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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6 11:13 수정 : 2019.09.06 13:44

지구의 태양 공전궤도에 발생한 미묘한 변화가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의 이상고온 현상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미국·네덜란드 연구팀 새 천문학 계산으로
팔레오세-에오세 온난기 궤도역학설 제시
20만년간 5~8도 올라 악어들 북극서 선탠
“현 지구온난화 궤도역학 때문은 아니야”

지구의 태양 공전궤도에 발생한 미묘한 변화가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의 이상고온 현상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5600만년 전 팔레오세와 에오세(시신세) 사이 시기에 지구는 몸살을 앓았다. 거의 2만년 동안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확산됐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5~8도 상승했다. 지구는 환골탈태했다. 악어들이 야자수가 늘어선 북극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고 수증기를 뿜어대는 늪지대와 정글이 중위도까지 뻗쳐 있었다. 이런 ‘이상고온’ 현상은 지구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별히 더 강했다.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은 과거라는 렌즈를 들여다봄으로써 현재의 지구온난화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이 PETM을 촉발했는지 수수께끼를 풀려고 해왔다. 어떤 이들은 화산 폭발의 여파에, 또다른 이들은 혜성과의 충돌에 주목했다. 하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연구팀은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지구 궤도에 발생한 미묘한 변화가 PETM을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수천만년 전 지구가 어디에 머물렀는지 결정하는 것은 태양과 행성들이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몹시 까탈스러운 일이다. 태양과 행성 체계에서는 아주 작은 궤도 변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효과로 증폭될 수 있다. 현재 우주물체 운동의 가장 뛰어난 천문학 모델(프로그램)이라도 5천만년 이상의 과거로 거슬러 명확한 계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질학자들은 고대 해양 침전물에서 지구의 고생물기후 단서를 찾아 이들 데이터로 지구의 과거 위치에 대한 정보를 추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하와이대 고해양학자 리처드 지브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지질학자 루카스 로렌스는 천문학과 지질학 데이터를 융합해 상세한 지구 위치 정보를 800만년 더 과거까지 추정해냈다. 지브는 “PETM을 일으킨 궤도와 이상고온 현상을 일으킨 궤도의 속도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다른 (PETM의 원인) 요소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지구의 기후변화 추이.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빨간색 화살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고온 현상을 보였다. 위키미디어 코머스
지구 공전궤도는 편심(원이 다른 원과 중심을 달리 하는) 궤도이다. 이는 지구 궤도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성, 화성, 금성과 다른 행성의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아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세차(회전하고 있는 강체에 돌림 힘이 작용할 때, 회전하는 물체가 흔들리는 현상)는 항상 조금씩 변한다. 그리고 지구의 궤도는 수천년에 걸쳐 복잡한 주기로 원과 타원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특히 40만5천년의 특별한 한 주기는 지구과학자들이 침전물 기록을 이용해 행성의 역학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해줬다. 마치 시계처럼 이 주기가 지구를 태양에 가깝게 만들었을 때 날씨는 따뜻해지고, 그 결과가 암석 등에 증거로 남게 된다.

연구팀은 5800만년 전의 궤도 편심 주기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주기를 이용해 PETM이 포함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천문학적 해법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새로운 천문학 연대로 팔레오세-에오세 경계(PEB) 시기를 5601만±5만년 전으로 재설정하고, PETM이 지구 궤도 편심에서 40만5천년 주기의 최성기에 일어났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궤도가 PETM을 촉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 PETM이 시작해 회복기에 접어든 기간을 17만±3만년으로 제시했다.

심해저의 퇴적학·지구화학·고생물학·물리측정 등을 연구하기 위해 건조된 세계적인 심해굴착 실험선 조디스레절루션호(JOIDES Resolution). 대륙의 이동, 해저의 확대, 기후변동 및 지진, 화산의 원인이 되는 지각 내부의 응력, 마그마의 활동 등 지구의 신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해왔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심해 침전물을 코어 시추해 올린 암석들로, 밝은 갈색 부분은 탄산칼슘을 나타낸다. 중간에 짙은 갈색 부분은 점토층을 나타내는데 5600만년 전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에 의해 바닷물이 산성화한 결과를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지브와 로렌스는 궤도의 편심 주기를 확인하기 위해 지질학적 기록을 조사하고 과거의 지구 위치와 공전속도를 구하기 위한 천문학적 해답을 구했다. 또한 대서양 해저 침전물로 해답을 검토했다. 지브는 “우리는 놀라운 일치된 해답에 도달했다. 지질학적 기록과 천문학적 계산은 5300만~5800만년 전 시기까지 거의 일치했다”고 말했다. 좀 더 중요한 것은 연구팀의 계산으로는 PETM이 40만5천년 주기의 하나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주기는 과거 이상고온 현상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지구의 역학적 움직임이 그것을 유발했음을 보여준다.

논문에 참여하지 않은 조지메이슨대 고기후학자 린다 히노브는 “언젠가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지구 역학적 움직임에 대한 천문학적 해답 가운데 어느 것이 지질학적 데이터와 일치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지구가 5천만년 이전에 어느 곳에 위치했는지를 추정하는 데 핵심적인 일이다. 이번 연구는 더 이전의 시기로 나아가는 창문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저자가 아닌 콜롬비아대 고생물학자 폴 올슨은 “PETM과 궤도 역학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은 훌륭한 연구이지만, 그렇다 하더라고 PETM이 40만5천년 주기 가운데서도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났는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며 “혜성과 화산 가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분자고생물학자인 제시카 화이트사이드는 “팔레오세와 에오세 전환기의 지구 환경조건이 궤도 역학과 맞물리면서 PETM의 온난화를 극대화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초기 동력 가설은 논의할 만한 주제이다”라고 말했다.

PETM에 앞서 일어난 이산화탄소 밀도 상승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PETM과 그에 따른 지구 기온의 상승은 현재 인간 유래 지구온난화의 암석기록과 가장 유사하다. 하지만 지브는 “이런 사실이 궤도 역학이 인류세의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인류는 PETM 기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탄소를 대기에 배출하고 있다. 이는 그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분명히 오늘날의 궤도 환경은 5600만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미래 기후변화 측면에서 궤도 역학이 기후변화를 경감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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