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경영권 고비 넘긴 롯데 안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횡령·뇌물공여 등의 혐의와 관련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풀려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롯데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신 회장의 형량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으나, 1심과 달리 집행유예가 선고돼 신 회장이 풀려나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 그동안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기업 경영자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 물러나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의 경우 지난해 기소 당시 한국에서는 검찰 기소가 곧 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주주들을 설득해 시간을 벌었다. 롯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을 경우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 유지가 불확실해지고, 순차적으로 한국 롯데의 경영권도 흔들릴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롯데의 지배구조는 신동빈 롯데회장 등 총수일가→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계열사로 이어진다. 롯데그룹 경영권의 열쇠를 쥔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 종업원 지주회, 일본롯데 계열사 2곳이 각각 2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이 4%대에 불과하지만 종업원 지주회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15년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일본인 경영진이 독자행동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롯데 고위임원은 “신 회장이 풀려나면서 롯데의 경영 지속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일본 롯데의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신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의구심을 품었던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곧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올해 신규 고용과 투자, 국내외 인수합병,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 결정 등 쌓여 있는 현안이 많아서 하루빨리 경영 일선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직 대법원의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어, 일본과 한국 경영권에 대한 재판의 영향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김효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