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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0 15:01 수정 : 2019.12.11 09:35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외계행성 관측·의료 영상·박쥐 이동의 비밀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의 ½은 외계행성을 관측한 공로로 미셸 마요르(Michel Mayor)와 디디에 켈로(Didier Queloz)에게 돌아갔다. 우리 태양과 유사한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을 최초로 관측한 결과였다. 이 외계행성은 ‘51 페가수스 b’로 가을에 볼 수 있는 별자리인 페가수스 자리에 위치한 ‘51 페가수스’라는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이다. 관측에서는 ‘도플러 효과’ (Doppler effect)라는 과학현상을 이용했다.[1] 도플러 효과는 도대체 무엇이고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관측에 어떤 도움을 줬을까?.

페가수스 자리에 위치한 별 ‘51 페가수스’와 그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51 페가수스 b’. (그림 출처: IAU and Sky & Telescope (위), Wikimedia Commons (아래))
소리의 도플러 효과

‘포뮬러 원’(Formula 1)이라 자동차 경주가 있다. 이 경주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는 시속 300km를 넘나든다. 엔진소리는 상당히 커서, 관객의 청각도 자극하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포뮬러 원 자동차가 앞으로 지나갈 때 엔진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아래 동영상을 통해 들어보자.

차가 멀리 있을 때는 엔진소리가 작게 들리고 가까이 있을 때는 크게 들린다. 소리의 크고 작음보다는 엔진 소리의 톤, 다시 말해 음높이를 주목해 들어보자. 다가올 때는 엔진 소리 음높이가 높은 반면, 멀어질 때는 음높이가 상당히 낮아진다. 속도 변화가 거의 없는 직선주로에서는 경주차 엔진의 회전수도 거의 같아서 엔진에서 나는 소리의 음높이는 거의 같다. 하지만 앞을 지나가는 경주차의 엔진소리는 다가올 때와 멀어질때의 음높이 변화가 상당히 크다.

소리는 물결 모양의 파동으로 퍼져나가고, 이 파동의 진동수, 다시 말해 1초에 얼마나 자주 떨리는지가 음높이를 결정한다. 음높이가 변한다는 것은 소리의 진동수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동수가 크면 음높이는 높고, 진동수가 작으면 음높이는 낮다. 음악에서 한 옥타브 높은 소리의 진동수는 두배 크고, 한 옥타브 낮은 소리의 진동수는 두배 작다. 물결의 기본 모양 사이의 거리인 파장은 진동수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소리의 파장이 짧아지면 음높이가 높아지고 소리의 파장이 길어지면 음높이는 낮아진다.

소리에서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는 소리를 내는 물체와 듣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진동수가 변하는 현상이다. 다가오는 물체가 내는 소리는 원래 소리의 진동수보다 더 큰 진동수의 소리로 들리고, 멀어지는 물체가 내는 소리는 더 작은 진동수의 소리로 들린다. 듣는 사람이 움직여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듣는 사람이 다가가면 소리의 진동수는 높아지고, 듣는 사람이 멀어지면 진동수는 낮아진다. 이런 진동수의 변화가 소리의 음높이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앰뷸런스나 소방차의 싸이렌 소리에서도 이 도플러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다가오는 앰뷸런스의 싸이렌 소리는 진동수가 커져 음높이가 높게 들리고, 멀어지는 앰뷸런스의 싸이렌 소리는 진동수가 낮아져 음높이가 낮게 들린다.

빛의 도플러 효과

소리처럼 파동인 빛에서도 도플러 효과가 나타난다. 다가오는 물체에서 나오는 빛은 원래 빛의 진동수보다 커지고, 멀어지는 물체에서 나오는 빛은 원래 빛의 진동수보다 작아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소리의 진동수 변화는 음높이의 변화로 나타나는 반면, 사람이 볼 수 있는 빛, 다시 말해 가시광선의 진동수 변화는 색깔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가시광선에서 푸른색 빛은 상대적으로 큰 진동수와 짧은 파장의 빛이고, 붉은색 빛은 작은 진동수와 긴 파장의 빛이다. 만약에 빛을 내는 물체가 다가오면 빛의 진동수가 커져 좀 더 푸른색으로 변하고, 빛을 내는 물체가 멀어지면 빛의 진동수가 작아져 좀 더 붉은색으로 변한다. 푸른색을 의미하는 ‘청색’이라는 단어와 붉은색을 의미하는 ‘적색’이라는 단어, 그리고 한쪽으로 옮겨간다는 의미의 ‘편이’라는 단어를 써서, 도플러 효과로 빛의 진동수가 커지는 현상을 진동수가 큰 푸른색 쪽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청색편이’(blue shift), 빛의 진동수가 작아지는 현상을 진동수가 작은 붉은색 쪽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적색편이’(red shift)라고 부른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빛 그리고 소리까지도 도플러 효과로 진동수가 커지면 ‘청색편이’가 일어난다고 말하고 진동수가 작아지면 ‘적색편이’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소리의 진동수 차이는 음높이의 차이로 나타나고, 빛의 진동수 차이는 색깔의 차이로 나타난다.
다시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의 외계행성 관측으로 돌아와 보자. 1995년 마요르 교수와 당시 그의 제자였던 켈로 교수는 페가수스 별자리에 위치한 ‘51 페가수스’ 라는 별의 별빛을 관측했다. 별빛을 여러 진동수의 빛으로 분리하는 스펙트럼에서 청색편이와 적색편이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별빛 스펙트럼에서 청색편이가 일어나면 그 별이 지구를 향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적색편이가 일어나면 지구에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더 청색편이가 일어나는지, 또는 얼마나 더 적색편이가 일어나는지로 별이 다가오고 멀어지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계산한 ‘51 페가수스’의 움직임 속도는 초속 50m 정도다. 여기에 더해 다가왔다 멀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시간을 측정하면 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별의 움직임으로부터 ‘51페가수스’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처음으로 관측한 것이었다.

