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겨레 사설] 최순실에 차은택까지, 그래도 ‘모르쇠’인가 |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최순실씨에 이어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미르재단 운영과 국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분명해지고 있다.
차씨의 행적을 보면 그가 미르재단의 핵심이었음은 확연하다. 미르재단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서는 재단과 아무 관련 없는 차 감독의 절친한 후배 김아무개씨 명의로 작성됐다. 재단 이사들은 대부분 차씨의 대학원 시절 교수이거나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차씨의 지인들로, 차씨가 추천했다. 차씨가 실제 소유주라는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의 돈줄이 미르재단이라고 볼 만한 녹취록도 나왔다. 이 기획사는 실제로 대통령의 해외순방 사업권을 따내 미르재단 및 케이스포츠재단과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재단 설립에서부터 인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차씨가 다 깊숙이 관여한 것이다.
차씨가 왜 정권 초반부터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는지도 짐작된다. 그가 손대는 일마다 정부가 적극 도와줬고, 그가 주관한 행사마다 박 대통령이 참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차씨가 주도하는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용도에 맞지 않는데도 관광진흥개발기금 145억원을 끌어와 예산을 6배 이상 늘려줬다. 기획재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증액 요청을 하루 만에 승인했다. 극히 이례적이다. 2015년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예산은 행사 감독이 차씨로 바뀌면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간 개발한 국민건강체조는 차씨의 개입 뒤 늘품체조로 바뀌고, 얼마 뒤 대통령이 시연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차씨가 감독한 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차씨와 함께한 모습도 여럿이다. 최씨와 가깝다는 차씨에게도 ‘비선 실세’란 말이 붙을 만하다.
차씨가 이를 이권 획득에 이용했으리라는 의심도 분명해진다. 케이티(KT)가 최근 발주한 영상광고 47편 가운데 20편을 차씨나 그가 관여한 회사에서 제작했다. 차씨와 그 주변 사람들이 청와대의 후광을 업고 정부나 다른 대기업 광고 일감을 독식했다는 말도 파다하다. 실세의 영향력을 ‘검은돈’으로 바꾼 것이라면 자금추적 등 본격 수사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여전히 ‘모르쇠’다. 검찰도 좀체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식으로 뭉개고 덮기에는 이미 의혹이 너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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