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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7 21:45 수정 : 2018.02.07 22:2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심, 개별 현안들 뭉뚱그려 경영권 승계 포괄적 청탁 인정
“나무 없고 숲만 있어” 지적…개별사안 외면 2심은 ‘포괄적 부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가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선 1심 재판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은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이번에 부정청탁 전체를 부정하는 포석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진에게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나 ‘합병에 따라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수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대해선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이런 현안 중 일부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쳤다며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부정청탁을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법조계에선 “나무는 없지만 숲은 있다는 판결”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1심이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는지 증거에 따라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판단하지 않은 채 ‘결과적으로 승계작업에 도움이 됐다’는 포괄적 판단만 내리면서 부정청탁 전체가 공격받을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 현안이 성공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이는 사후적 평가일 뿐”이라며 포괄 현안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이를 두고 고법의 한 판사는 “1심 재판부가 헐겁게 쌓은 기반 위에서 2심이 포괄 현안까지 부정해 부정청탁 전체를 거세해 버린 것”이라고 요약했다.

하지만 법정에선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을 뒷받침할 여러 정황이 제시됐다.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나고, 미전실 관계자들이 합병 뒤 처분 주식수를 줄이려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청와대에 로비한 증거도 나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볼 수 없다”거나 “통상적 의견교환”이라고 판단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항소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현안에 대해 알고 개입한 정황도 나왔지만, 2심은 이 부분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한 판사는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에도 로비가 있었고, 실제 실행에 옮겨졌다면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도 2심 재판부가 1심 판단에 기대어 구체적 판단을 미룬 것 같다. 대법원이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문제삼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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