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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1 23:28 수정 : 2019.05.31 23:45

30일 밤(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이 다뉴브강(두너강)을 바라보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다뉴브강 참사 르포]
헝가리 현지 언론 “이번 사고는 인재” 지적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선발대도 현장 도착
외교부 “사망자 7명 신원은 모두 확인”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 사고 실종자 가족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헝가리 이름 두너강) 가운데 여의도처럼 자리잡은 머르기트섬에 도착한 것은 31일 오전 오후 2시30분(이하 현지시각)이었다. 이날 사고 현장에 도착한 가족 10여명은 카키색 텐트에 임시로 마련한 한국 긴급구조대 대책본부에서 헝가리와 한국 당국자들을 만나 4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가족들은 수색 상황과 이후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앞선 이날 오전 9시, 사고가 난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는 수색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됐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까지도 새로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리 아래에는 대형 바지선과 크레인이 자리잡았고 수색선 2척이 침몰 현장 인근을 오갔다. 다리 위에는 헝가리 시민 50여명이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사고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수색 작업을 진행한 헝가리 당국은 이날 낮 12시45분부터 선체 내부 등에 대한 수색을 시도했다. 오전 10시께 도착한 한국해난구조대(SSU)와 해경 등 신속대응팀은 이날 본격적인 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날 오후 긴급구조대는 헝가리 쪽과 회의 끝에 유속이 빨라 6월2일까지 잠수수색이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긴급구조대는 일단 보트를 이용한 수상수색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적극적인 수색을 시도했다. 헝가리 경찰청이 실종자 수색 총괄지휘를 맡았고, 대테러청에서 잠수부를 투입했다. 헝가리 군도 인력을 파견했고, 해경은 헬리콥터와 수중 레이더 등을 동원했다. 헝가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오스트리아 특수부대인 코브라 부대의 구조전문요원 10명도 전날 현장에 도착해 수색 작업을 돕고 있다. 현장 지휘를 위해 급파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전 9시 머르기트 다리 위에 도착해 페테르 시야르토 외무장관을 비롯한 헝가리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수색 현황을 파악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당권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장은 “헝가리 당국에서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머르기트 다리 침몰 현장에선 인양 작업에 대해 논의하고, 실종자 수색은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업은 만만치 않은 상태다. 실제 이날 낮 12시45분께 투입된 헝가리 잠수부 한명은 유속이 너무 빨라 3분 간격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계속 내린 비로 강의 수위는 5m를 넘어섰고, 흙탕물이 가득해 가시거리가 40~50㎝밖에 되지 않았다. 유속도 시간당 15㎞로 매우 빠른 편이다. 구조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헝가리 정부가 허블레아니호 인양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나 수심이 깊고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알려왔다. 인양은 지체되고 있으나 수색과 구조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7명 모두 신원 확인 유람선에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 33명 가운데 사망자 7명, 실종자 19명, 구조된 이가 7명인 현황은 사고가 발생한 29일과 달라지지 않았다. 구조된 7명 가운데 6명은 퇴원했고, 1명은 골절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안타깝게 숨진 7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헝가리 당국이 제공한 사망자 7명의 지문을 토대로 한국 경찰이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며 “가족들이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유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신분증을 지니고 있었던 2명뿐이었다. 한편 경찰청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외사수사과장(총경)을 단장으로, 인터폴계 소속 1명과 신원감식팀 3명으로 구성한 팀을 이날 추가로 현장에 파견했다. 경찰청 신원감식팀은 대형 재난 현장이나 외국에서 자국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전문적인 신원 확인을 담당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현지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후 3시30분 기자간담회에서 생존자들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본인들은 살았지만 사랑하는 가족 눈 앞에서 잃은 경험을 한 분들이다. 정신 적 힘들어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해서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다뉴브강 오가는 대형 선박 운항 규제해야” 헝가리 현지에서는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헝가리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인덱스>는 “진로를 바꾸려고 한 대형 크루즈 선박과 침몰한 허블레아니 사이에 제대로 교신이 오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다뉴브강을 오가는 배들은 자동 선박 식별 및 추적 시스템을 갖추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선박 운항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머르기트 다리를 찾았다는 부다페스트 시민 둘라 시에타포(62)는 “오후 1~3시 사이엔 대형 선박 10대가 한꺼번에 이곳을 지나기도 한다”며 “정부가 다뉴브강에서 돈을 벌겠다는 기업들을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견된 사고인데 하필 그 희생자가 한국인이 된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했다. 2016년 기준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대형 크루즈 선박은 250척으로 집계된다.

31일 오전 (현지시각)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침몰 선체를 인양하기 위해 수상 크레인이 준비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헝가리 시민들, 촛불과 꽃 들고 추모 행렬 머르기트 다리는 평소 밤이 되면 황금색으로 빛나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유명한 야경 전망대다. 그런 관광 명소가 한국인들을 태운 유람선 침몰 이후엔 구조를 기원하고 수색을 지켜보는 참담한 자리가 됐다.

30일 밤에는 다뉴브 강둑과 머르기트 다리 등 곳곳에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직접 두고 간 수십개의 촛불과 꽃이 놓였다. 시민들은 촛불이 강한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유리 마개를 씌워 두기도 했다. 시민들은 초를 땅에 세우고 불을 붙이고 다시 유리 마개로 덮으며 이번 사고로 실종된 이들이 어딘가에서 살아 있길 기도했다. 가족, 연인 등과 함께 현장을 찾아 밤늦은 시간까지 까만 늪처럼 보이는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헝가리 대학생 페헤르 사볼츠(23)는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사고가 일어난 것을 알았다. 짧은 시간에 사고가 벌어졌고 아직도 물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현재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에 와서 강을 바라보는 것이다. 너무나도 큰 비극”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부다페스트/남은주 김민제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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