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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31 09:14 수정 : 2019.01.31 10:16

김태권 그림.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김태권 그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채식하는 친구가 서울에 온대서 밥을 사기로 했는데 메뉴를 고르느라 고민했어요. “그래, 깐풍동고를 먹자!” 깐풍동고는 버섯탕수처럼 동고버섯을 튀겨, 깐풍기·깐풍육처럼 깐풍소스에 볶은 요리. 그런데 그 친구가 한입 먹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버섯 안에 새우 다진 살을 채웠네요.” 미안, 미안.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미국에 사는 채식하는 친척이 한국에 왔는데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 “한정식 괜찮겠지?” 나물 반찬이 훌륭하다는 집에 갔죠. 그런데 이게 웬일. “안녕?” 상 한가운데에 조기가 누워 눈을 맞추며 인사하더라고요.

오해하지 마시길. ‘채식주의자가 유난 떨더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나의 육식을 그들도 존중하듯 나도 그들의 채식을 존중하고 싶은데, 같이 한 끼 먹으러 가기가 쉽지 않더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요. ‘오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채식주의에 대한 오해들을 살펴볼게요.

① 채식주의자는 달걀도 우유도 물고기도 먹지 않는다?

- 아니요. 채식주의는 스펙트럼이 다양하대요. 새우나 생선은 먹는 사람도 있고, 반면 버터나 치즈까지 먹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각자 규칙을 세우고 각자 지키더군요.

② 채식주의자는 고기 먹는 사람을 경멸한다?

- 아니요. 그런 극단적인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내가 고기를 먹는다고 밥상을 엎지는 않았네요. 나한테 채식을 강요하지도 않고요. 다만 동물 이야기가 나올 때 지레 내가 혼나는 기분이 들기는 해요. 아마 고기 못 끊는 사람의 자격지심 때문이겠죠.

③ 채식주의자는 외국에서 대접받는다?

-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외국의 ‘힙스터’처럼 보이려고 채식하는 거 아니냐”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영미권 에스엔에스(SNS)를 보니 채식주의자에게 못되게 구는 건 외국이 더 심한 듯해요. 서양 사람은 고기도 많이 먹고 채식도 많이 하고, 갈등이 큰가 봅니다.

2019년 1월에 ‘비거뉴어리’ 캠페인이 있었어요.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와 채식주의자라는 ‘비건’을 합한 말. 스웨덴과 영국의 ‘맥도널드’ 점포는 ‘채식 세트’를 내놓았지요. 그런데 영국의 몇몇 점포에서 세트 안에 닭고기를 몰래 넣어 말썽이 났대요. 댓글 창은 전쟁터. ‘유난 떨더니 쌤통’이라는 조롱이 생각보다 많네요. 어쩌면 이 역시 고기 못 끊는 사람의 자격지심 때문이겠지만.

④ 채식 메뉴는 맛이 없다?

- 아무려나 우리의 관심은 ‘그래서, 채식 요리도 맛이 있냐?’는 것.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맛이 있더라고요. 생선과 고기 없이 다시마와 된장으로 끓인 국을 먹어봤는데 감칠맛이 제법이었어요. 엠에스지(MSG)도 원재료는 사탕수수라더군요.

소개할 메뉴는 아란치니와 팔라펠. 이탈리아 요리 아란치니는 쌀을 동그랗게 빚어 기름에 튀긴 완자. 버섯이나 가지를 넣어 씹는 맛을, 치즈나 토마토소스를 곁들여 감칠맛을 더해요. 팔라펠은 아랍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요리. 유럽에는 도시마다 팔라펠 맛집이 있더군요. 서울에서도 몇 번 먹었습니다. 병아리콩을 갈고 동그랑땡처럼 빚어 튀겨요. 요구르트 소스나 콩을 갈아 올리브유에 버무린 후무스와 먹으면 감칠맛이 갑절이 되죠. 납작한 빵에 채워 샌드위치처럼 먹기도 하고요. 맛도 진하고 속도 든든하고, 육고기 부럽지 않습니다. 저는 고수를 듬뿍 얹어 먹는 걸 좋아해요. 아, 군침이 도네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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