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7 22:27
수정 : 2018.02.0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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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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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 불인정 등 모순 지적
“차은택 21억 횡령에 3년 실형인데
이재용, 백번 양보해도 집유 안돼
‘삼성 합병’ 도운 문형표 유죄 등
무죄 선고 장애물은 언급도 안해
국정농단 재판 증거 ‘안종범 수첩’
이번엔 합리적 근거없이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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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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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의 판단에 대해 “법리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며, 반드시 시정될 것으로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장심사나 구속적부심 등 수사 과정이 아닌, 본안 판결에 대한 검찰의 공개적 반발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히며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 차장은 먼저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데 대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항소심 판결은 김종이나 장시호, 문형표 등 다른 ‘국정농단’ 판결에서는 모두 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인정해서 판결에 중요하게 반영해온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다른 재판부와 달리 합리적 근거 없이 무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종범 수첩에는 이재용-박근혜 독대에서 승계와 관련된 청탁 내용, 최순실을 통한 승마 관련 전달 사항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 수첩의 정확도는 다른 사건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안종범 수첩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은 결탁’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검찰은 향후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판결을 앞두고 이번 재판부 판단의 문제점을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논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차장은 특검이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이 부회장 재판을 검찰이 비판한 이유에 대해 “이 부회장 사건과 검찰이 공소유지를 하고 있는 최순실 사건 등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뇌물액을 36억3000여만원으로 축소 산정하는 등 노골적인 ‘봐주기’로 일관한 재판부의 판단에도 강도 높은 질타를 보냈다. 한 차장은 “판결문을 보면, (이 부회장이) 20억원짜리 (말) 비타나나 7억원짜리 라오싱을 (최순실씨에게) 사준 건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억원짜리 말을 공짜로 탄 ‘사용 이익’을 재판부가 계산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재판부는 이재용 승계작업이 없었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도 수감되어 있는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서는 판결문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며 “이재용에게 (여러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것들은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한 차장은 이어 “백번 양보해 항소심에서 인정된 뇌물공여·횡령액 36억원만으로도 절대 집행유예가 나올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정농단 사건에서 장시호(최순실씨의 조카)씨에게는 2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고, 차은택씨는 21억원 횡령으로 3년 실형이 선고됐다. 장시호·차은택보다 이재용·장충기의 책임이 더 가벼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형평성을 무너뜨린 항소심 판결의 심각한 부당성을 부각한 것이다.
한 차장은 “이달 13일 선고가 예정된 최순실씨의 1심 판결은 이재용 부회장한테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판결로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범죄사실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며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에 유죄 판단이 나오면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이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 부회장 항소심의 잘못된 결론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기회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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