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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8 09:21 수정 : 2018.11.08 09:41

김태권 그림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김태권 그림
경양식집을 기억하시나요. 지난 세대 ‘힙’하던 음식점. ‘경음악’, 붉은 벽돌, 유리잔 반만 채운 미지근한 보리차. 인기 메뉴는 오므라이스, 돈가스, 그리고 함박스테이크.

맥도널드 햄버거가 부의 상징이던 시절도 있었죠. ‘요즘 잘 사는 집은 초등학생 생일잔치를 맥도널드에서 열어 못 사는 집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하니, 이렇게 빈부격차가 벌어져도 되겠는가’라고 개탄하는 1990년대 신문 기사를 기억합니다. 아이엠에프(IMF) 이전의 이야기.

한 시대가 흐르고, 함박스테이크니 햄버거니 다진 고기 요리들은 고급 대접을 받지 못했어요. 학생회관에서 날마다 먹던 햄버거가 맛이 없다며 친구들과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햄버거 패티는 닭 머리를 갈아서 만든다던데?” “이 단단한 건 닭 부리인가.” “그러면 여기 쫄깃한 건 볏이겠네.”

그러나 저는 함박스테이크를 위한 변명을 하려 합니다. 다진 고기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고기의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요. 원재료의 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믿지 않는 사회라면 ‘당연히 좋은 고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수호지>에서 사람 고기를 팔 때도 ‘재료를 속이려고’ 다져서 만두로 빚었지요) “냉동육이라면 당연히 오래 묵은 고기일 것”이라거나 “엠에스지(MSG)를 넣었다니 당연히 국물에 고기가 적을 것”이라 생각하는 슬픈 습관과 마찬가지.

그래도 다진 고기는 훌륭한 음식입니다. 저는 함박스테이크며 떡갈비며 정성스레 만든 햄버거가 좋아요.(물론 만두도 좋고요) 미트볼은 이탈리아식으로 토마토소스에 버무려도, 스웨덴식으로 잼과 크림소스를 곁들여도 좋습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올 때도 가구보다 스웨덴 미트볼 생각을 먼저 했더랬지요.

함박스테이크와 버거 패티에 대해 궁금했던 여러 가지. ① 고기를 반죽할 때 왜 소금을 함께 넣지 않을까요? 요리사 겸 요리 연구가 겸 작가인 ‘켄지 로페즈 알트’가 쓴 책 <더 푸드 랩>에 따르면, 소금이 근육 단백질을 녹이기 때문에 소금 묻은 고기는 찰지고 탄력 있게 뭉친답니다. 소시지라면 좋은 식감이지만 패티는 아니죠. 버거를 부드럽게 구우려면 다진 고기는 살짝만 반죽하고 소금은 나중에 뿌리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

② 굽기 전 왜 가운데를 오목하게 누를까요? 가운데보다 가장자리가 먼저 익기 때문에, 가장자리는 오그라들고 가운데는 부풀어 오른다고 합니다. 미리 가운데를 얇게 만들어두어야 굽고 나서 평평하다는 것.

③ 구울 때 몇 번이나 뒤집어야 할까요?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죠. 그러나 <더 푸드 랩>은 이 ‘상식’을 반박하더군요. 자주 뒤집어도 한 번만 뒤집어도 별 차이 없다고 하네요. 육즙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살펴보아요.

④ 굽다가 패티를 뒤집개로 눌러도 되나요?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나요? 책에 따르면 적당히 눌려 살짝만 흘러나온 육즙은 마이야르(고기의 여러 화합이 열을 만나 일어나는 반응) 효과를 일으킨대요. 갈색으로 변해 고기에 맛과 향을 더한다고 합니다. ‘비키니 시티의 버거 명장 스펀지밥’도 가끔 패티를 누르더라고요.

⑤ 끝내 해결하지 못한 물음. 햄버거는 왜 이름이 햄버거일까요? 독일의 함부르크와 관계있는 이름 같지만 정확한 유래는 모른대요. ‘함부르거 샌드위치’라는 말이 1902년부터, 함부르거(햄버거)로 줄여 부른 것은 1909년부터. 함박스테이크도 물론 여기서 온 말.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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