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4 10:36
수정 : 2018.08.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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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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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달리 영재센터 16억 뇌물 인정
“단독면담서 합병 포함해 최대현안인
경영권 승계 이야기 나눴을 것으로 보여
면담 전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지시·승인
면담 뒤에도 우호적 정부 기조 유지했다”
부정청탁 판단 재판부마다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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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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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라는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다. 부정한 청탁의 존재로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출연한 16억2800만원이 제3자 뇌물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24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2015년 7월25일 단독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며 “단독면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정부의 우호적 조치 직후에 실시됐고, 면담 이후에도 승계작업에 대한 정부의 우호적 기조가 유지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에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고용복지수석에게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대통령 비서실이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과정에 관여했다”며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안건에 대하여 찬성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뒤 이뤄진 2015년 7월25일 단독면담에서 경영권 승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고 승계작업을 계속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담긴 말씀자료를 보고받은 피고인과, 합병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애로 및 건의사항을 이야기할 기회를 제공받은 이 부회장이 면담자리에서 합병을 포함해 최대 현안인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승계작업 ‘지원’은 단독 면담 뒤에도 계속됐다. 재판부는 “면담 이후 외국 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등에서 삼성그룹에 우호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며 “위와 같은 업무처리에는 피고인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적어도 피고인과 공유된 청와대 참모진 내부의 승계작업과 관련된 우호적인 공통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영재센터 관련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만,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영재센터 16억원,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로 줬다며 박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재센터만 제3자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의 존재는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2심과 똑같이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다며,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봤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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