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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6 10:23 수정 : 2017.12.26 12:04

2017년 독자가 가장 많이 읽은 <한겨레> 기사
문 대통령 ‘파격 인사’ 다룬 칼럼 가장 많이 읽어
2015년 ‘임시 공휴일’ 기사 다시 읽히는 해프닝도
장신영·강경준, 추자현·우효광 부부 이야기도 인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장미 대선으로 유달리 정신없던 2017년도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어떤 기사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을까요. 올해 <한겨레> 누리집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0선을 소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당선 이후 대통령 첫 일정으로 국군통수권자로서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 문 대통령의 ‘엉큼한 인사’에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2017년,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지난 6월 나온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45화-문 대통령의 ‘엉큼한 인사’에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로 집계됐습니다. 장하성 정책실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문 대통령의 ‘파격’ 인사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선 “놀랍다”는 호평이 이어졌는데요.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을 △측근 배제 △통합 발탁 △여성 발탁 세 가지 이유로 분석한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이런 의도로 측근들을 배제한 것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에서 일본식 ‘오야붕-꼬붕’ 관계는 모든 계파와 인맥의 기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이런 구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뒤통수를 치거나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사람, 정치적으로 자신과 맞섰던 사람들을 청와대 핵심 참모나 장관 후보자로 과감히 발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 쉬워서 그렇지 정치에서 양성평등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60대 중년 남성입니다. 더구나 마초 문화가 강한 함경도 핏줄을 타고났고, 부산에서 자랐습니다. 양성평등에 대해 체질적 한계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피우진 보훈처장, 강경화 외교통상부장관 후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거나 지명했습니다. 그 자리에 여성으로 처음 발탁된 사람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월28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문무대왕함에 마련된 식당에서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평택/청와대사진기자단

#2. “문 대통령님, 휴가 주세요” 그 사병의 운명은 휴가? 기합?

두 번째 기사도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기사입니다. 국군의날,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아가 문무대왕함에서 사병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나눈 대화를 담은 “‘문 대통령님, 휴가 주세요’ 그 사병의 운명은 휴가? 기합?” 기사입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사병들 앞에서 직접 연애 이야기를 공개해 사병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한 사병에게 김 여사가 “정말 잘생겼어요∼”라며 칭찬해 화제도 됐죠. “월급을 올려달라”, “사진 한 컷만 찍어달라”, “휴가를 가고 싶다”는 사병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그 사병은 정말 휴가를 받았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마지막 발언자였던 김아무개 일병은 “해군에 입대해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제대하는 그날까지 군인으로, 제대 후에는 국민으로 항상 대통령님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일단 밑자락을 깐 뒤 당당하게 외쳤다. “마지막으로 저의 개인적인 소망인데 대통령님이 하사하시는 휴가를 꼭 가고 싶습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역시 ‘절차를 중시하는’ 평소 스타일 그대로였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문 대통령은 크게 한번 웃은 뒤 “대통령이 지시만 하면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옆에 있던 함장이 “지시해 주시면 제가 집행하겠습니다”라고 분위기를 잡았는데도 김 일병은 끝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아마 우리 함장님께서 각별한 관심을 써 줄 것으로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가 전부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분이다, 몇박몇일 휴가를 명한다 두 마디면 되는데…”라며 “그 병사가 휴가를 받았을지, 아니면 기합을 받았을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 갈무리

#3. 재미는커녕 비호감만 키운 10억 커플 ‘미생’ 만들기

세 번째 기사는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장신영·강경준 예비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SBS)은 서울에서 신혼집을 찾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을 ‘미생’에 빗댔습니다. 방송은 서울 강남의 학군 좋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8억∼10억원대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고 좌절하는 모습을 3주에 걸쳐 내보내며 ‘미생’의 비정규직이 된 양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강조했죠. 하지만 이 방송은 오히려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공감보다는 괴리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습니다. 대다수 시청자에게 8억∼10억원은 상당히 큰 돈입니다. 치솟은 집값에 어려운 현실을 꼭 수십억원대 집을 보러 다니며 이야기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재미는커녕 비호감만 키운 10억 커플 ‘미생’ 만들기” 기사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세상 가장 처량한 연인일 수 있다. 살고 싶은 곳은 강남 8학군의 노른자 땅인데, 그 정도의 돈은 없으니 “더 열심히 살자”며 <미생> 속 비정규직이 된 양 서로를 다독일 수 있다.

