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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8 10:04 수정 : 2019.11.08 10:47

문재인 정부 ‘반환점’ 노동·복지·교육 분야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포용 사회’ ‘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다양한 사회정책을 내놨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아직 미흡하다. 선의와 당위에 기반해 내놓은 정책들은 ‘책상 앞’에선 생각하지 못했던 난관을 만났고, 정부는 다양한 대안을 내놓거나 갈등을 조정하는 데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더라도, 뚜렷한 철학과 비전을 통해 반대 세력들을 설득하면서 애초 설정했던 방향의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올바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살피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결국 대통령이 공약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좀더 치밀한 전략을 짜서 향후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작은 기업들에 더 오랜 준비시간을 준 것이므로 경제단체들의 큰소리에 밀려서는 안 된다.

복지 분야에선 아동수당·기초연금 등 현금 복지가 진전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동·노인·장애인·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삶을 지탱해줄 사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서는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므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육 분야에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의 희망사다리 기능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하고 대입제도에 대한 불신도 깊다. ‘조국 사태’ 이후 교육개혁이 국정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만큼, 중장기 교육 비전을 토대로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혜정 박현정 양선아 기자 zesty@hani.co.kr

노광표

■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구호만 앞서나갈 뿐 이를 실행할 진지한 노력은 없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 쪽에 쏠린 잣대의 균형을 잡았어야 하는데, 그런 비전과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집권 초에도 친노동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1만원, 주 52시간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치밀한 전략과 준비 없이 하려다 보니 밀린 거다. 최저임금은 우리의 임금체계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하는 논의와 함께 추진했어야 하고, 주 52시간제는 기업과 노조 양쪽 모두를,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 생산성을 높이자고 설득했어야 한다. 정규직화 정책도 정교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민간부문 대책은 전무하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지 못한다면 복지 확충 등 간접임금을 늘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노동 존중 사회의 ‘최소한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오건호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아동수당·기초연금 등 현금 복지는 진전됐지만, 시대 흐름을 보면 어느 정권이라도 대체로 시행했을 정책이다. ‘촛불 정부’로서 해야 할 복지 체계의 질적 도약을 실현하지 못했고 재정 마련 의지도 없었다.

사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선 공공 인프라 확대가 필요한데 보육 분야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노인요양은 변화가 없고 의료 쪽도 확대됐다고 볼 수 없다. 민간 인프라 의존 체계를 바꾸려면 이해관계자와 갈등 조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를 피해가 버린다. 공적연금 개혁 논의도 미봉적 안만 내놓은 채 생산적 방향으로 이끌지 못했다.

정부가 지역사회 중심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좀더 재원을 투입해 사회서비스 공공 인프라를 늘리면 복지 체계 개편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찬승

■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교육정책 가운데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 등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크게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교육 개혁의 평균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철학과 비전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철학은 모든 의사결정의 큰 기준이 되고 비전은 의미를 공유하게 해주며 사회를 통합하는 힘을 갖는다. 그러나 정권 초기부터 주요 교육 공약이 연기되거나 후퇴하면서 현 정부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가가 있다. 교육의 문제는 복잡계다. 지금처럼 입시 정책, 공교육 정상화 정책 등 각각의 교육정책을 분절적으로 접근하면 상호 충돌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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