‘51 페가수스’는 우리 태양보다 약간 더 크고 무거워서 지름은 약 172만km이고 질량은 태양의 약 1.11배다. 이 별을 돌고 있는 ‘51 페가수스 b’의 지름은 우리 태양계의 목성보다는 크지만 질량의 반정도다.[2] ‘51 페가수스’의 지름과 질량과 비교하면 지름은 약 6분의 1, 질량은 약 2530분의 1이다. 이 행성은 별에서 평균 788만km떨어진 곳에서 4.23일에 한바퀴씩 돈다.[2] 공전속도를 계산하면 초속 136km로 지구 공전속도의 4.5배가 넘는다. 한편 ‘51페가수스’와 ‘51페가수스b’의 질량 중심은 별 중심에서 약 3000km 떨어진 곳에 있고, 이 질량 중심을 별이 행성의 공전주기와 같은 4.23일에 한바퀴씩 돈다. 별이 움직이는 속도로 따지면 초속 50m보다 약간 더 빠른 정도다. 멀리서 본다면 별이 4.23일을 주기로 살짝 떨리는 정도다.

마요르와 켈로는 ‘51 페가수스’ 별이 4.23일에 한번씩 지구를 향해 가까와질때 나타나는 청색편이와 멀어질때 나타나는 적색편이를 측정해 별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사실로부터 이 별 주위를 ‘51 페가수스 b’라고 이름 붙여진 행성이 돌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별이 지구를 향해 다가올때는 청색편이, 다가올때는 적색편이의 도플러 효과가 나타난다. 이로부터 별이 다가오고 멀어지는 속도를 잴 수 있다. 아랫그림: 지름이 약 170만km인 ‘51 페가수스’ 별과 지름이 약 27만km인 ‘51 페가수스 b’ 행성의 모습을 그린 그림. ‘51 페가수스 b’의 평균 공전반지름은 약 788만km로 별표면에서 별지름의 약 4배 떨어진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다. 우리 태양과 수성 사이의 평균거리 보다 7분의 1도 안되는 거리다.
빛의 도플러 효과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와 관련된 천문 관측에서도 이용한다. 은하계는 은하계 중심을 축으로 회전한다. 지구에서 보는 각도만 잘 맞으면, 별이 은하계 중심을 돌면서 지구를 향한 방향으로 다가올 때는 별빛에 도플러 효과의 청색편이가 나타나고 멀어질 때는 적색편이가 나타난다. 청색편이와 적색편이의 정도를 측정해 별이 은하계 중심을 도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관측할 수 있는 은하계 내부의 물질에 물리학 이론을 적용하면 은하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이 도는 속도가 충분히 작아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 측정결과는 그 속도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3] 아직까지는 관측할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해야 하는 관측 결과다.

우주가 팽창하는 사실을 확인하는 관측에서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 백색왜성이 가까이 있는 별의 질량 일부를 흡수하면서 커지다가 폭발하는 Ia형 초신성은 폭발할 때의 밝기가 일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Ia형 초신성이 폭발할 때 지구에서 보이는 밝기를 측정하면 지구에서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초신성 폭발 때 원래 빛보다 더 붉은색으로 보이는 적색편이를 측정하면 초신성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이로부터 거리에 따라 초신성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지 알 수 있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우주가 점점 더 가속하면서 팽창한다는 사실이었다.[4]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는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가정해야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다. 가속 팽창하는 우주를 관측한 공로로 세명의 천문학자 펄머터(Saul Perlmutter), 슈미트(Brian Schmidt), 리스(Adam Riess)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윗그림: 은하계 중심을 도는 별들이 지구를 향해 다가올 때는 빛의 진동수가 커져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변이를 측정하고, 멀어질 때는 진동수가 작아져 붉은색으로 변하는 적색변이를 측정해 은하계 중심을 축으로 별이 회전하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아래그림: Ia형 초신성이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는 지구에서 보이는 초신성의 밝기로 계산하고, 초신성이 멀어지는 속도는 도플러 효과로 측정해 계산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초신성일수록 더 빨리 지구에서 멀어지는 우주 팽창을 측정할 수 있다.
초음파의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의료영상과 박쥐