그러나 씁쓸해하는 그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느꼈을 참담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동상이몽>은 장신영-강경준 예비부부가 이런 식으로 집을 구하는 장면을 무려 3주에 걸쳐 내보냈다. 강남의 좋은 아파트를 집 구조까지 세세하게 소개하고, 20억원, 100억원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며 전세금도 모자라 돈 걱정이 떠나지 않는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연인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실을 알려주며 신혼부부의 어려움을 얘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꼭 8억~10억원으로 수십억 원짜리 집을 보러 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굳이 저 정도 아파트를 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 사정이지만, 대다수 시청자한테 큰돈일 8억~10억원 들고, 그 돈으로는 턱도 없다는 강남 8학군에 집착하고, 한발 후퇴해 마당 넓은 2층 주택을 찾는 모습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나. 제작진의 잘못된 생각은 부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사랑을 키워온, 그래서 아름답던 부부를 단숨에 비호감으로 전락시켰다. 의미도 재미도 건지지 못한, 대체 무엇을 위한 방송이었을까.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2016년 5월 6일에도 전국 모든 고속도로와 서울 남산터널의 혼잡통행료가 면제됐다. 사진은 5일 오전 남산 1호 터널의 모습. 연합뉴스

#4. [속보]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전국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알리는 이 속보 기사는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던 기사입니다. 사실 올해가 아닌 2015년 기사거든요. 박근혜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는 내용이죠. 하필 올해 광복절이 화요일이다 보니 전날인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느냐 여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던 모양입니다. 누군가 검색하다가 철지난 이 기사를 발견했을테고요. 이 기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소문이 퍼지자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가 나서서 “사실무근”이라고 직접 해명까지 했고요. 2년 전 기사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런 칼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편집국에서] 과거뉴스, 가짜뉴스, 희망뉴스)

한바탕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뜨거웠다. 지난 8일 오전부터 ‘[속보] 8월14일 임시공휴일 지정…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라는 제목을 단 <한겨레> 기사의 페이지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예고 없는 발표를 했나 싶어 확인에 나섰으나 아니었다. 편집 과정의 실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아찔해지기까지 했다.

상황을 어림짐작하게 된 건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축 분위기를 확산하고 국내 관광 지원을 통한 내수진작과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라는 첫 문장을 읽고 나서였다. 철 지난 과거 기사였다. 2년 전인 2015년 8월4일,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당시 금요일이었던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안도와 함께 허탈함이 밀려왔으나 정작 네티즌들의 광클릭은 꼬박 하루 반나절 동안 계속됐다.

지난 10월 8일(한국시각) 미국 연예매체 <레이더 온라인 닷컴>에 공개된 머라이어 캐리의 사진. 레이더 온라인 닷컴 갈무리

#5. 살쪘다고 놀리지 말아요-머라이어 캐리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요즘 이 노래 많이 흥얼거리시죠?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가 다섯 번째 기사의 주인공입니다. 이재익 SBS PD는 연재 글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에서 머라이어 캐리에 대한 팬심을 수줍게(?) 드러냅니다. 최근 머라이어가 살이 찐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비난을 받아 가슴이 아프다는 고백입니다. 강력한 라이벌인 휘트니 휴스턴이 세상을 뜬 뒤에는 머라이어가 명실상부한 ‘노래의 여신’이라고도 덧붙입니다. ‘살쪘다고 놀리지 말아요-머라이어 캐리’란 직설적인 제목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의 사진에 화들짝 놀란 이들의 클릭 때문일까요. 디바를 다룬 이 칼럼은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휘트니가 전성기를 넘긴 뒤 재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세상을 떠난 것과 달리 머라이어 캐리는 몇 번이나 음악적 변신을 통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다.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디바의 영역이 아닌 장르에서도 젊은 아티스트들과 찰떡 궁합을 선보이고 멋진 노래를 선보였다. 결혼과 공개 연애도 여러 번, 이혼과 결별도 여러 번 되풀이하며 연예계 가십난에도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그러다 최근에 민망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체중이 너무 불어 가수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라는 소식과 함께 살이 꽉 차다 못해 의상이 터질 것 같은 모습을 찍은 사진이 실렸다. 실제 공연에서도 전과 다른 형편없는 가창력으로 실망을 안겨주었고 안무는커녕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실 머라이어의 ‘비만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인과 배우자가 자주 바뀐 것처럼 그의 몸무게 또한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와 감소를 되풀이했다. 체중 증가 때문에 공연을 형편없이 망쳤다면 팬들의 원성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비아냥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힙합신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머라이어 캐리는 ‘리스펙’을 받아 마땅한 가수니까. 휘트니가 살아 있을 때는 확언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최고의 디바는 머라이어 캐리다. 그는 걸어다니는 여신이다. 노래의 여신. 살이 쪘다는 이유로 돼지 운운하며 그를 비하하는 덧글을 볼 때면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테러를 보는 기분마저 들어 가슴이 아프다. 지나친 팬심일까?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2014년 12월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6. 박지만 수행비서 숨진채 발견돼

