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2.24 18:07 수정 : 2017.12.25 11:04

[2017 뉴스&] 지구촌 흔든 사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 선언

초상화 속 남자는 자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류의 운명을 내다보듯 우수에 젖은 눈빛이다. 그를 믿는 이들에게는 이미 2000여년간이나 지극한 권위와 신성을 발휘해온 예수에게는 올해 또 하나의 영광이 더해졌다. 천재의 붓질이 탄생시킨 <구세주>는 지난달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000억원 가까운 금액에 팔려 최고가 미술품 기록을 갈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성과 경매 업체의 마케팅이 합작한 성과였다. 하지만 예수가 없었다면 수많은 화가들이 한 사람의 잉태부터 설교, 죽음, 부활을 묘사하려고 재능을 쏟아붓지 않았을 것이다.

<구세주>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이다. 2위 기록을 보유한 윌럼 더 쿠닝(빌럼 더 코닝)의 <인터체인지>와는 16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불경하게도 <구세주>에 ‘남자 모나리자’라는 별칭을 붙게 만든 다빈치의 다른 그림 <모나리자>는 예술성이 더 뛰어나 보인다. 하지만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킬러 콘텐츠’를 시장에 내놔 ‘남·여 모나리자 대결’을 성사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다빈치가 예수에게 영광을 바쳤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둘러싼 오래된 다툼을 악화시켰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 선언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오리엔트 유일신 종교들의 고향으로 알렉산더, 폼페이우스, 티투스, 십자군 ‘영웅’들, 술레이만, 나폴레옹 등 유수의 정복자들이 손에 넣거나 성벽 앞에서 분루를 삼킨 도시다. 이곳에서 처형당하고 부활했다는 예수는 ‘성도’(the Holy City)를 한 도시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불리게 만들었다. 여러 정복자들이 예루살렘 왕이라는 그의 지위를 현세에서나마 빌려보고자 분투했지만 대개 덧없는 영광과 함께 필요 이상의 유혈극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짧게 잡아 1000여년, 길게 보면 2000~3000여년간 여러 민족, 종교, 제국의 손을 오간 예루살렘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을 종식하기보다는 더 깊은 갈등과 원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12세기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조차 이 도시는 무슬림들한테 더 중요하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십자군 원정대를 이끈 영국의 사자심왕 리처드한테 “예루살렘은 우리 것인 동시에 당신들 것”이라고 자인했다. 이런 맥락과 대다수 국가들의 반대를 무시한 세계 제국 수장의 선언에 예수는 어떤 심정일까?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2017 뉴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