의료영상에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 판막은 심장 안에서 피가 한쪽으로 흐르게 하고 반대로 흐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심장 판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피가 원래 흘러야 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역류현상이 일어나거나 일부 피가 새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심장이 펌프질하는 피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심장은 더 많이 펌프질을 한다. 심해지면 심장에 무리가 가서 심장이 안 좋아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심장 판막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는지를 영상으로 보는 데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지 않는 초음파 영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심장 판막 등의 문제로 피가 역류하거나 새는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면 피의 흐름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 움직이는 피에 반사된 초음파에서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를 측정해 심장 내부에서 피가 흐르는 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인체 내부에서 피가 어떻게 흐르는지까지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장치가 ‘도플러 초음파 검사기’다.

오른쪽 그림: 심장의 구조와 피의 흐름(화살표 방향). 왼쪽 그림: 도플러 초음파 검사기로 피의 흐름의 색깔로 나타낸 심장 영상 (일부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초음파를 만들어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감지해 어둠 속에서도 어떤 물체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박쥐들이 있다. 초음파 의료영상이 인체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원리와 같다. 박쥐가 날아가면서 초음파를 만들면, 박쥐가 날아가는 쪽에서는 더 높은 진동수의 초음파로 들린다. 초음파를 만드는 박쥐의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의 결과다. 이렇게 진동수가 커진 초음파가 물체에 반사되어 다시 박쥐한테 날아오면, 박쥐는 이보다도 더 높은 진동수의 초음파를 감지한다. 초음파를 감지하는 박쥐가 소리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가게 한번 더 추가된 결과다. 도플러 효과가 이중으로 나타나 진동수가 커지는 정도가 더 크다는 얘기다.

일부 박쥐는 특정 진동수 영역의 초음파를 감지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한다. 박쥐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초음파를 만들 때는 주위의 지형지물에서 반사된 초음파의 진동수도 원래의 초음파 진동수와 같다. 가만히 있는 박쥐는 이 초음파를 그대로 감지하므로 박쥐는 감지하기에 최적인 진동수의 초음파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박쥐가 날아갈 때는 최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진동수보다 작은 진동수의 초음파를 만들며 날아간다. 그래야 이중의 도플러 효과로 높아진 초음파의 진동수가 최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진동수가 되기 때문이다.[5] 경험으로 도플러 효과를 알고 실제 상황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그외에도 속도를 재는 것에 두루두루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를 재고 경찰이 도로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재는 레이다 건(RADAR gun), 항공기 운항을 관리 통제하는 관제탑의 레이다, 일기예보를 위해 바람이나 구름의 속도를 재는 기상관측 레이다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 전파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파를 사용하는 레이다와 달리,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레이저를 사용하는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가 최근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에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라이다로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잴 때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

도플러 효과로 박쥐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초음파의 진동수가 높아진다.(윗그림) 이렇게 높아진 진동수의 초음파가 반사되고, 초음파를 반사하는 물체를 향해 날아가는 박쥐는 추가로 더 높아진 진동수의 초음파를 감지한다.(중간그림) 최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진동수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도록, 날아가는 박쥐는 진동수가 더 낮은 초음파를 만든다. 도플러 효과로 커진 진동수를 최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진동수에 맞추기 위함이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bwyoon@gmail.com

주:

1. A Jupiter-mass companion to a solar-type star, Michel Mayor and Didier Queloz, Nature volume 378, 355 359 (1995)

2. 51 Pegasi, https://en.wikipedia.org/wiki/51_Pegasi

51 Psgasi b, https://en.wikipedia.org/wiki/51_Pegasi_b

3. Motion of the Galaxy and the Local Group Determined from the Velocity Anisotropy of Distant Sc I Galaxies. I. The Data, V. Rubin, et al. Astronomical Journal. 81: 687-718 (1976).

4. Observational Evidence from Supernovae for an Accelerating Universe and a Cosmo-logical Constant, A. Riess, et al. Astronomical Journal, 116, 1009-1038 (1998). Measurment of Ω and Λ from 42 High-Redshift Supernovae, S. Perlmutter, et al. Astrophysical Journal,517, 565-586 (1999) .

5. Kompensation von Dopplereffekten bei Hufeisen-Flederm?sen, H. U. Schnitzler, 54, 523, (1967).

Doppler Shift Compensation https://en.wikipedia.org/wiki/Doppler_Shift_Compensation

이 글은 아래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윤랩(Yoon La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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