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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2 09:40 수정 : 2019.06.02 21:17

다뉴브강 촛불과 꽃 사이로 실종자를 잘 아는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한 편지가 남아 있다.

[다뉴브강 참사 현장]

실종된 ‘허블레아니’ 선장·선원의 동료들 강변서 추모
강변에 놓인 꽃과 촛불 사이엔 한글·영문 편지 잇따라
헝가리 당국 “다음주 중반 물 수위 4m로 낮아질 것”

다뉴브강 촛불과 꽃 사이로 실종자를 잘 아는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한 편지가 남아 있다.
지난달 29일 밤(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헝가리 이름 두너강)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호 사고 발생 사흘째를 맞으며, 다뉴브 강변에는 사고 희생자를 기리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과 꽃다발 등이 쌓이고 있다. 사고 이튿날까지만 해도 다리위에서 사고 현장을 내려다보며 경악하던 사람들은, 이제 강변으로 내려와 촛불을 켜거나 강물에 꽃송이를 던졌다.

6월1일 오후에 찾은 다뉴브강변에서는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과 꽃들 사이에서는 실종자를 잘 아는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허블레아니호를 탔다가 실종된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르는 편지다. 편지는 “언니, 내가 언니한테 늘 받기만 하고 언니한테 아무 것도 못돌려줘서 미안해요”로 시작한 편지는 “우리 언니 추운 거 너무 싫어하는데 얼른 따뜻한 우리 품으로 와요. 언니 무사히만 돌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편지는 또 “언니가 좋아하는 맥주 가지고 왔어요. 일 끝나고 목말랐을텐데 맥주 먹고 날도 좋으니깐 화이트와인으로 달려요”라며 “우리 언니 얼른 손님들이랑 함께 우리 품속으로 와주세요. 사랑해요 언니”라며 끝을 맺었다.

강변에는 부다페스트를 찾은 헝가리인이나 외국인들이 한국어 사전을 찾아가며 적은 한글편지들도 눈에 띄었다. ‘부타페스트 시민’이라며 영어로 자신을 소개한 한 편지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말은 한글로 적었다. 이외에 한글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귀를 매단 한국식 추모 화환 등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6시45분(현지시각)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8번 선착장에 정차해 있던 배에서는 30명 남짓한 사람들이 꽃과 초를 들고 걸어나와, 사고가 발생한 머르기트 다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검은 옷이나 흰색 승무원 옷을 입은 이들은 허블레아니 사고로 실종된 ‘유이’한 헝가리인 선장 라즐로(L. L?szl?·58)와 선원 피 자노스(P. J?nos·53)의 동료들이었다.

한 젊은 선원은 “자노스와 2년 전 처음 만났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들이 오기 한참 전부터 꽃을 들고 강변에 혼자 앉아 있던 한 젊은 여성은 1년 반 전부터 라노스 선장과 함께 일해왔으며, 한달 전 일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1일 헝가리 언론들은 실종된 선장과 선원 소식을 보도했는데, 선원 자노스는 생일 바로 다음날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동료들을 추모하는 일행은 사고 현장 바로 건너편인 강변에 서서 촛불을 켜고 서로 짧게 포옹하고 눈물을 닦은 뒤, 다뉴브 강 남쪽을 따라 함께 걸어 내려갔다.

실종된 헝가리 선원들의 동료들이 다뉴브강변에 초와 꽃들을 두고 있다.
한편, 높은 수위가 실종자 수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 물 관리 당국은 수일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수위가 수일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난항을 겪고 있는 선체 인양과 실종자 수색에 진척이 있을 지 주목된다. <에이피(AP)통신>은 헝가리 물 관리 당국이 1일(현지시간) 다뉴브강의 수위가 곧 정점인 5.9m에 이른 뒤 다음 주 중반까지 약 4m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또 앞으로 6일 동안은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 소식도 없다고 전했다.

앞서 현지에 도착한 한국쪽 신속대응팀은 이날 수중 드론을 침몰한 선체의 선내수색을 위해 투입하려고 했지만, 사고 지점 물살이 거세 실패했다. 1일(현지시간) 현재 수색·구조작업 3일째 계속 됐지만 이날도 발견된 사람은 없었다. 한국정부가 파견한 신속대응팀 소속 한국군인과 경찰도 수상수색에 나섰다.

글·사진 부다페스트/남은주 박윤경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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