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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2 20:01 수정 : 2019.08.16 11:05

21일 홍콩에서 열린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 43만여명이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시위대 일부, 중국 연락사무소 포위
중국 국가 휘장에 먹칠하고 계란세례

친중파 상징 흰옷 괴한, 몽둥이 무장하고
지하철역서 무차별 폭행…수십명 부상
경찰 늑장 대응에 ‘삼합회’ 배후설까지

21일 홍콩에서 열린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 43만여명이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7주째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를 직접 겨냥하면서 중국 당국의 대응도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여기에 친중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백색테러’까지 겹치면서 홍콩 사회가 ‘친중-반중’ 구도로 분열하는 양상까지 엿보인다. 홍콩의 중국 반환 22년 만에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43만여명이 참여한 21일 홍콩 반송중 시위는 지난달 9일 100만명이 모인 첫 시위 이후 유지돼온 ‘금기’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도심 행진을 마친 시위대 일부가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중앙인민정부 홍콩 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연락사무소)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것이다.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벌어진 입법회 의사당 점거 시위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다.

21일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대가 기습시위를 벌인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 건물 정면에 내걸린 중국 국가 휘장이 시위대가 던진 검은색 페인트로 얼룩져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연락사무소를 포위하다시피 한 시위대는 건물을 향해 달걀을 던지는가 하면, 주변 벽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반중 구호를 적기도 했다. 특히, 건물 정면에 나붙은 중국 중앙정부 휘장에도 검은색 페인트가 뿌려졌다. 시위 당시 연락사무소 주변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례 없는 사태에 중국 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1일 밤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어 “중앙정부의 권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며, 일국양제의 근간을 건드린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1일 밤 반송중 시위대를 겨냥한 유례없는 ‘백색테러’가 벌어진 것도 상황에 긴박감을 더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밤 10시30분께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민들이 지하철 위안랑 역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흰색(친중 시위대가 주로 입는 색깔) 티셔츠 차림의 괴한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적어도 45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21일 밤 홍콩 지하철 위안랑 역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흰색 티셔츠 차림의 괴한들이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검은 옷 차림의 시민들을 골라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쇠막대와 몽둥이로 무장한 이들은 검은(반송중 시위대가 주로 입는 색깔) 옷 차림의 시민을 집중적으로 폭행했으며, 지하철 내부로 피신한 시민까지 쫓아가 매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현지 언론은 현장 동영상을 근거로 이들이 ‘삼합회’ 등 조직폭력배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밤 최루탄과 고무탄까지 동원해 시위를 강경 진압했던 경찰은 폭력배들이 모두 물러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해 ‘고의 늑장 대응’이란 의혹까지 일고 있다.

실제 <핑궈일보> 등은 “저녁 6시께부터 흰색 티셔츠 차림의 건장한 남성들이 지하철역 부근을 배회하기 시작했고, 밤 9시께는 1천여명까지 인파가 불었지만 경찰이 배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친중파 입법의원인 허쥔야오가 현장에서 흰옷 차림의 남성들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된 것도 ‘친중파 배후설’을 키우고 있다.

앞서 친중파 진영은 지난 20일 대규모 ‘친정부 시위’를 열어 반송중 시위대가 홍콩의 법질서를 파괴하고 폭력행위를 일삼는다고 맹비난했다. 친정부 집회엔 주최 쪽 추산 31만6천여명이 참여해, 반송중 시위 못지않은 동원력을 과시했다.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2014년 79일간 이어진 우산혁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범죄인 인도 조례’가 이미 사문화됐는데도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대가 요구하는 조례 공식 철회를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는 점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 ‘삼무(돈·집·사랑이 없는) 세대’로 불리며 반송중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홍콩 젊은이들의 ‘절망감’이 폭력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평화로운 시위에 뒤이은 도로 점거 시위와 경찰의 강경 진압이 반복되면서 홍콩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일상)이 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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