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3 15:29
수정 : 2019.01.05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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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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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구속 영장 기한 만료되자 2개월 연장 요구
검찰 ‘불법 사찰’ 신규 영장 발부 요구도
항소심 재판부 “증거인멸·도주우려 없다”
법원의 ‘릴레이’ 영장 발부 끝나
우 전 수석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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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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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수감 중이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 자정 석방됐습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시민들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까지 와서 우 전 수석의 한밤 석방을 환영했습니다. 지지자가 건네는 분홍 안개꽃다발을 받아든 우 전 수석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우 전 수석은 합계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국정농단’ 방조와 ‘불법 사찰’ 지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2년6월과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니 합치면 4년입니다. 벌써 4년이나 흘렀을까요? 2017년 12월15일 구속됐으니 384일 만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우 전 수석은 두 건의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부장 이영훈)는 국정농단’ 방조 혐의(직무유기·직권남용 등)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 차문호)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국가정보원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의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에 대한 재판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김연학)는 이 사건에 대해 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합니다. 이어서 열리는 항소심은 이미 심리가 진행 중인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부에서 병합해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3일 석방된 우 전 수석은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됩니다.
구속 영장은 검찰이 청구하면 법원이 발부 여부를 정합니다. 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서 법원이 다시 한 번 검찰의 판단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1심이 아닌 항소심에서의 구속 영장 발부는 검사가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우 전 수석은 검찰과 법원의 이런 판단을 통해 2017년 12월15일 처음 구속됐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이미 두 차례나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는데 세 번째 청구는 받아들여졌습니다. 절치부심하던 검찰이 ‘국정농단’사건이 아닌 ‘불법 사찰’ 관련 1심에서 구속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구속 기한은 6개월. 형사소송법 92조에 따르면 1심에서는 최장 6개월(기본 2개월에 2개월씩 두 번 연장 가능)까지 구속이 가능합니다.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검찰은 우 전 수석을 구속할 방법이 또 필요했습니다. 이번에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부에 구속 영장 발부를 요구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번에 발부됐습니다. 1심에서 두 번이나 영장을 기각했던 사건인데 말이죠.
정리하자면 ‘국정농단’(기각 2번)→‘불법 사찰’(6개월 구속)→‘국정농단’(6개월 구속)으로, 마치 바통을 주고 받듯이 서로 다른 사건을 두고 연이어 구속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법원의 일관성없는 구속 영장 발부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올해 1월3일까지 구속 상태로 붙들어 둘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컸고, 팔짱끼고 검찰 조사를 받는 우 전 수석의 ‘황제 조사’ 순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우 전 수석을 구속하라는 여론이 거셌습니다.
또 시간은 흘렀습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구속 상태로 묶어두기 위한 방법을 또 찾았습니다. 형사소송법 92조에는 상소심(2·3심)의 경우에 한 해 6개월의 기한이 만료된 후 2개월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검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부에 2개월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또 ‘불법 사찰’ 항소심이 병합됐으니 신규 구속 영장 발부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연장과 신규 영장 발부 둘 다 불허했습니다. 법원은 연장 불허에 대해 2일 “‘국정농단’ 항소심에서의 구속 기간 연장(2개월)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 “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불법 사찰’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구속 영장 발부 불허 사유로 “1심에서 구속 기간이 만료돼 (재판이) 불구속 상태로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 범죄 사실과 같은 내용으로 새롭게 영장 발부하는 게 가능한지 법리 다툼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기간 만료는 1월3일로 확정됐습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구속하기 위해 몇 번이나 구속 영장을 청구·연장 요구했을까요? ‘국정농단’ 1심 재판 때 기각된 영장 청구 2번을 포함하면 모두 6번입니다. 검찰이 따로 연장 요구를 하지 않아도 보통 재판부가 연장해준다는,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구속 기간 6개월 안에 할 수 있는 2번의 연장 요구를 포함하면 10번입니다.
우 전 수석 역시 불구속 재판이라는 원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검찰이 구속 재판으로 얻을 수 있는 공소유지상 이점이 무엇인지 불명확하기도 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법원 판결 전 구속 기한이 다 돼 석방됐습니다. 조 전 장관은 243일, 김 전 비서실장은 562일 만이었습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태극기 시민들의 축하 속에 석방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해하고 있습니다. 3일 검찰 관계자는 “실형 4년을 선고받았는데 ‘증거 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 영장 연장이 안 되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습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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