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도하는 홍콩에 “국보법 제정” 압박

9일 저녁 홍콩섬 중심가 타마르 광장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4일 시위 도중 추락해 끝내 목숨을 잃은 홍콩과기대생 차오츠록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 국무원 홍콩책임자 “국보법 제정” 촉구
“기본법 따른 입법 완수해야” 강조
시위 도중 추락 숨진 대학생 애도 물결

9일 저녁 홍콩섬 중심가 타마르 광장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4일 시위 도중 추락해 끝내 목숨을 잃은 홍콩과기대생 차오츠록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위 도중 추락해 사경을 헤메다 지난 9일 끝내 숨진 홍콩과기대 학생에 대한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고위 당국자가 홍콩 기본법에 따른 국가보안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5개월째를 넘긴 홍콩 시위 사태에 중국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장샤오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은 9일 장문의 성명을 내어 “홍콩 정부는 기본법(헌법 격) 23조가 규정한 입법을 완수하지 않았고, 국가안보에 관한 어떤 기구도 설치하지 않았다. 홍콩에서 급진적 분리주의 세력이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본법 23조는 홍콩 자치정부가 “국가를 배반하고 분열시키며, 반동을 선동하고 중앙 인민정부를 전복하며, 국가기밀을 절취하는 행위” 등을 금하는 법을 자체적으로 제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지난 2004년 입법을 추진하다가 대중적 반발에 밀려 포기한 국가보안법 제정을 재추진하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달 31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9기4중전회) 이후 더욱 강경해진 중국의 홍콩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일국양제에서 양제보다 일국이 우선이다. 홍콩의 광범위한 자치가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쪽으로 활용돼선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홍콩 시민 수만명(주최 쪽 추산 10만명, 경찰 추산 7500명)이 9일 저녁 애드머랄티 지역 타마르공원에 모여 지난 4일 시위 도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8일 끝내 숨진 홍콩 과기대생 차우츠록(22) 추모 집회를 열었다. 차우가 추락한 사고 현장인 정관오의 주차장 건물에도 추모객이 몰려 고인의 넋을 기렸다. 추모객 켄 웡(60)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사고에 대한 경찰 개입 의혹을 경찰이 자체 수사하고 있다. 무의미한 짓”이라며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한편, 홍콩 경찰 감시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경찰의 시위진압 과정을 조사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는 외부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홍콩 프리프레스>는 10일 “민원처리위가 위촉한 영국 등 다국적 전문가위원회가 ‘서류제출 강제권도, 증인 소환권도 없는 상황에서 경찰 업무수행 감독권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