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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8 09:05 수정 : 2019.01.18 20:25

김태권 그림.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김태권 그림.

감칠맛이란 무엇일까요. 감칠맛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지만, 논쟁은 이미 끝난 상태. 몇 해 전에 미국 과학자 폴 브레슬린 등 과학자들이 혀에서 감칠맛을 느끼는 수용체를 발견했죠. 과학적 증명 이전에도 인간은 감칠맛에 집착했고,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발한 방법들을 개발했습니다. 다음은 감칠맛 세계 기행입니다.

① 이탈리아 : 이탈리아에서도 양·곱창을 즐기더라고요. ‘트리파’라는 이름인데요, 데친 후 식초와 기름만 둘러 샐러드처럼 먹기도 하고, 토마토소스를 올려 빨갛게 버무려 먹기도 합니다. 빨갛게 먹는 트리파는 꼭 순대볶음에 곁들인 곱창처럼 보여요. 맛은 다르죠. 곱창볶음은 매운맛, 토마토소스 트리파는 감칠맛. (한국에서 먹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로칸다 몽로’의 트리파는 감칠맛에 매콤한 맛까지 곁들여 기가 막혔어요)

감칠맛을 내는 최고의 궁합은 이렇듯 토마토와 고기입니다. 어릴 때 미국의 만화 <가필드>를 처음 보았는데, 주인공 고양이가 ‘라자냐’를 너무 좋아해 배가 나왔다고 했더랬지요. 그때 한국은 피자가 막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라자냐가 뭔지 몰라 궁금했어요. 한참이나 지난 후 먹어보고 감탄했습니다. “가필드가 배가 나올 만하네.”

② 미국 : 영국과 미국은 잘하는 것도 많지만, 요리만큼은 평판이 나쁘죠. 그래도 샌드위치와 햄버거의 발명은 영국과 미국이 인류의 음식 문화에 공헌한 이색적인 사건 같습니다. 가끔 저는 토마토소스를 듬뿍 얹고 패티 위에 치즈 한 장을 붙인 수제 버거가 사무쳐요(미국식 탄산음료인 루트비어까지 있으면 완벽하겠지만, 루트비어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더군요) 고기와 익힌 토마토와 치즈를 층층이 올려 감칠맛을 쌓아 올렸어요.

③ 프랑스 : 프랑스 남부의 카르카손은 성이 인상 깊은 지역이죠.(성을 짓는 보드게임으로도 유명합니다) 이곳을 지나다가 프랑스 남부 요리 카술레를 먹게 되었어요. 소시지와 토마토와 콩을 질그릇에 넣고 푹 끓인 요리예요. 허브와 마늘과 올리브유로 향을 내지요. 빨갛고 끈적끈적하고 뜨거운 알맹이가 마치 용암 같아요. 고기와 토마토에 콩을 더하니 감칠맛이 화산처럼 폭발한다고 할까요.

④ 중국 : 중국 음식도 요즘 보니 토마토가 잘 어울리더군요. ‘요즘 보니’라고 한 이유는 옛날에는 토마토를 사용한 중국 음식을 자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에 저는 중국 출장이 잦은 친구 ㅇ 선생과 우육면을 먹었어요. 토마토를 넣어 시원한 국물 맛과 감칠맛을 더했더군요. ㅇ 선생은 바로 알더라고요. “토마토를 넣다니 동북식이군요.” “아, 그렇습니까.” 한국의 중국 요리 역사에서 동북 지방 요리가 들어온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 ‘중화풍 토마토’가 아직 낯선 것도 그래서겠죠.

⑤ 엠에스지(MSG) : 토마토니 치즈니 콩이니 하는 것은 고기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재료죠. 그렇다면 엠에스지는 어떨까요. 엠에스지를 넣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낍니다. 엠에스지가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와 엠에스지 역시 천연재료에 발효식품이라는 해명을 접해도 “왠지 꺼림칙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요.(저도 엠에스지가 들었다고 하면 ‘좋은 재료를 안 썼나 보다’ 의심하는 마음이 들어요)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 마음은 복잡하군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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