꼭 1년 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 기억하시나요? 육영재단의 소유권을 두고 박근혜·지만·근령씨 3남매 사이의 갈등을 다뤘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얼마 안 돼 박지만 EG회장의 수행비서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새해 첫 날 발생한 사건입니다. 수행비서인 주 아무개씨는 10년 간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5촌 살인사건의 미스터리가 아직 풀리지 않아서일까요. 주씨의 죽음은 무수한 의혹을 남겼습니다. 덩달아 ‘박지만 수행비서 숨진채 발견돼’ 기사도 많이 읽혔습니다.

1일 서울 수서경찰서 등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주아무개(45)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자신의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지난달 28일 부인과 아들이 대전에 있는 친정집에 갔다가 이날 돌아와 주씨가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주씨의 아내가 주씨와 29일 낮까지는 통화가 되다가 30일 오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주씨는 29일에서 30일 사이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추자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7. 추자현, 운명의 굴레 벗고 대륙 움직인 ‘지극정성’

올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부부가 있습니다. ‘한-중 커플’ 배우 추자현-우효광(위샤오광) 부부인데요. 방송을 통해 다정하고 애틋하게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냈습니다. 추자현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한류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인기를 많이 얻어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진출한 게 아니라 아예 중국에서 신인처럼 시작해 데뷔, 지금의 자리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추자현, 운명의 굴레 벗고 대륙 움직인 ‘지극정성’”기사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추자현의 인기를 분석한 기사입니다.

생닭을 직접 손질해 튀긴 뒤 남편과 함께 스태프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니, 몇년 전 그녀의 중국 생활을 그린 영상을 본 기억이 났다. 그 영상 속 추자현은 매니저와 함께 김밥 몇십인분을 직접 말아 동료 배우, 스태프들에게 나눠주며 먼저 다가갔다. 당시 40여권이 넘는 중국어 대본을 달달 외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신인 같은 성실한 자세와 각오가 중국인들에게 믿음을 주었을 것이다. 그게 추자현이 중국 최고의 배우 장쯔이와 비슷한, 회당 출연료 1억원의 대우를 받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카이스트>는 추자현이라는 이름을 알린 드라마이지만 동시에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 이미지의 굴레였다. 이 드라마 속 그의 터프하고 ‘보이시’한 매력은 신선했지만, 너도나도 추자현에게서 비슷한 모습만 끄집어내려고 했다. 당시 그는 <씨네21>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비슷한 배역만 들어오는 것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난 매콤한 김치찌개도 먹고 싶고, 시원한 북엇국도 먹고 싶은데 매일 된장찌개만 먹는 느낌이었다. 굶으면 굶었지 같은 건 그만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었으니까. 된장찌개보다 더 비싼 걸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른 맛을 원했던 거다.”

추자현은 하늘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한류 스타가 아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운명의 굴레를 극복하기 위한 숱한 몸부림 끝에 스스로 쟁취한 성취라 할 만하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설 연휴 마지막날인 1월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8. “권력 휘두르면 큰 화 입는다”던 조윤선, 정작 본인은 왜?

여덟 번째 기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주역,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몰락을 분석한 “‘권력 휘두르면 큰 화 입는다’던 조윤선, 정작 본인은 왜?”입니다. 조 전 장관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김앤장 최초 여성 변호사’, ‘문화를 사랑하는 정치인’, ‘한나라당 최장기 대변인’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지난 정권에선 ‘박근혜의 신데렐라’로 불리며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했죠. 그는 평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심판’을 교훈으로 삼고, ‘자신의 권력이 아닌 것’을 휘두르는 일을 경계했다고 하는데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기사는 정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후, 그의 발걸음을 촘촘하게 따라갑니다.

