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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4 18:04 수정 : 2017.12.25 11: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로 떠나기 전 누군가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2017 지구촌 흔든 인물
“미국 최우선”…자유무역질서 뒤집어
TPP·기후협정 탈퇴 등 국제합의 부정
취임 1년차 지지율 32% 역대 최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로 떠나기 전 누군가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후대 역사가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쇠퇴에 대해 쓸 때, 2017년은 분명 그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부상한 미국은 1960년대 소련의 약진, 60년대 말~70년대 초의 베트남전 수렁과 달러 위기, 80년대 말 일본 경제의 도전, 2000년 초 이라크 전쟁 실패, 2008년 금융위기와 중국의 부상 등의 장애물들을 넘으면서도,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놓지는 않았다. 미국의 군사력이 주축이 된 동맹체제를 기반으로,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자유주의 질서를 틀로 삼은 미국의 질서가 70년 동안 세계를 운영해왔다.

올해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이 세계 질서를 스스로 부정하고 허물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자체가 미국의 모순을 상징한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비해 총득표 수에서 230만표 넘게 뒤졌지만, 경합주들에서 미세한 득표 차이로 선거인단을 독식해 당선됐다. 트럼프의 승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8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에서 소외된 노동계층과 백인 중하류층이었다. 트럼프는 경제적 민족주의로 포장한 포퓰리즘(대중주의)으로 이들을 선동하고 있지만, 그가 펼치는 정책들의 본질은 극소수의 부유계층을 위한 금권정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는 포퓰리스트로 행세하지만, 금권정치가로서 통치한다”며 그를 ‘금권주의적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했다.

트럼프가 “워싱턴의 하수구를 청소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정작 그의 행정부 관료들은 억만장자와 월가 투자은행 경영진, 기존 로비스트들이 즐비한 데서 이런 ‘형용모순’이 잘 드러난다. 미국 중하류층 2400만명의 건강보험 혜택을 빼앗는 오바마케어 폐지는 연말에 감세안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실현됐다. 법인세와 최고 소득세율을 낮추고 재산세를 폐지하는 감세안의 최대 수혜자는 상위 1%의 고소득 가구와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다.

실제로는 혜택을 뺏기고 있는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트럼프는 ‘미국 최우선’(아메리카 퍼스트) 구호 아래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모든 나라들의 권리이다”라고 선언했다. 취임 이틀 만인 1월23일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려고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지시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이 맺은 여러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그는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 질서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티피피 탈퇴에 대해 “중국이 소리 안 나게 웃고 있다”고 개탄했다.

1월27일에는 이슬람 6개국 국적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건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다카)의 폐지 등과 함께 인종주의, 반이민, 무슬림 차별을 격화시켰다. 트럼프의 이런 정책은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5월 중동과 유럽으로 첫 해외순방에 나선 그는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요하며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뒤 “유럽인들은 우리 손으로 우리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 조정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의 탈퇴를 발표해, 유럽 동맹국들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했다. 기후협약 탈퇴는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 파기 위협,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선언과 함께 미국이 스스로 주도했던 국제적 합의와 체제를 부정한 대표적 사례다.

8월부터 트럼프는 북한과 ‘말폭탄 전쟁’을 벌이며, 동북아에서 핵전쟁 긴장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을 공식 선언했으나, 트럼프는 국무부가 주도하는 북한과의 대화 탐색 시도를 앞장서서 일축하고 있다. 최대한의 압박은 있지만 관여는 없는 트럼프의 대북정책과 맞물리며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과 무역갈등이 얽히면서 미-중 관계는 수교 이래 가장 복잡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표방했으나,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스캔들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

취임 1년 트럼프의 지지율은 32%로 역대 최악이다. 그가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도박이나 무리수도 둘 수 있다는 의미여서, 2018년의 세계는 더욱 위태롭고 불안정한 미국을 마주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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