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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5 09:49 수정 : 2018.11.15 19:32

양꿍. 사진 백문영 제공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양꿍. 사진 백문영 제공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타이 방콕으로 향하곤 했다. 콧등이 베일 것처럼 차가운 겨울바람이 싫어서였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는 치안이 불안해서 가기가 망설여진다’는 편견까지 있었다. “막상 가면 좋아할 거야, 맛있는 것도 많은 데다 추위에 굳은 근육도 풀릴 거야”라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면 아마도 영원히 그곳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2015년 12월24일,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에 발을 딛자 든 생각은 ‘덥다’였다. 밤에 도착했는데도 더웠다.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주변의 식당이 문을 닫았지만, 허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기어이 호텔 룸서비스로 얌꿍과 톳만꿍, 뿌팟퐁커리와 솜땀 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형언할 수 없이 맛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타이의 음식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귀국해 그때의 안락한 기분과 휴식을 느끼고 싶을 때면 늘 타이 음식을 찾았다.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인근. 6번과 7번 출구 사이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타이음식전문점 ‘쿤쏨차이’이 나타난다. 이미 타이 음식 마니아에게 유명한 곳이다. 넓은 주방에서 뜨거운 불길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중화요리 집도 아닌데’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슬슬 불타올랐다. 메뉴 구성이 신기했다. 아는 요리라고는 얌꿍, 톳만꿍, 솜땀 정도였다. 솜땀은 ‘그린 망고 솜땀’과 ‘그린 파파야 솜땀’으로 나뉠 정도로 메뉴 구성이 다채로웠다. ‘촌스러워도 타이 음식의 기본은 얌꿍이다’라는 생각에 얌꿍을 먼저 주문하고 ‘소갈비 마싸만커리’도 주문했다.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얌꿍은 진했고, 고소했고, 시원했고, 새콤했다. ‘소갈비 마싸만커리’는 이곳을 수백 번 들락거린 단골이 추천했던 메뉴다.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의 소갈비를 푹 익힌 뒤 매콤하고 달콤한 커리를 자작하게 부어 낸 메뉴다. 코코넛 밥도 커리에 비벼 먹었다. ‘진짜 맛있다’ 말을 되풀이하며 톳만꿍과 뿌팟퐁커리를 추가로 주문했다. 새우 살을 다져 바삭하게 튀긴 톳만꿍은 꼭 빵 없는 중국 음식 멘보샤와 같았고, 껍질이 얇은 게를 커리 가루에 볶은 뿌팟퐁커리는 알싸하고 매콤하면서 바삭바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까지 포섭할 수 있는 푸근한 맛이었다.

드디어 휴식이 주는 포근하고 안락한 기분을, 습하고 더웠던 남국의 여유로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올겨울도 따뜻할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갈비를 뜯었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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