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6 15:20
수정 : 2018.04.06 16:11
|
6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차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천막이 쳐져있다.
|
6일 오후 2시10분 박근혜 1심 선고 시작
구미 박정희 생가는 적막감·사람들 발길 끊겨
생가 주차장에 ’박근혜 무죄 석방 촉구‘ 천막만
|
6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차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천막이 쳐져있다.
|
‘박근혜 대통령 인권 유린 중단 및 무죄 석방 촉구.’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시작된 6일 오후 2시10분께,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차장 천막에는 이렇게 적힌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구미시(사)조국사보존연합회’라는 단체가 쳐놓은 천막이었다. 천막 주변은 태극기와 성조기로 가득했다. 천막 안에는 나이 든 남자 3명이 있었다. 천막 입구 테이블에는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지가 놓여 있었는데 서명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생가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생가 마당에 들어가자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박 전 대통령과 아내 육영수씨의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모형 옆에는 ‘사진촬영시 주의사항, 내외분 어깨에 손을 올리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생가 마당은 텅 비어있었다. 생가는 조용했고 멀리서 새소리만 들려왔다.
|
6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마당이 텅 비어있다.
|
생가 마당 한 쪽에 마련된 추모관 옆에는 방명록 두개가 놓여 있었다. 방명록에는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기원하는 글 몇개가 적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보살펴 주세요. 항상 존경합니다.’ 이날 대구에서 온 사람은 이런 글을 남겼다. ‘토요일마다 태극기 집회 나갑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응원해주세요. 각하는 이 나라에 선지자이십니다.’ 지난 5일 강원 강릉에서 온 사람도 이런 글을 남겼다. ‘나라가 어렵습니다. 환생하시어 이 나라를 밝은 미래로 가도록.’ 지난 3일 충북 충주에서 온 사람은 이런 글도 적어놨다.
생가 주차장으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박 전 대통령 동상이 나왔다. 동상 주변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동상 주변 의자에 남성 한명이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 남성에게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야기를 꺼내자 이런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부지가 훌륭하다고 딸까지 훌륭한가? 내 보니 그 여자(박근혜 전 대통령)는 깡통이여, 깡통. 그렇다고 문재인이 이래 보복하고 그라믄 안되지.”
|
6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 텅 비어있다.
|
동상 뒤쪽에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지난해 12월31일 완공된 테마공원에는 1970년대를 재현해 놓은 마을과 전시관 등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테마공원을 둘러보는 사람은 서너명에 불과했다. 구미시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을 꾸미기 시작해 지금까지 1424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33만㎡(10만평)의 ‘박정희 타운’을 완성했다. 이 사업을 했던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다니다가 구미시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경북도지사 선거 자유한국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박 전 대통령 생가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5년 전인 2012년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는 추운 날씨에도 주민 등 500여명이 몰려왔다. 이들은 생가보존회에서 설치한 대형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통해 밤 늦게까지 개표 방송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이들은 폭죽을 터뜨리고 풍물놀이를 하며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기뻐했다. 밤이 깊어져도 천막을 쳐놓고 불을 피워 놓은 채 삼삼오오 막걸리를 마시며 자리를 지켰다.
|
6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명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이 적혀 있다.
|
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3년에 생가를 찾은 사람은 구미시 집계로 78만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후 생가를 찾는 발길은 계속 줄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2016년에는 39만명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26만명까지 떨어졌다. 글·사진 구미/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