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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6 10:28 수정 : 2017.12.26 11:01

이 순간 엄지척

올해 엄지를 척 들어올리게 만든 사건들은 대개가 지난해 ‘촛불혁명’의 긴 자장 안에 들어 있다. 사회 각 부문에서 쌓인 적폐를 털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가리킨 움직임들이다. 대중문화와 스포츠에서 신기록을 써 내려간 멋진 청년들에게도 엄지 척!

박근혜 탄핵·파면,
정권교체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지금쯤 새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한창 꾸릴 시점이다. 대부분의 올해 달력 12월20일엔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표시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지 92일 만인 3월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며 헌법을 유린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그리고 5월9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 이변은 없었다.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342만3800표(득표율 41.08%)를 얻어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역대 최대 표차(557만951표)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가 바로세우기,
적폐 청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0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2회 공판에 각각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폐 청산’을 위한 수사와 재판이 쉼 없이 이어진 한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왕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한국 정치·경제 최고 권력자들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40년 지기’이자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인공 최순실씨도 박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했다. 1심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징역 3년, 이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씨에게는 징역 25년이 구형됐다. 오로지 단 한 사람, 박 전 대통령만 지난 10월16일 ‘재판 거부’를 선언한 뒤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법원은 2018년 1월26일 최씨의 1심 선고를 할 예정이고, ‘궐석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도 머지않았다.

세월호 유족들 보듬은 정부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백남기 농민 사망 등의 사건에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피해자들은 뒤늦었지만 뜻깊은 위로를 받았다. 2014년 4월 침몰한 세월호는 꼬박 3년이 지난 올해 4월11일 인양돼 전남 목포 신항에 거치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8월16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207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위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역시 첫 피해자가 보고된 지 6년 만에 정부의 첫 공식 사과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8월8일 청와대로 피해자와 가족을 초청해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9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투병하다 숨진 백남기 농민과 유족에게 “정부 과오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방송정상화
험난했던 여정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당시 해직됐다 복직된 이용마 기자, 최승호 사장 등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로 다시 출근해 새로 받은 출입증을 들고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해직 5~9년을 넘긴 언론인들이 올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공정방송’을 위해 싸운 이들이다. 지난 8월 <와이티엔>(YTN)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지난 8일 <문화방송>(MBC) 박성제·박성호·이용마 기자, 최승호·강지웅 피디, 정영하 기술감독 등 9명이 복직하면서,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의 언론인 해직 사태’가 마침내 종결됐다. 관련자 문책도 일부 이뤄졌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고영주 이사장과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을 해임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방송>(KBS)은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파업이 계속되고 있고, <와이티엔> 역시 최남수 사장 내정자를 놓고 자질 논란이 이어지는 등 전면적인 방송 정상화의 길은 험난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5월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5월 대선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등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발표했다. 중앙부처·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간제·파견·용역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에 견줘 16.4% 오른 7530원으로 정했다. 인상률과 인상액 모두 ‘역대급’이었다. 정부는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투입해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두 정책은 내년 이후 그 실효성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갈등 해답,
공론화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한 10월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울산/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탈원전 정책의 하나로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는 환경·산업·학계의 견해와 지역주민의 삶 등이 등이 첨예하게 얽힌 난제였다. 문 대통령은 일반 시민들이 집단으로 학습하고 숙의해 답을 찾는 ‘공론화’에서 해법을 찾았다. 7월24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공론화위가 여론조사 등을 거쳐 선발한 471명의 시민대표참여단은 한 달 동안의 숙의 과정을 거친 뒤 10월20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계속하되, 장기적으로는 핵발전소를 축소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많은 이들이 이번 공론화를 “숙의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강타’
진격의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케이팝은 세계 최대 문화 콘텐츠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을 강타하는 새 역사를 썼다. 주인공은 7인조 힙합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케이팝 가수 최초로 9월 발표한 노래 ‘엠아이시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이 발매 즉시 미국·브라질 등 50개국 아이튠스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달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무대에 올라 미국에 데뷔했다. 이들의 미국 시장 입성은 5년 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바이럴 센세이션’(바이러스가 확산되듯 입소문으로 주목받는 현상)을 일으켰던 것보다 더 안정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전세계 팬과 소통하는 트위터 공식 계정은 지난달 한국 계정 최초로 팔로어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적 스타’로
박성현과 정현

정현이 11일 밤(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7 넥스트 제너레이션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3-1로 누르고 이 대회 초대 챔프에 오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밀라노/AP 연합뉴스

‘남달라’ 박성현(24·KEB하나은행)의 ‘미국골프협회(USGA) 제72회 유에스여자오픈’ 우승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 등 3관왕 등극은 올해 스포츠계의 단연 빛나는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유에스여자오픈을 정복해 트럼프까지 놀라게 하더니,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39년 만에 신인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3관왕에 등극한 것이다. 정현(21·한국체대)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7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으로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정현은 만 21살 이하 8명의 차세대 스타들이 자웅을 겨룬 이 대회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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