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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3 19:45 수정 : 2019.04.03 20:01

김태권 그림.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김태권 그림.
서기 79년, 폼페이 최후의 날. 시간 여행자인 당신은 알아요, 곧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리란 사실을. 화산이 터지기 전에 이곳을 떠야 할 텐데, 출발 전에 급하게 한끼를 해결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아쉽다, 이 시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기회인데.” 아쉬워하는 당신의 눈에, 사람들로 붐비는 작은 음식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로마 시대의 패스트푸드 식당’이라 불리는 테르모폴리움.

며칠 전 영국 <가디언>에 기사가 났어요, 올 3월 말에 폼페이에서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테르모폴리움이 발굴되었다고요. 계산대 옆에는 근사한 프레스코 벽화도 있대요. 폼페이 전역에 이런 가게가 약 150곳이나 있었대요.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요? 구운 치즈나 소금에 절인 생선을 거친 빵과 먹었을 거래요. 입가심으로 꿀이나 향신료를 넣은 포도주를 곁들이고요. 당신은 점포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또는 길거리를 거닐며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요.

로마 부자들이 좋아하던 음식은 아니에요. 부자들은 이런 음식을 먹었다니까요. ① 새끼를 낳지 않은 어린 암퇘지의 애기보, ② 무화과를 먹여 부풀린 돼지의 간을 ‘큰 그물막’에 싸 석쇠로 구운 요리, ③ 삶은 후 오븐에 굽고 향신료 소스에 넣고 다시 끓인 돼지 구이, ④ 삶고 석쇠에 굽고 와인과 꿀 소스에 넣어 끓인 후 돼지 ‘큰 그물막’에 싸서 한 번 더 구운 송로버섯, ⑤ 하루 이상 우유에 넣어 뚱뚱하게 만든 후 기름에 뭉근히 지진 달팽이.

로마 시대 요리법을 기록한 책 <데 레 코퀴나리아>의 제7권 ‘미식가를 위한 호화롭고 현란한 요리’에 나오는 음식들입니다. 반면 테르모폴리움은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서민을 위한 곳. 주방이 없는 집에 살던 사람들이 뜨듯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찾던 장소였고요.

로마 시대에서 온 시간 여행자는 알게 될 거에요. 2천년이 지난 지금도 패스트푸드는 서민의 음식이라는 사실을.

올해 초 사람들을 심란하게 만든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어요. 미국의 식품 회사들이 2017년 텔레비전 광고에 110억달러를 썼대요. 입에는 착착 감기지만 건강에는 나쁜, 설탕 들어간 음료수며 과자며 패스트푸드 광고에 그 80%를 썼고요.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싶어요. 문제는 흑인 청소년이 그런 광고를 접할 경우가 백인 청소년의 두 배라는 것. 어째서 그럴까요? 식품 회사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스낵이며 음료수의 티브이 광고를, 해가 갈수록 흑인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집중해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한국 사회는 어떨까요. 2017년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아이가 크게 아픈 사건이 있었어요. 이태 동안 한국 맥도날드는 모른 척했습니다. 며칠 전에야 이런 뉴스가 나왔어요. 패티가 대장균에 오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한국 맥도날드가 그대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공무원의 조언을 받아가며 상황을 몰래 덮으려 했다는 것.

그런데 이 뉴스에 이런 항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햄버거병’이라고 하지 말라. 영세 햄버거집 요즘 매출이 반 토막이다. 제발 ‘맥도날드 병’이나 ‘해피밀 병’이라고 해 달라. 대형 업체의 잘못에 왜 영세 햄버거 가게가 타격을 받아야 하나.” 생각해볼 문제 같아 여기 옮깁니다. 패스트푸드를 취급하는 가게 역시 부자 업체와 영세 서민 업체로 나뉘는 것일까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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