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25 20:07
수정 : 2016.09.26 10:33
‘코리아 에이드’ 시작 한달 전 시제품 개발 용역 의뢰
박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TF회의 7차례 참석 자문역할
김경협 의원 “거액 국가사업에 미르가 판 벌이고 정부 뒤따라가”
미르재단이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에 정부 차원의 업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코리아 에이드는 지난 5월말 박 대통령의 동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앞두고 개발한 ‘새로운 한국형 개발협력(ODA) 모델’이라고 정부가 홍보해온 대외원조 사업 모델로,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알려져 있다.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제출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종합하면,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20일 이화여대 쪽과 케이밀 시제품 제작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튿날인 21일부터 청와대와 외교부 주도로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준비를 위한 코리아 에이드 티에프(TF) 회의를 7차례 열었다. 이 회의에는 정부 부처, 산하기관, 민간기업뿐 아니라 미르재단 관계자도 참석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미르 쪽 사람은 사업 전반에 대해 자문한 것으로 다른 기관의 회의 참석자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역 시기와 관련해 이화여대 쪽 책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11~12월께 미르 쪽에서 찾아와 개발도상국 영양지원 사업에 필요한 쌀가공식품 생산 전략과 시제품 제작을 요청해와 지난 3월에 프로젝트를 마쳤다”고 말했다. 미르의 의뢰 시기는 재단 설립(지난해 10월27일) 직후이며, 농림부가 미르의 의뢰 내용대로 정식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보다 최소 한달 이상 앞선 셈이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 대상을 아프리카라고 해서 나라마다 국민 영양상태가 다르다고 하자 다시 케냐, 우간다 등 3~5개국으로 좁혀서 요청했다”며 “이조차 대상이 넓어서 케냐에 맞춰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된 케이밀 제품(쌀과자, 쌀가루)은 지난 5월말 박 대통령의 동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맞춰 1만8000봉지가 해당 국가에 보내진 뒤 이달에도 2만8000봉지가 같은 나라들에 보내졌다. 케이밀을 포함한 코리아 에이드 사업에는 대통령 순방 때 21억원이 쓰였고, 하반기에도 30억5천만원이 쓰일 예정이며, 내년에는 3배 가까이 많은 143억6천만원이 편성되어 있다.
김경협 의원은 “거액의 국가사업에 미르가 판을 벌이고 정부가 뒤따라가는 모양새”라며 “특히 정부가 공식적인 코리아 에이드 사업을 추진하기 최소 1개월 전부터 미르가 앞서서 구체적인 실행사업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영춘 박수지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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