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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2 14:39 수정 : 2019.11.12 19:46

중국 작가 옌렌커 대산문화재단 초청 방한
”중국서 작가로 태어난 것은 커다란 행운
김애란 소설에서 강한 힘과 섬세함 느껴”

“현 상황의 중국에서 태어난 것은 작가로서는 큰 행운입니다. 소설을 쓰는 데 특별한 영감이나 상상력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사고가 작가의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거든요. 글쓰기의 자원으로만 보자면 중국 작가들이 한국 작가들보다 훨씬 큰 행운을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글쓰기의 자유 측면에서는 한국 작가들이 더 행운아겠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같은 소설들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옌렌커(사진·61)가 한국을 찾았다. 대산문화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1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자신의 작품 세계와 중국 사회 및 문학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옌렌커의 소설은 중국 사회의 어둡고 부끄러운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대부분이 발표와 동시에 금서로 지정되었다.

“중국에서는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모든 책을 검열합니다. 많은 우수한 작품들이 문제 없이 출간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작가의 글 쓰는 자유가 억압된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출판되느냐 여부로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예술적·심미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죠.”

옌렌커는 이번 방한 기간 중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교보인문학석강’ 강연을 한 데 이어 13일 오후 2시와 5시에는 각각 연세대 위당관 6층 문과대 100주년 기념홀과 고려대 에스케이(SK)미래관 김양현홀에서 잇따라 강연을 펼친다. ‘침묵과 한숨-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이라는 제목의 이번 강연에서 그는 “인간으로서 나의 일생은 실패이자 죽음”이라고 단언하는데,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내 글쓰기와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인생에서 많은 이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은 실패했습니다. 글쓰기에서도, 진정한 독창성을 지니고 창조력을 최대한 발휘한 작품은 쓰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도 저는 재미 없고 심심한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두루 실패한 사람이죠.”

강연에서 그는 또 2008년 한국 방문 당시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한국 시민들의 시위에 동참했던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때도 문학 활동을 위해 방한했던 것인데, 번역자와 함께 시위에 참가해 아주 오래 걸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가장 크게는 호기심 때문이었고, 저로서는 새로운 경험을 해 본 것이었습니다.”

최근 인명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와 관련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광우병 시위와 홍콩 시위 모두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흔적이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제가 한가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인류의 자유와 존엄을 향한 모든 노력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이 자행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작가 가운데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 아비’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밝혔다.

“김애란의 소설에서는 강인한 힘이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아주 섬세한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엿보였고 그런 삶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될 예정인 신작 장편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과 관련해 옌렌커는 “작가인 나 자신을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이 실존인물이지만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에스엔에스와 심문조서 형식 등 각종 형식과 기법을 동원한 매우 실험적인 소설이어서 한국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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