기로 한 것은 누구인가요? 이것은 온전히 당신의 선택입니다. 당연히, 이 결혼은 당신 손으로 끝낼 수 있었어요. 분노는 오래 남아있을지라도,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 방법은 있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이든, 또 다른 이유가 있든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기로 결심했고 그 안에서 불안은 당신 삶의 기본값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족은 이렇게 지속되는데,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길 바라세요?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문가에게 지속해서 상담을 받고(개인 상담을 추천해 드립니다), 자신의 불안과 동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수밖에요. 누구의 인생이든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이런저런 불안이 마음속에 때때로 날뜁니다) 그 불안과 동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간 삶의 중요한 과업일 것입니다. 저라면, 배우자와는 헤어지고 각자 좋은 엄마와 아빠 역할을 하는 삶을 택했겠지만, 당신은 당신대로 이 선택을 한 이유를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체적인 방법이 어떤 것이든, 불안과 고통을 기꺼이 경험하기로 선택할 때, 삶은 우리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이 이야기가 힘이 되길 바랍니다. 곽정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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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저는 29살입니다. 어느 날 5살 많은 남자와 소개팅을 했어요. 분위기는 좋았어요. 계속 더 보자는 뜻을 비치더라고요. 저도 그가 마음에 들었기에 설레였습니다. 그날 그의 친한 형과 같이 술도 마셨어요. “너무 귀엽지 않냐”며 저를 칭찬했고 저도 좋았습니다. 그는 바로 다음번에 만날 날을 정했고요. 그런데 만나기로 한 날 전에 연락하다가 “오늘 일찍 끝나는데 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허리 타투도 보고 싶은데” 하기에 전 ‘이 남자가 나랑 지금 자려는 건가’했어요. 제가 타투가 많아요. 어디에 있냐고 물어봐서 기회가 되면 다음에 보여준다고 했어요. 만났는데 소개팅 날보다 더 어색해서 술을 급하게 마셨고, 취했어요. 그러다 문득 살짝 정신이 들어 보니 호텔에 있더라고요. 전 그렇게 그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그의 목적대로 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를 원래 만나기로 했던 날에는 만나는 게 무리일 거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 내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언제 보지?” “다음 주쯤?” 이런 얘기 오고 가면서 저와 더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에게 솔직하게 “나와 잘 될 마음이 있냐”고 물어봤고, 그는 “사실은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제가 싫은 건 아닌데, 일단 우리가 거리가 너무 멀고 그걸 감수할 정도로 잘 맞는지도 모르겠고 했어요. “그건 변명이고, 나는 쉬운 마음이 아니었기에 어젯밤에 함께 있었던 건데 나랑 잘해볼 마음이 없으면 연락 그만하자”고 했더니 “너는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 미안해.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랄게” 하더군요. 우리는 끝이 났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그 남자가 나쁜 사람인 건지. 사실은 연락하고 싶어요. 하루에 몇 백번씩 생각해요. 그 사람한테 정말 연락하면 안 될까요?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끝이 아니길 믿고 싶은 여자

A2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이 이렇게 행동한다고요? 인터넷에서 만난 상대는 아닌지요? 중간에 주선자가 있다면 참 쉽게 하기 어려운 행동 패턴이라서 그렇습니다. ‘연락하면 안 되는지’를 물어보시는 거라면, 이렇게 말씀드리죠. ‘연락하면 안 되는 상황’이란, ‘상대가 정말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정도입니다’라고요. 연락하세요. 얼마든지 연락해도 됩니다.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서 제발 나를 만나달라고 구애를 해도 되고, 전화해서 ‘내가 하루에도 수백번씩 당신을 떠올립니다’라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읊어도 됩니다.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러나 그 후 당신에게 허락되는 것은 그에게 어떤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다시 만나 그렇고 그런 성욕 해소의 대상이 되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각오하고 연락할 가치가 있습니까? 두 번 만났고, 두 번째에 과음을 유도해 잠자리를 갖고, 그 후엔 ‘못 만날 것 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남자에게 말입니다. 귀엽다는 칭찬에 마음이 열리고, 어쩌다 보니 순식간에 잠자리를 가진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그가 보여준 태도는, 그가 당신과 관계를 이어나갈 의지가 1%도 없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그의 마음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하룻밤 잠자리 상대가 필요해서 만남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당신과 잘해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잠자리를 갖는 여자라는 식으로 멋대로 판단해 이 만남을 그만두려 하는 것 인지는요. 하지만 어느 쪽이든 당신과는 가능성이 없습니다. ‘계속 더 보자’, ‘귀엽다’, ‘미안하다’는 말에 마음이 요동쳤다면, 이제는 그것을 그만둘 때도 되었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아주 많으며, 달콤한 말로 목적을 달성한 후엔 세상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이 그들의 정체이니까요. 하룻밤의 해프닝이, 하룻밤으로 끝나게 하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자, 연락을 하시겠습니까? 곽정은(작가)

※ 곽정은 작가의 ‘단호한 러브 클리닉’이 한 단계 도약합니다. 이성 관계, 사랑, 연애 고민 상담에서 벗어나 상담 분야를 ‘관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이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고민이 생겼다면 이제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관계 클리닉은 1월30일 문을 엽니다. 사연은 200자 원고지 5매 가량(A4 용지 1/2)으로 갈무리해 보내주세요! 보낼 곳 : es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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