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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25 20:07 수정 : 2018.04.25 21:47

[ESC]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공룡 고기, 드셔보신 분?

옛날에 ‘용’을 먹었다는 사람의 기록은 있습니다. 공갑은 중국 옛날 하나라 때의 임금. 용 한쌍을 얻어 유루라는 사람에게 돌보라고 맡깁니다. 아마 파충류의 일종이었겠죠? 아무튼 유루는 사육 솜씨가 엉망이었나 봐요. 얼마 안 가 용의 암컷이 죽었거든요. 유루는 그 사실을 숨긴 채 용의 고기로 젓갈을 담가 공갑 임금의 식탁에 올립니다.

매머드는 지금도 먹을 수 있습니다. 빙하기에 죽은 매머드들이 얼음 속에 갇혀 있거든요. 1951년에 미국의 루스벨트호텔에서 매머드 만찬 파티도 열었대요. 맛은 별로라네요. 최근 먹어본 러시아 동물학자의 말에 따르면 “끔찍했다. 냉동실에서 오래 묵은 고기 같았다”고 합니다. 그럴 만하죠, 이십오만년을 묵었으니.

공룡은 달라요. 남은 살코기가 없어요. 공룡 화석을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인 영국의 윌리엄 버클랜드는 이 사실이 안타까웠을 겁니다. 생쥐 튀김, 표범 고기, 캥거루 햄 등 버클랜드는 연구 대상을 직접 먹어봐야 직성이 풀렸거든요. 프랑스 임금의 심장을 미라로 만든 전시품을 보고 한입 먹어보겠다고 덤비는 바람에 주위 사람이 기겁한 일도 있었대요. 왕성한 호기심 때문에 식인종이 될 뻔했네요.

공룡을 대중문화로 처음 끌어들인 사람은 영국의 소설가 코넌 도일(‘셜록 홈스’ 시리즈를 쓴 그 사람 맞아요). <잃어버린 세계>에서 탐험가들은 인간과 공룡이 함께 사는 두메산골에 도착합니다. 코넌 도일도 공룡을 먹어볼 궁리부터 했나 봐요. 소설 속 주민들이 이구아노돈 고기를 주식으로 먹고 산다고 썼거든요.

그런데 이토록 궁금한 공룡고기의 비밀을, 현대 과학이 밝혀낸 것 같습니다. 몇해 전에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 뼈에서 화석화되지 않은 연조직을 찾아냈대요. 단백질과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새와 무척 가깝더라는 겁니다. 외국 언론들은 “공룡 고기는 치킨 맛”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요.

한편 과학 저술가 브라이언 파머는 “닭고기 맛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고기의 맛은 수많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공룡 고기도 부위마다 맛이 달랐을 거래요.(생각해보면 닭고기도 마찬가지지만요.)

과연 공룡의 맛은 어땠을까요? 젊은 공룡학자 박진영 선생님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보내주었어요. “공룡 종류에 따라 달랐을 거예요. 진화적 관계가 가까울수록 고기 맛도 닮았다고 합니다. 벨로키랍토르나 티라노사우루스는 새와 가깝기 때문에 칠면조 또는 닭과 비슷한 맛이 났을 겁니다. 반면 이구아노돈 같은 공룡은 오히려 악어 같은 맛이 났겠죠.”

어쩌면 공룡의 고기 맛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육식 공룡이 아닐까 싶네요. 미야니시 다쓰야의 그림책 <고 녀석 맛있겠다>의 주인공은 배고픈 티라노사우루스. 알을 막 깨고 나온 안킬로사우루스를 보고 “고 녀석 맛있겠다”고 외치며 달려들지요. 그런데 꼬마 안킬로사우루스는 그런 티라노사우루스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릅니다. 동화 속 티라노사우루스는 애틋한 마음이 들어 꼬마를 차마 먹지 못하고요.(이 코너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의 주제가 이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실제 티라노사우루스라면 다르게 행동했겠죠. 언제나 배고픈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에서는 종종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 자국이 발견됩니다. 왕성한 식욕 때문에 ‘식인종 공룡’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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