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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5 00:29 수정 : 2018.11.15 19:39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두 가지 핫도그가 있습니다. 1번 핫도그는 나무젓가락 같은 긴 막대기에 꽂아 먹는 소시지 튀김 요리. 2번 핫도그는 빵을 길게 쪼개 소시지를 끼워 먹는 것. 옛날에 저는 막연히 생각했지요. 1번은 한국식, 2번은 미국식 핫도그라고요. 그런데 찾아보니 1번도 2번도 미국 음식이라고 하네요. 옥수수 모양으로 생긴 1번을 ‘콘도그’라고, 2번을 그냥 핫도그라고 부른대요. 정작 미국 사람들은 핫도그가 독일에서 온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니 흥미롭죠.

편하게 1번을 꼬치 핫도그, 2번을 빵 핫도그라고 부릅시다. 한때 빵 핫도그도 인기를 누렸어요. 옛날 편의점에는 소시지가 빙빙 돌아가는 기계도 있었죠. 계산대에서 빵을 받아다 핫도그를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지금은 구경하기 힘듭니다. 동네에 들어왔던 빵 핫도그 전문점도 사라졌고요. 빵 핫도그 싫다는 사람은 못 봤는데 왜 가게는 많지 않을까요. 이 문제도 고민해보죠.

두 가지 핫도그에 대한 사람들 생각이 어떤지, 나는 확인하기로 했어요. 요즘 인터넷에 음식 리뷰를 올리는 사람이 많죠. ‘식신’과 ‘망고플레이트’는 대표적인 맛집 소개 사이트. ‘핫도그 맛집’에 대한 750개의 리뷰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꼬치 핫도그도 빵 핫도그도 그냥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적었더군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이 인터넷에 올라온 가게 이름과 메뉴를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고생했습니다!) 핫도그 말고 같은 가게의 다른 메뉴만 다룬 리뷰도 제외했고요. 그렇게 추려낸 리뷰가 꼬치 핫도그는 346개, 빵 핫도그는 245개. 컴퓨터로 코드를 짜서 두 그룹의 리뷰를 분석해보았습니다.

꼬치 핫도그와 빵 핫도그 두 그룹 모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핫도그’(당연하겠죠). 두 번째로 많이 쓰인 단어도 똑같았어요. ‘맛있다’. 사람들이 핫도그를 먹을 때 맛을 제일 중요하게 따진다는 이야기죠. 순위에 차이는 있지만 ‘저렴하다’는 단어도 두 그룹 모두 많이 사용했지요. 가격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의미겠죠.

그런데 서너 단어를 빼면 리뷰에 자주 사용된 어휘는 겹치는 경우가 없었어요. 놀랍죠. 꼬치 핫도그도 빵 핫도그도 같은 핫도그라는 이름을 쓰지만 두 음식이 몹시 다르다고 우리가 생각한다는 뜻일 겁니다.

우선 리뷰에 등장하는 음식 이름들이 달라요. 꼬치 핫도그는 ‘떡볶이’라는 말과 자주 쓰였습니다. ‘고춧가루’, ‘매운맛’, ‘쫄깃하다’ 등 떡볶이와 연관된 말의 빈도가 높았지요. 반면 빵 핫도그는 ‘샐러드’, ‘햄버거’, ‘샌드위치’, ‘프라이’, ‘다양하다’는 말과 함께 쓰였고요. 한편 점포에 관련된 말도 달랐습니다. ‘기다리다’, ‘줄 서다’는 말은 꼬치 핫도그 리뷰의 빈출 단어였어요. 반대로 빵 핫도그 쪽에 자주 등장하는 말은 ‘분위기’, ‘깔끔하다’, ‘인테리어’, 심지어 ‘테라스’.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꼬치 핫도그를 먹을 때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 같아요. ‘줄을 서서’ ‘기다려가며’ 복작거리는 ‘떡볶이’ 가게에서 먹으면서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빵 핫도그를 먹을 때는 바라는 것이 많아요.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 좋은 가게에 ‘다양한’ 메뉴가 나와야 만족합니다. 이런 불공평한 노릇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꼬치 핫도그도 좋지만 빵 핫도그도 자주 먹고 싶은 나로서는 억울한 기분이었어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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