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0.23 15:12 수정 : 2016.10.23 21:25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은 2011년 8월 회고록 <나의 시대> 출간을 앞두고 미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그 책이 워싱턴 사람들의 머리를 터져버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이라크 침공 당시 자신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고,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내쫓았다는 회고록 내용에 “비열한 언동”이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역시 북한과의 핵 협상 당시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체니의 주장을 반박하며 “나의 진실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중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체니 회고록 전반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매우 인색했다. <뉴욕 타임스>는 서평에서 체니가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는 숨기고 유리한 면만 부각하거나, 껄끄러운 주제는 건너뛰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혹평했다. <워싱턴 포스트> 역시 “회고록의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은 언제나 옳았고,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틀렸는지를 알리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은 체니와 상당히 닮은꼴이다. 같은 대통령 밑에서 일한 옛 동료들 간에 뜨거운 진실 공방이 빚어지는 것이나, 저자 본인의 생각이 옳았다는 주장이 그렇다. 물론 송 전 장관 회고록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의미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는 하다. 다만 한 가지, 옛 동료들에 대한 ‘진실성 훼손’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이 옳았느냐는 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기권이 북한의 지령을 따른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은 송 전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논란은 그가 나서서 직접 설명하면 쉽게 끝날 사안인데도 침묵한다. 송 전 장관의 행보를 두고 ‘반기문 줄서기’ 등의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