조윤선은 평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심판’을 교훈으로 삼았다. 트로이 왕자인 파리스는 헤라(권력)와 아테나(지혜), 아프로디테(미) 등 세명한테서 셋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아프로디테는 답례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의 사랑을 파리스에게 준다. 헬레네가 사랑을 따라 트로이로 간 데 대한 복수로 발생한 전쟁으로 트로이는 결국 망한다. 조윤선은 “파리스는 세 여신의 부탁을 받고 우쭐했을 거예요. 자신한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에. 그런데 사실은 파리스가 결정권을 갖게 된 것은 그가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제우스신이 여신들의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떠넘겼기 때문이죠. 파리스의 심판이 주는 교훈은, 자신의 권력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인 양 휘두르다가는 큰 화를 입게 된다는 거예요.”(<신동아>, 앞 인터뷰)

누구보다 명석한 모범생이었던 그가 ‘파리스의 심판’ 교훈을 깜빡 잊었던 걸까. 아니면 권력자들의 눈에 들어 출세의 길만 달려온 비주체적 삶의 귀결일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4월 20일 오전 인천 구월동 모래내시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인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9. 홍준표, 대학 때 돼지흥분제로 ‘성폭력 모의’ 뒤늦게 밝혀져

아홉 번째 기사 “홍준표, 대학 때 돼지흥분제로 ‘성폭력 모의’ 뒤늦게 밝혀져”는 ‘충격’, ‘경악’, ‘헉’이란 제목에 어울릴 법한 내용입니다. ‘장미 대선’ 기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약물을 사용한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는 내용을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행복한 집 펴냄)에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짝사랑을 하던 친구를 위해 돼지 흥분제를 구해줬다는 겁니다. 그는 평소에도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놓은 것인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여러 번 한 이력이 있습니다. “강간 모의가 장난으로 통하고, 이걸 책으로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에 낯짝을 들이미는 나라는 미개하고 후지다”라며 누리꾼들의 십자포화를 받았지만, 결국 그는 2위로 대선을 완주했습니다.

홍 후보는 “그런데 그 여학생은 이 친구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라며 “10월 유신이 나기 얼마 전 그 친구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우리에게 물어왔다. 곧 가정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그래서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어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며 “밤 12시가 되어서 돌아온 그는 오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였다. 얼굴은 할퀸 자욱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와이셔츠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연을 물어보니 그 흥분제가 엉터리라는 것이었다”며 “월미도 야유회가 끝나고 그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오용석씨의 편지. 장헌권 대표 제공

#10. “세월호 2층 화물칸 벽, 철제 대신 천막으로 막아”

올해 가장 많이 읽힌 기사, 그 마지막은 “세월호 2층 화물칸 벽, 철제 대신 천막으로 막아”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 중 한 명이었던 고 오용석씨가 급격한 침몰 원인에 대해 적었던 내용을 공개한 기사입니다. 오씨는 2014년 11월 세월호 2층 화물칸 하층부 일부 벽이 설계도처럼 철제가 아니라 바닷물 유입을 막을 수 없는 천막으로 대체해 급격한 침몰 원인이 됐다고 ‘양심고백’을 했습니다. 장헌권 광주기독교연합 대표는 오씨가 직접 쓴 편지를 공개하면서 “세월호를 인양했으니 오씨 주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가 인양된 지금이야말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씨와 같은 양심고백을 관련자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편지에서 오씨는 세월호 선미 화물칸 2층(C데크) 벽 일부를 천막으로 대체한 것을 급격한 침몰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배가 처음 기운 것도 기운 것이구요. 물이 어데로 유입 되었는가 상세히 조사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뒤에 그림으로 보냅니다”라고 밝혔다. 세월호는 1층 디(D)데크(화물칸), 2층 시(C)데크(화물칸), 3·4층(객실), 5층(조타실·객실)로 구성돼 있다. 오씨는 세월호 단면을 그린 뒤 2층 C데크 부분을 지목한 뒤, “이 부분이 천막으로 되어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되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면상에 뚫어져 있는지 모형을 제시했으니 검찰은 알고 있겠지요”라고 적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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