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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5 19:48 수정 : 2016.09.25 22:22

전경련 ‘미르·K스포츠 개선안’ 내놓은 배경
‘비정상의 정상화’ 내세우지만
의혹 당사자가 재단 개선 나선 꼴

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15년 10월27일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단법인 미르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주요 16개 그룹이 국가 브랜드 제고를 목적으로 출연해 발족한 문화재단이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송혜진 재단법인 미르 이사, 채미옥 재단법인 미르 감사, 김형수 재단법인 미르 이사장,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뒷줄 왼쪽부터 장순각 재단법인 미르 이사, 김영석 재단법인 미르 이사, 조희숙 재단법인 미르 이사, 신승국 SK하이닉스 본부장,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 조갑호 (주)LG 전무. 전경련 누리집 갈무리
‘범죄’ 해결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범죄 혐의자는 수사 대상이지 결코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순 없다. 이들이 나선다면 범죄는 해결되는 게 아니라 되레 더 은폐될 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의혹에 휩싸인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정상화’하겠다고 나선 게 딱 이 꼴이다. 전경련이 두 재단의 새로운 ‘주인’인 양 행세하면서 이사와 직원들을 파견해 두 재단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세탁’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경련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인사개입 의혹이 불거진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최근 잇따라 이사와 직원을 파견했다. 전경련은 미르 재단에 추광호 산업본부장을 재단이사로 보낸 데 이어 다른 직원 한 명을 상근직원으로 파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겨레>에 “재단 정상화를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도 최근엔 이사장을 비롯한 3명의 이사가 교체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추계세미나에서 “미르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서 이사장, 지원본부장을 교체하고 이사를 전경련에서 보내는 등 사람을 다 바꿨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재단 설립 이후 이사 하나 보내지 않는 등 손을 떼고 있던 미르 조직을 완전히 통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케이스포츠 또한 곧 ‘리모델링’ 하겠다는 구상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지금 미르를 싹 다 바꿔놨고, 케이스포츠 또한 해볼까 하는 판국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스포츠도 전경련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이용우 본부장을 이 재단의 이사로 보냈다. 김필승 케이스포츠 이사는 <한겨레>에 “지난주엔가 이용우 이사가 왔다. 한화 출신 이사도 한 명이 왔는데, 전경련에서 보낸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은 ‘비정상’인 재단의 ‘정상화’다. 이 부회장은 “(이용우 상무가) 내부를 좀 들여다보고 발전 방안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재단에 파견 나간 전경련 임원과 직원들은 설립 이후 추진된 사업 및 운영 관련 서류와 데이터들을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겠다는 거지만, 전경련은 이미 의혹의 주요한 대상으로 떠올라 있다. 이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긴 어렵다. ‘조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개혁하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문제를 덮거나 물타기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실 전경련은 두 재단 설립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청와대와 대기업들 사이에서 가교 노릇을 하면서 재단 설립에 필요한 돈을 모금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거기에 이승철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문서를 거짓으로 만드는 등 설립 절차에 ‘심부름꾼’ 역할까지 했다. 전경련은 “실무자의 착오”라고 대충 얼버무렸지만, 지난해 10월과 1월에 각각 설립된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절차에 필요한 서류들은 거의 몽땅 허위로 작성됐다. 단순한 착오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와 수준이 엄중하다. 당시 업무를 담당한 사회공헌팀은 최근 케이스포츠에 이사로 나간 이용우 사회본부장의 지휘 아래 있었다.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전경련은 대기업들이 합의한 일을 실행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다. 실제 돈을 출연하지도 않은 전경련이 두 재단의 인사 및 운영에 적극 관여하는 모양새는 그래서 이상하다. 재단의 이사회나 설립자인 대기업들의 뜻을 모으지 않고선 심부름꾼인 전경련이 재단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출연 대기업들이 모여 전경련에 권한을 위임해줬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류이근 방준호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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